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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바다 보다 Oct 09. 2022

자연에서 실용적인 기술들을 자연히 체득하는 일.

울릉도 한 달 거주기 #4


     울릉의 바다는 넓고, 맑고, 푸르다.


 초가을 정오의 따뜻한 바다에서 매일 노닐고 있다. 서울서 회사 다닐 때 늘 배워야지 생각만 하고 끝끝내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원체 물을 좋아하기에 매일 바다에 가니 어느새 자연스레 물에서 뜨고, 손발을 저어가며 자유롭게 바다를 노니고 있다. 울릉도의 해변에는 모래가 없다. 동글동글 큰 자갈이 깔린 몽돌해변이라 해수욕을 해도 모래 범벅이 되어 귀찮을 일이 없다. 또, 바다 곳곳에 바위가 많아 돌들을 잡아가며 안전히 수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십 년이 돼도 못한 일을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한 번에 익혔다.


 


 울릉의 바다는 풍요롭다.


 그리 깊지 않은 바다에도, 돌마다 뿔소라가 붙어있다. 채집은 인간의 본능인지, 무언가를 잡을 때마다 작은 환희가 차오르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잡은 해산물을 손질하는 기술이 날마다 늘고 있다. 소라는 해감하고 껍질을 깨끗이 닦은 후 된장 한 스푼과 소주 약간을 넣고 삶아 내장을 발라낸다. 직접 잡아, 손질하고, 요리하여 먹는 음식은 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살찌운다.


 낚시도 배워 본다. 숙소 앞 거북바위에서 냉동새우를 끼운 낚싯대를 드리우면, 손바닥만 한 돌돔이 올라온다. 잡아먹기는 조금 미안한 귀여운 생김새. 비늘을 잘 손질해서 뼈째회로 먹는다. 낚시는 잡히는 순간의 희열도 좋지만, 찌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동안의 바다와 나만의 고요함이 좋다. 이래서 시간을 낚는다고 하는 거였나. 뭐, 잘 못 잡는 초보의 변명일지도.



 운 좋게 이웃주민이 배낚시로 낚은 신선한 방어 한 마리를 얻은 날에는 회 뜨기도 배웠다. 비늘을 잘 벗기고, 해체해서 잘 닦고, 결대로 조심히 썰어낸다. 껍질을 벗길 때 생각보다 손에 힘이 많이 필요하더라. 아, 키 포인트는 물기 제거이다! 물기를 잘 제거할수록 쫀득한 육질이 살아난다.


 인간의 삶이 이토록 복잡해져 작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된 것은 아마도 지나치게 고민한 탓이리라. 도시에서 나를 괴롭히고 또 해결치 못해 쌓이고 뒤엉킨 모든 상념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은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인생의 단순한 진리일 것인데, 너무나 고민해서 꼬여버렸던 것 같다.


 울릉도에 오니, 바다와 나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만 존재한다. 이웃과 적당히 협동하여, 먹을거리를 구하고, 나누고, 먹는다. 그리고 수영하기, 멍 때리기와 같은 바다와 나 단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진다.


 오늘의 바다는 조금 사납다. 바람이 불고, 통구미 항에 파도가 넘친다. 이런 날은 창문 너머로 바다를 보며 글을 쓴다. 나는 매일 오늘의 바다를 보고, 오늘의 바다보다 조금 더 잘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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