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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민 Feb 20. 2021

빛이 있으라, 아름다움이 열릴 것이니.

빛과 공간의 연결고리

안녕하세요. 비타민입니다!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작성하는 것 같네요.

브런치 글을 연재하면서 느끼는 것은 창작의 고통이 이리도 크다는 것입니다...ㅎrㅎr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는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글로 잘 표현한다는게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요!


어찌되었든 그래서 이제부터는 글을 보다 세부적으로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디자인의 세부적인 요소와 구체적인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쓸 계획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주제는 '빛'입니다.

공간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빛과 공간과 연결관계를 깨닫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어둠뿐인 공간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기억 속에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치장된 공간을 얼마나 남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글에서는 인공광뿐 아니라 자연광 그리고 연출광을 비롯한 여러 테마광들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글을 통해서 빛과 공간의 상관관계를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연이 주는 빛


자연이 주는 빛은 총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1. 햇님
2. 달님

해와 달은 우리의 지구에 빛을 줍니다.

이 중에서도 해는 약한 달빛보다 강한 빛을 우리 지구에 선사합니다.

그 빛은 너무 세서 직접 바라보기도 어려울 지경이죠.


따라서 공간을 디자인하거나 특정 랜드마크를 디자인할 때 태양광을 활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이는 사실 건축 트렌드의 변화와도 매우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스위스의 로 코르뷔지에 (Le Corbusier)는 '건축을 향하여 (Vers une architecture, 1923년 출간'에서 장식적인 군더더기 없이 순수한 건축물에서 고귀한 정신성을 발견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근대주의 국제건축양식의 아이콘이 된 피에르 쟈네레 로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빌라 사보아는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활용해 1928년 착공 1931년 완공되었다.

모더니즘 건축의 원칙은 단순하면서 규칙적이고 실용적이면서 기능중심적이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로 코르뷔지에는 '집은 거주를 위한 기계'라고 말하며 집이 자동차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면, 당시의 거주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는데요.


따라서 이 시대에는 작가의 의도대로 건축물이 생산되고 설계되는 방식으로 모더니즘 건축물이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개인을 데이터로 보고 건축물이 균일하게 됨으로서 건축이 기능적으로만 작용되는 결과를 나았습니다.

현대에 '아파트'개념이 모더니즘 건축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이에 반대해 나온 건축의 사조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은 모더니즘 건축을 근본부터 반대하여 나온 이론이라기 보다 모더니즘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할 방향을 모색한 건축사조의 한 갈래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포스트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건축가 로버트 벤츄리는 모더니즘 건축에서 배재되었던 장식들과 지역성을 회복시켰습니다.

합리성을 강조했던 모더니즘 건축과는 다르게 '복합성, 대립성, 상징성, 장식성, 대중성'을 목표로 건축물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을 건축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해체주의를 표방하여 기존의 건축이 가진 외관의 통일성을 해체하여 건축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본적으로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물의 특징은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준다는데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줌으로써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세계를 깨트릴 수 있죠.

즉, 새롭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다시 태양광의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태양광은 건축에서 잘 사용하는 재료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건축가의 의도대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비가 올 때면 해가 보이지 않고, 눈이 올 때면 창문을 막아버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밤이 되면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왼쪽) 넥센 유니버시티의 공간 내부 사진 (오른쪽)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태양광 활용사진, 이 둘은 공간을 비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태양광을 활용한 사옥의 사례이다.

그래서 실용 중심적이고 작가 중심적이던 모더니즘 건축에서는 태양광을 활용하여 조명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죠.

하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주고자 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에 시대에는 색다른 건축의 지경도 모두 예술로 승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태양광도 건축물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설계시부터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한 건축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건축물을 설계할 때부터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한 곳인데요.

미술 작품을 제외한 공간 내부를 인조광이 아닌 자연광으로 비추게 함으로써 보다 산뜻하고 생기있는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스위스의 바이엘러 미술관. 공간 내부와 전시공간을 자연광으로 빛추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통 전시회나 미술관을 보면, 자연광보다 인조광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시회는 특정한 관에 들어가서 검거나 흰 벽지에 백색등이나 황색등으로 작품을 돋보인 공간일텐데요.


그 이유는 보다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럼에도 바이엘러 미술관을 보면, 작품을 더 돋보이도록 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깊은 관점을 주었습니다.

독일 콜룸바 뮤지엄. 사진 외에도 독특한 설계를 통한 빛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곳

콜룸바 뮤지엄을 설계한 건축가 피터 줌토르는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요.

뜬금없는 방식의 건축을 통해 이용자로 하여금 색다르고 신비한 경험을 주는 건축물을 디자인하기로 유명합니다.

콜룸바 미술관에서의 한 건축요소 인데요.

빛의 통과를 통해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죠.


이처럼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양식에서는 건물이 단순히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색다르고 신비한 경험을 만듦으로써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민하도록 이끕니다.


우리가 만드는 빛


위에서는 자연광을 통해서 빛의 모습을 살펴봤다면, 지금부터는 인조광을 통한 빛의 디자인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민속촌 야간개장 전경. 야간에 황색등이 거리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인조광을 사용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공간과 건축물 내부의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설정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조명의 색깔, 전구의 형태, 조명의 위치 등 고려할 요소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인조광을 보는 사람의 시선입니다.

인조광을 사용하는 것도 그 공간의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인 만큼 사람이 어떻게 그 조명을 바라보는지를 고민해야 올바른 조명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명이 차지하는 곳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파인드카푸어 플래그쉽 스토어의 조명.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특히 인조적으로 의도한 조명은 그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죠.

하지만 보다 넓은 시선에서 조명과 주변 상황을 봤을 때, 그 조명이 주변과 잘 어울리는지 그리고 특히나 어떠한 이미지를 주는지를 무조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예쁘거나 유행하는 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공간의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따라서 공간의 분위기와 맞는, 구체적으로는 공간의 전반적인 이미지와 어울리는 조명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죠.

라인 스토어의 조명. 화장대같은 느낌의 이미지로 라인 스토어의 분위기와 브랜드에 맞는 조명을 사용하였다.

매번 공간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지만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관점입니다.

특히 특색있거나 분위기 있는 공간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내 시각에서는 분위기에 맞아 보이더라도 막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물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잘 짜여진 공간이더라도, 공간에 오는 사람들은 그 분위기와 이미지를 심각하게 분석하지 못한다고 말이죠.

그것도 맞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이미지를 분석하지는 않을지라도 충분히 감성적인 인식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사람들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불균형적이고 불균등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한국 민속촌 야간개장 전경. 달의 모샹을 한 원형의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위의 한국민속촌에서의 원형 조명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달'의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야간개장 테마도 '달빛을 더하다'로서, 관람객들은 '달'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뇌리에 강화시킬 수 있을 것 같네요.


틈새를 공략하는 빛


틈새광이라고도 하는 이번 유형의 빛은 우리로 하여금 특별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APMA의 전시회 전경. 어두운 현재 위치와 밝은 외부의 공간이 대비된다.

위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예시처럼 조명을 통해서 현재 위치와 다른 공간의 대비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대비는 현재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에 호기심을 갖도록 이끕니다.

이러한 유형의 조명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조명을 통해서 그 공간의 이미지를 미리 느낄 수 있습니다.

위의 공간은 따스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다가오네요.

이태원에 위치한 사운즈 한남의 모습. 틈새로 보이는 풍경에 은은한 빛이 가득하다

위의 사진은 사운즈 한남의 모습입니다.

공간의 브랜드를 추구하는 JOH&COMPANY에서 운영을 담당하는 사운즈 한남은 '도심 안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막힌 벽이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의 통과가 사운즈 한남이 가진 많은 브랜드로 우리를 이끄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운즈 한남의 한 공간.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틈새광을 보면, 틈새로 빛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그 틈새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틈새의 크기는 얼마나 크고 작아야할지, 틈새의 모양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틈새는 어느 곳에 있어야 할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재 있는 공간에 대해서 사용자가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문화비축기지의 T-4 복합문화공간. 야간시간대에 건물 내부 조명이 켜져있다.

문화비축기지의 T-4 복합문화공간을 야간에 방문했을 때 공간 내부에는 밝은 빛이 은은하게 나오고 있는 한편, 밖에는 어둠이 가득했습니다.

어둠 때문인지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죠.

아쉽게도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공간 외부와 내부의 공간이 완전히 반대됨으로써 많은 인상깊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현재 처한 공간의 상황과 얼마나 어떻게 대비시킬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현재 공간에서 주고싶은 이미지와 다음 공간에서 주고싶은 이미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조명을 통해 어떻게 이 둘을 연결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없이 조명을 단순히 밝히거나 조명색을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근처 공간. 무언가 힙한 곳이다.

틈새의 빛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끕니다.

그리고 현재의 공간과 다음의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우리에게 신선한 경험을 줍니다.


네온사인, 글자와 빛의 만남


네온사인은 우리 곁에서 재밌는 문구로 찾아볼 수 있는 조명인데요.

라인스토어 가로숲길 점에서 볼 수 있는 네온사인.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해준다.

사실 2030대 청년들의 인스타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삶에는 '감성글귀'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고, 그 감성글귀를 은은하면서도 매력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네온사인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네온사인을 조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조명이란 어느정도 공간을 밝히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제가 빛을 주제로 한 글에 네온사인을 추가한 것은 네온사인이 거의 유일하게 특정한 문자나 문양으로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익선동에 위치한 식당 '반기다'. 식당의 이름이 네온사인으로 표현되어 있다.

다른 조명의 경우, 색감이나 전구의 형태 또는 조명이 비춰지는 상황 등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특정한 이미지를 부여하지만 네온사인은 다르죠.

특정한 문구와 문양을 포함하는 네온사인의 특성으로 인해서 분명하고 객관적인 스토리와 이미지를 전달하기 용이합니다.

따라서 공간 사이사이에 필요시에 네온사인을 활용하는 것도 매우 좋은 조명디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은 주체적인 신체적 교감이자 자신의 세계에 대한 확장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객관적으로 공간의 이미지를 전달하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는 모더니즘적 건축으로 회기할 가능성도 다분하죠.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인간이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을 '신체적 사유'에서 찾았습니다.

메를로 퐁티는 인간은 공간을 인지하고 인식할 때는 단지 시각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온 몸의 신체적 반응과 신체의 총체적 인식을 통한다는 주장을 펼쳤죠.

네온사인은 아니지만 네온사인스러운 문양.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적절히 객관적인 인식을 가능케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세계를 향한 무한한 사유를 가능케 합니다.

어쩌면 네온사인은 무한한 상상력을 가능케하기 위해서 약간의 객관적 도움닫기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 브랜드를 대표하거나 제품ㆍ서비스를 함축하는 문양을 네온사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좋은 사례이죠.


지금까지 조명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단지 조명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에 대한 글이라기 보다는 빛을 통해서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글입니다.

저는 공간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다양한 요소가 공간을 공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빛'이란 공간을 돋보이게 해주기도 하며 공간의 브랜드와 분위기를 결정짓기도 하죠.


항상 끝없는 고민을 강조하며 다음글에서 봽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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