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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nt Nov 13. 2023

[K-직장인의 아프리카 여행기] 0. 프롤로그

아프리카 갑니다. 진짜 갑니다.


“넌 나중에 뭐 하고 싶어?”. 꽃잎만 떨어져도 재밌던 수능을 앞둔 고3 시절, 야자시간이던가, 공부를 하기 싫었던지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사실 공부가 일이고, 미래라고 해봐야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전부인 고3에게는 숨이 턱 막히는 질문이다. 나 또한 막연하게나마 '자유'를 꿈꿨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던 것 같다.

조금 망설이다 대답했다. ”세계일주 하고 싶어." 정말 막연했지만 너무나 자명하게 내가 좋아해 온 것이고 특히나 세계지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세계 곳곳의 지형들, 도시들, 문화들을 내 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싶었다. 그리곤 덧붙였다. "30살 전엔 그래도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어."


곧 30을 앞둔 (아직 일 년 남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30살도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어린 나이지만, 학교 안 세상이 전부인 19살의 눈엔 30은 어엿한 어른이었고, 응당 어른이면 당연히 용기 있고 주체적이 삶을 살아낼 것이라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막연한 나의 꿈을 30살을 일 년 조금 남긴 2023년, 28살의 내가 이루게 됐다. 아직 완벽한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모든 대륙을 충분히 여행했다 생각한다면 이것이 세계일주가 아닐까.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혹은 내 글을 읽어왔던 사람이라면 내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다녀왔고, 앞으로도 다니려고 하는지 알 것이다. 모르겠다면 지금 이 글을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뒤로 가기]를 눌러보면 된다.


물론 추석 연휴를 포함한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K-직장인에게 3주 휴가란 흔히 오지 않을 기회임을 직감했고, (내가 이 회사에 10년을 다녀 장기근속휴가를 받는다면 모를까..) 이런 기회에 편히 그리고 흔히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조금은 멀리 그리고 의미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또, 코로나 이후 최근 여행지가 사전 답사에 가까웠던, 내 기준 여행과는 조금 먼 곳들이었기에 슬슬 배낭 하나 둘러메고 떠나는, 여행다운 여행에 갈증을 느끼던 터였다.


고민의 과정은 길었지만 요약하면 "지금도 망설이면 나중엔 절대 못 간다"라는 내 마음속 한마디가 결국 나를 스카이스캐너 앞으로 이끌었다. 마지막까지 나를 괴롭히던 최종 후보지는 이집트/멕시코였는데, 두 나라 모두 아프리카 여행보단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지금이 아니어도 가까운 미래에 다녀올 수 있을 것만 같은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기 위한 용기를 얻는 데까진 한참이었는데, 결심하는 데엔 순식간이었다.


“미지의 세계는 빨리 다녀올수록 좋다”는 나의 여행지론도 한몫했다. 유럽을 8개월 동안 돌아다니기 전의 나와 후의 내가 다르고, 2달간의 남미여행을 다녀오기 전의 나와 후의 내가 다르다. 경험은 단순히 스택처럼 하나하나 쌓이는 게 아니라, 기존에 내재되어 있던 나의 경험들과 결합되어 발산적 사고를 이끌고, 그 사고들이 모여 내 세상을 확장시킨다. 즉, 하나의 새로운 경험은 +α를 가져오고 α 의 크기는 기존 내 세상의 크기에 따라 다르며, 이는 체감상 과장 조금 보태 이차함수를 따르는 것 같다. 내재된 경험이 많은 만큼 연결고리가 많은 것이니까.

최근 들어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이 없는 고민들을 하게 됐다. 나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경제력과 체력을 가짐과 동시에 이런 날들이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을 수 있겠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런 고민 속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조금은 다른 그리고 조금은 더 멋지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했기에, 무작정 회사를 그만둘 날만을 기약할 순 없었기에 "일단은 가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두가 갈 엄두조차 못 내는 곳이기에, 그리고 꽤나 돌아다녔다고 자부하는 나 조차도 그랬기에 순간순간의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었다. 어쩌다 운이 좋게 동행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는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들을 동행들에게 털어내는 바람에 모든 걸 자세히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많이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하필이면 또 최근에 벌린 일이 많아 얼마나 잦은 간격으로 내가 연재할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짬을 내어서라도 담아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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