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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버른앨리스 Aug 21. 2022

내 사랑 떡볶이의 과거 (1)


내가 한국 밖에서 떡볶이를 처음 먹은 건 2002년도였고 태국이었어.

그 당시 내 주머니 사정에는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그 덥고 습한 데서 돈아 낀다고 걷다가 더위 먹어서 입맛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었거든. 떡볶이 한 입만 먹으면 괜찮아질 거 같아서 꾸역꾸역 스쿰윗까지 갔었어. 솔직히 맛있는 떡볶이는 아니었는데 맛을 떠나서 그냥 감동적이었어. 들쩍지근하니 매콤한 쌀떡을 베어 문 그 첫 한입이 아직도 기억나.


그 배낭여행 때의 해외 첫 떡볶이 이후로 20년이 흘렀어. 나는 그 후 해외를 떠돌며 여행자로, 유학생으로 이런저런 떡볶이를 먹으며 살았어. 호주에서 정착을 하고 한식사업을 생업으로 삼은 근 10년간은 셀 수도 없는, 다양한 떡볶이를 만들어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팔았지. 그러면서 보기도 많이 보고 느끼기도 많이 느꼈어.

국내에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떡볶이는 떡볶이거든. 명실상부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의 고정멤버의 위치가 견고하잖아. 그럼 한국이 아닌 곳에서는 어떨까?


떡볶이의 성공담을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앞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의 (호주의) 떡볶이는 어떤 길을 거쳤을까?

십수 년 전, 나의 사랑 떡볶이는 이 낯선 땅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오늘은 한번 떡볶이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11년 전인 2011년,

내가 호주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할 때의 일이야.

나랑 제일 친하게 지내던 얘는 바텐더 네이쓴이었어. 얼굴 반이 타투로 덮여있고 피어싱 구멍이 동전만 한 게 인상 깊은 친구였어. 호주 시골 출신이라 억양도 엄청 세고 말투도 무뚝뚝해서 무서운 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더 무서운 얘였긴 했지. 담배는 안 피우는데 대마는 피고 욕 안 섞으면 문장 완성 못하고, 뭐 오늘만 사는 타입이랄까.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대마 사고 남는 돈은 피자 사서 노숙자들 나눠주고 다닌 거 보면 애가 심성은 여렸는데 말이야.


아무튼, 나와 다니면서 삼겹살도 치킨도 먹어본 네이쓴이 어느 날 나한테 '네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라고 했어. 자기는 가리는 거 없으니 아무거나 괜찮고 앨리스 너의 페이보릿이 궁금하다고. 내가 뭘 했겠어, 당연히 떡볶이지. 나는 떡볶이만큼은 강경 보수라서 치즈나 해물 같은 거 없는 매운 국물떡볶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칼같이 정석으로 만들었지.

기다리는 표정이 좀 걱정스러웠어. 왜 이렇게 공기가 스멀스멀 스파이시해지는 거냐며.... 불안해하더라.

호기롭게 크게 한 스푼 떠서 (젓가락으로 떡 집기 실패) 입에 넣고 한참 씹고 삼키더니 나한테 뭐라고 했냐면,



What the fuxx is this shit?
Oh..... You are messing with me!
I get it, So Funny. HAHA
 
시 x 이 거지 같은 건 대체 뭐야?
아, 너 나 엿 먹으라고 만든 거구나.
하하 참도 재밌네;



뭐라는 거야 이 자식이, 얼마나 귀한 건데 이게... 비켜;; 하고 내가 다 먹었어.

걔는 옆에서 나를 신기하게 관찰하면서 맥주나 먹었고.





몇 년이 흐르고 2014년 초, 첫 번째 한식 레스토랑 SUDA를 오픈하게 되었어.
우리 가게 메뉴에도 당연히 떡볶이가 있었는데 맵고 맛있다고 한국분들이 자주 드시러 왔고 나도 자주 먹었어. 우리가 맛있게도 먹었던지 옆 테이블에 있던 호주 손님들이 뭔지도 모르면서 가끔 네가 먹고 있는 거 쟤가 먹고 있는 거 먹어보겠다고 해서 떡볶이를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90%는 좋아하지 않았어. 다 먹는 경우는 거의 못 봤어.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면 크게는 두 가지 - 너무 매운맛과 미끄덩거리면서 물컹한 식감.

사실 아시아에서 넘어온 음식이 아니면 이 나라에는 매운 음식이 전무해서 매운맛에 약해. 그리고 식감도 익숙하지 않겠지, 호주 사람들은 크런치한 식감을 유난히 좋아하거든. 이건 껌도 아니고 언제까지 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던 친구도 있었어. 이해는 하는데 서운하기는 했지. 손만 대다시피 하고 남겨버린 아까운 떡볶이를 버리면서 이 사람들은 왜 이 맛있는 걸 몰라줄까.





TO BE continued........




1. 이건 어디까지나 호주라는 나라에서 나라는 개인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도출한 사견이므로 다른 사람들 혹은 다른 국가에서 느끼는 것과 다를 수 있어! 다양한 경험과 의견 댓글로 공유해주면 좋겠어!

 2. 한국친구를 사귀고 한국을 여행하고 한식에 열광하는 K-Culture 팬들이아닌 보편적인 젊은 호주 멜버른의 20대, 30대의 사람들이 손님이라서 그 그룹을 기준으로 쓰는 글인 것을 참고해줘! 

2. 다정한 반말로 소통이 좋아서 반말로 쓴 것일 뿐 무례한 의도는 없어! 댓글도 나이 상관없이 반말로 해주면 좋지만 존댓말도 좋아!!



INSTA

신전 (호주) @Sinjeon_au
석봉 (호주) @Seoultoast_bong
앨리스와 소이라떼모카 @alicein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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