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여름의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한 7년 만인다.
그때는 8월이었지만 지금은 7월이다.
그러니 내가 기억하는 후쿠오카는 언제나 더운 여름일 수밖에.
후쿠오카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첫 여행을 1박2일로 짧게 다녀오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그 기억에 대한 리프레시, 리커버가 필요했달까.
그러니까 헌 기억 위에 새 기억을 얹는다, 뭐 그런 의미로 말이다.
날씨운이 좋았다.
운 좋은 게 태양이고 운 나쁜 게 비구름을 의미한다면.
키와미야 함바그 하카타점 #2.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일이 있다.
막연하게나마 감정으로만 알고 있던 어떤 경험을,
누군가 글로써 표현해 낸 것을 보고 무릎을 치며 감동하는 그런 일 말이다.
이 여행에 영감을 준 글귀 중 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중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라는 에세이에 있었다.
무슨 일을 하다보면 반사적으로 어떤 노래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 당신은 없는가? 예를 들어(어디까지나 예일 뿐이지만) 드넓은 바다를 눈앞에 접하면 ‘바다는 넓구나 크구나’라는 동요가 무심코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혹은 소리를 내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레 마음속으로 그 한 구절을 따라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당신은 아마 여섯 살 때도 열다섯 살 때도 서른두 살 때도 드넓은 바다를 눈앞에 두면 ‘바다는 넓구나 크구나’하고 노래를 하거나 생각을 떠올렸을 테고,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요컨대 그 노래의 한 구절이 하나의 연속적인 행위로, 한 오라기(사소한) 씨실로 인생을 관통해왔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여섯 살이나 열다섯 살이나 서른두 살의 자신과 ‘바다를 눈앞에 둔’ 심정을 아주 잠깐이나마 이를테면 반사적으로 공유한다. 그것은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 잡문집,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해 중에서
캐널시티 점프숍 내 기억 속 서랍에는 여행과 음악이 둘둘 묶여 패키지 별로 보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하루키의 글귀를 보자마자 생각이 든 건
여행과 음악이야말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의 나를 조우하게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자이후 7년 전의 나는
대책없이 첫 회사를 그만두고
진로에 대한 방황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하고 싶은 건 원없이 하고 돌아 다녔다.
그나마 1년 반 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놓은 천 만 원이 좀 안되는 돈마저 모두 여행과 커피에 쏟았더랬다.
그렇다고 이때가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원하는 대로 할 때의 자유로운 행복 만큼이나 미래의 나에 대한 죄책감도 컸기 때문이다.
다자이후에서 신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유리 속 구슬이 딸랑딸랑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높이 달아놓은 장식이 있었다.
딸그랑 소리를 듣자마자
여행하는 순간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불행감이 동시에 떠올랐다.이유는 잘 모르겠다.
라라포트 카우카우키친 라라포트점(Cow Cow Kitchen) 쿠로마츠 다이묘점 #3.
지난번 도쿄여행 때를 계기로
포켓몬고와 스파이패밀리를 알게 되었다.
뭔가 알아볼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살아가는 즐거움도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싶어 다양하게 경험 중이다.
포켓몬고는 시작하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자주 즐기는 일상의 게임이 되었고 스파이패밀리는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까지 다 챙겨 본 상태다.
코난은 원래 좋아했고,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은 말해뭐하나 싶은 정도랄까.
원피스는..글쎄,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 만화를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스토리와 캐릭터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쵸파를 귀여워했던 정도일까. 사실 이것도 가물가물하다.
에키벤 구마모토 노면전차 #4.
이번 여행에는 세부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먹고 찍고 사기.
식도락, 사진, 그리고 쇼핑을 위한 시간이 주된 일정이었다.
무계획이다보니 신칸센을 타고 생각지도 못한 구마모토에도 다녀왔다.
여기서 다녀오고 알게된 사실 하나.
좋아하는 단편소설 <기노>에 구마모토 장소가 등장한다는 것.
구마모토 성 일 포르노 델 미뇽 하카타 역 #5.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곳은
모모치 해변이다.
타이밍 좋게 일몰 시간에 도착해서 세상의 푸른 빛과 붉은 빛의 조화를 눈에 넘치게 담아 왔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모모치 해변 이치란 본점 나카스 포장마차거리 미야케우동 #6.
사람을 구성하는 세포가 모두 교체되는 주기는 대략 7년? 이라나.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난 날의 나와 현재의 나를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
변한 게 확실한 건 내 주변의 거의 모든 것들이다.
변하지 않은 건 몇 가지의 취향들이다.
나 자신이 변한 만큼 주변 사람들도 상당히 바뀌었다. 물론 더 좋은 사람들로 말이다.
주변과 사람이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내가 나를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살아왔다는 방증 아닐까.
가와바타 상점가 편의점 식도락 마트 식도락 #7.
후쿠오카 여행을 기록하려고 한다.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그 사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경우엔 그것이 글쓰기에 있더라.
글쓰기도 내가 아는 것만을 겨우 쓸 수 있는 수준이다보니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여행기라도 남기는 수밖에 없다.
완성은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써보련다.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모츠나베 라쿠텐치 본점
가챠 첫 시도! 후쿠오카 이것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