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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벡스 Jul 24. 2020

기록하는 삶
디자이너의 영감 노트

기록의 쓸모


낯선 것에 눈이 한참 머무를 때, 기분이 이상할 때, 좋은 글을 읽었을 때, 쓰고 싶은 글이 있을 때, 기획하는 순간의 기분과 감정,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기록을 한다. 무 쓸모의 수집이자 '쓸모의 재발견'이다. 다른 이들에겐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내게 감동을 주는 것들을 잘 수집해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란 생각에 기록을 해가는 과정이 즐겁다. 기록을 하는 과정에서 하루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도 조금 풀리면서 나름 정리가 되는 걸 느낀다. 나만의 쓸모를 찾기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될 수 있다. 기록된 것을 직업이나 자신의 삶과 연결할 수도 있다. 이를 '실행'이라 부른다. 관찰과 실행, 그 사이를 이어주는 기록, 내가 마케터로서 기록을 시작한 이유다.  P037


온전한 디자이너

나는  UI/UX 디자이너다. 하나의 사이트가 완성되기까지는 사용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긴 과정이 이어지게 된다. 수십 번의 회의를 거쳐 기획을 하고 디자인에 반영하고, 수차례 스크립트를 짜는 고난의 과정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만의 언어로 다듬어 알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일이다. 고객의 편리함과 유익함을 전달하기 위해 클라이언트,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들의 노고가 녹아져  완성되니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일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 적었던 글, 고민과 포부, 지키지 못한 계획, 동료들과 나눈 대화들을 기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기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재빠르게 기록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업무시간에 한 줄


태도에 관하여

뭘 해도 다르게 하는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 자기의 신념으로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로부터 일의 내용이 아닌 ' 일의 방식을 배우곤 한다. 함께 일하다가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본받고 비슷해지고 싶어서 따라 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냥 전달하고 소통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의도와 감정 그리고 생각의 삼위일체가 잘 전달되는 것입니다. 업무 보고서에 팩트만 적을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적어야죠.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어서 남들의 업무 보고서를 하나하나 읽고 심지어 댓글도 답니다. '와 파이팅이에요!'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일을 조금은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참 별것 아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행복과 즐거움은 그놈의 '일' 때문에 잊고 삽니다. 일하는 것이 그냥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 그 즐거움을 회복시켜주는 것, 그게 리더가 할 일 아닐까요. P055


© wwwynand, 출처 Unsplash

내가 기록한 상사의 피드백 & 상대방에게 기록될 나의 피드백

피드백의 뜻은 결과를 알려주어 앞으로 일어날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 일의 결과를 알려줌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더 나은 혹은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의 피드백이 후배들에게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한다. 피드백은 위에서 아래로만 주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인 것 같다는 생각에는 다들 공감할 것이다. 피드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의 내 마음은 크게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일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거나,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싶거나, 어떤 피드백이든 궁극적인 목표는 '더 나은 결과'다 그러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1. 좋은 환경과 좋음의 기준 만들기 : 어떤 글이 목적에 닿을 수 있는 글인지 알 수 있도록 주위에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혼자 힘으로 잘해가기는 정말 힘들다. '시간을 줄 테니 알아서 잘해봐'가 아니라 팀원들이 함께 끌어주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2.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 상대방을 알지 못하면 결코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3. 나만의 감정 객관화하기 : 감정을 꼭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객관적으로 말해보려 노력한다.
4. 의도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고 의도를 분명히 밝히는 것, 어렵지만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5. 생각할 빈틈 주기 : 빈틈과 여백은 머릿속에 생각할 공간을 만들어 준다. P061~62


대중적으로 마니악 하기

알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 역시 상당히 대중적이다. 브랜드 철학이나 메시지가 전하는 자기다움이 확실한 '소수만 알고 싶은 브랜드'로 생명력 있게 움직이는 것 같다. 디자인 콘셉트를 잡을 때 해당 브랜드의 타깃층이 어떤지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어야 비슷한 콘셉트를 뽑아낼 수 있다. 대중적으로 타기팅 할 것인지... 마니아적으로 타기팅 할 것인지...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많은 사람에게 팔되, 마니아들을 고려한 특별한 브랜드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란 쉬운 과정이 아니다. 나만의 것, 나만의 색깔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결과물들을 내 언어로 만들어 바꿀 수 있다. 설령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 해도 모방하는 과정에서 서투르게나마 나만의 언어로 바꿔냈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보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집 정리 하기 그리고 지금의 일이 재미있고 좋다.


좋아하는 것, 나만의 것을 찾을 때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 중에는 '모방'이 있다.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을 때,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좋아 보이는 대상, 멋져 보이는 대상을 똑같이 따라 해 보라는 것이다. 표절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디자이너 왜 이렇게 했을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했을까? 계속 나에게 묻고 탐구하며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모방으로 시작한 행동이 어느새 나만의 것으로 발전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나만의 것, 나만의 언어와 색깔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내서 나만의 언어로 만들어나가고 거침없이 표현하자.


책에서 만난 질문

사람마다 어떻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는 다르겠지만 그들에게 좋았던 영감도 나에게는 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감을 동력으로 만드는 데에는 저마다의 방식이 필요한데 나는 보물 같은 나만의 영감을 주로 유명 디자인 벤치마킹 사이트에서 찾고, 구글에 즐겨찾기를 해 놓는다. 즐겨찾기를 할 때 폴더별로 인덱스 해 놓으면 적재적소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 어느 순간 벤치마킹한 자료들이 서로 섞여 새롭고 유쾌한 아이디어로 연결이 된다. 또한 색을 잘 섞으면 매우 오묘하고 신비한 색이 나오게 되는데 나의 스킬과 아이디어가 만나 매우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주로 스마트폰 메모 앱, 녹음 앱, 굿 노트, 인스타그램 저장 기능, 매일 밤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누군가의 글이나 사진, 브랜드의 이야기, 기획된 콘텐츠 등 눈에 걸리는 것들은 모두 저장한다. 하루 동안 나에게 온 영감을 이렇게(내 안에서) 체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불완전한 영감을 의미 있는 영감으로 만들려면 내가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글 쓰는 작가라면 글의 소재를 찾는 것일 테고, 마케팅하는 사람이라면 믿고 있는 브랜드에 몰두해 있을 테니 그와 관련된 영감이 찾아올 것이다. 뭔지 몰라도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 때면 무조건 그 느낌을 어딘가에 잡아둬야 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내려오는 영감은 없다. P.137


행복한 순간이란

<인생 술집> 강하늘 편을 보면 과거는 거짓말이고 미래는 환상일 뿐이라고 한다. 우리의 힘이 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과거도 미래도 오직 '지금'만이 우리 힘이 닿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딱히 불행하지 않으면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 아닐까 싶어요’라고 말하는 강하늘의 말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행복은 일회용 같아서 뜯었을 때 바로 써야 해"행복은 일회용 같았다. 포장을 뜯자마자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사라져 버리는 나의 행복들. 그래서 뜯었을 때 비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충분히 그 행복을 느끼고 누려야 한다. 행복과 즐거움도 운동하듯이 매일 연습해야 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행복을 느꼈던 어느 날, 나의 행복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컴패션 1 대 1 후원을 시작했다. 내 행복이 넘칠 때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P173


나를 바꾼 세 가지 기록


회의록
나의 회의록에는 날짜, 참석자, 주제를 적고 중요하게 논의 한 내용과 아이디어, 이슈들을 적곤 한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기록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논의하고 결정되면 적어놓는데 회의록 옆에 그날의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려 넣는다.  아이디어가 기획이 되고 그것이 현실로 만들어지기에 대화에서 스쳐가는 아주 작은 것들도 적어두는 게 좋다.

컨셉 노트 
디자인하면서 컨셉 노트는 아주 중요한데 내가 잡는 컨셉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게 나오게 된다. 관련 데이터나 트렌드 타깃층과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벤치마킹도 충분히 해서 기본 방향을 잡고 가야 디자인에 녹일 수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아이콘이나, 컬러, 비주얼 등을 녹여 그들의 브랜드를 탄생시켜야 하니 아주 중요하다. 여기에 각자의 컨셉노트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디자인 속도가 빨라지니 업무능률에 도움이 된다.


그림일기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일기를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장점은 나중에 보면 한눈에 어떤 심정이었는지 그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초등시절 그림일기를 연상하시면 되는데 그때는 왜 그리 싫었던지.. 하지만 지금은 재미도 있고 기록도 할 수 있는 그림일기를 강력 추천한다.


단언컨대 40대는 30대만큼 재미있으며 앞으로 더 재미있을 거라고, 20대, 30대, 40대가 될수록 확실히 체력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경험치가 쌓인다고, 어릴 적에는 무언가 하기 위해 10을 써야 했다면, 40대인 지금은 7을 경험해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7을 이미 알고 시작한다는 대답이 매우 흥미로웠다. 경험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7인 셈이다." P.190


며칠째 미라클 모닝이 되는 것이 아주 신기하다. 아마도 글쓰기의 흥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런 좋은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기에 열심히 힘들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쓸모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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