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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클베리 Jul 31. 2022

아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함께 키보드를 두들기는 상상

#아다마스 #지성 #이보영 #같은 일을 하는 부부 #개발자 수필

'아다마스'. 며칠 전 첫회가 방영된 새 드라마다. 


좋아하는 탤런트 중에 '지성'이란 배우가 있다. 


연기도 연기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선한 강직함'이라고 해야 할까. 직접 만나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마가 아닌 다른 방송에서 그의 현실적인 모습을 본 적도 없는데 그는 나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 역시 탤런트 '이보영'이란 배우다. 작년에 '마인'이란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이들 중 누가 주연을 맡든 인기 순위 1위까진 아니어도 늘 마지막화까지 재미있게 보았으니 작품 선정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무엇보다 결혼한 탤런트 부부가 남녀 모두 주연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인기를 얻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 두 사람은 함께 그 일을 즐길 거야. 대본도 서로 봐줘가며 상대방의 연기가 성숙해지는 걸 돕겠지. 힘들 땐 아는 만큼 큰 의지가 될 테니 분명 서로에게 큰 축복일 거야.


육아, 전업, 이혼 그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결혼 후 어느 한쪽은 배우 본업보다는 다른 일을 하거나 때때로 화면에서 보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지성, 이보영 부부는 둘 중 어느 쪽을 드라마에서 보게 되든 다른 한쪽은 어떤 드라마를 할지 궁금해지고 결국은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부러움의 원인은 나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그들처럼 배우라는 직업을 갖진 못했지만 나 역시 아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함께 키보드를 두들기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건 아낼 처음 만나고 얼마 안 되어 아내 역시 나처럼 컴퓨터공학 석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더군다나 졸업논문까지 데이터베이스 트랜잭션 처리라니.


그렇다 난 개발자다. 아내와는 떨어져도 키보드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당시만 해도 좀처럼 구하기 힘든 컴퓨터 공학 DBMS 분야의 석사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었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가며 함께 개발 프로젝트도 하고, 쉬거나 할 땐 함께 게임도 하고, 논문도 함께 읽고 서로 회사에서 업무상 힘든 일이 생기면 도와주고 아는 만큼 격려하고 빈 틈을 메워주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꿈을 꿨다. 


그러다가 수년 전 어딘가 뉴스에서 본 어떤 개발자 부부처럼 함께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실리콘밸리에다가 스타트업을 차려 돈도 많이 벌고.


하지만 그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내는 컴공 석사 주제에 컴퓨터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개발을 싫어했다. 데이터베이스는 DBMS는 일도 관심 없이 음악을 만들며 기타를 배우러 다니길 좋아했다.


'에이 그래도.. 석사까지 했는데 내가 좀 구슬리면 뭐라도 같이 해볼 수 있겠지.. 전공분야도 같은 컴공 석사 부부가 그럴 리가 없잖아~ 시간이 지나면 그래 좀 더 마음을 터 놓고 가까워진다면..'


아니었다. 


난 결혼 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왜 아내가 컴공 석사 그것도 데이터베이스를 전공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소심한 성격상 싫다는 사람에게 같이하자 같이하자 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보다 포기가 빨랐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태어나고.. 


그 좋아하던 사진도 더 이상 풍경이 아닌 아이들이 되었을 때


DBMS는 시스템은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따위는 나 혼자 하는 걸로 만족하면 되는 일이 되었다. 


정말로. 

몇 달 전 중고차를 들인 후로 아내는 많이 바빠지기도 했고..


대신 아내가 어디 같이 가자 뭐라도 같이 하자 하면 피곤하다 투정 부리면서도 일 많다 엄살 부리면서도 개발을 같이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그거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혹시나 싶어 석 달에 한 번쯤 바뀌는 아홉 살 첫째의 꿈이 소프트웨어 개발이 되진 않을까 흑심을 품어봤지만 오늘 아침 딸은 나에게 그랬다. 


'아빠! 나 건축가 될 거야! 1층엔 마음껏 골라서 먹는 식당이 있고 수영장도 있는 호텔 지어서 엄마랑 아빠 거기서 살라고 주고 싶어.'


고맙다. 아내도 딸도.


그런데 참.. 지성 부부는 왜 볼 때마다 부러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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