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니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마디 Mar 29. 2024

서문

1. 일하는 사람

일이란 뭘까.

자리에 나를 맞추는 일.


지난 11월, 일본 여행 출국 날 새벽.

집을 나서면서 드로잉북을 챙기려는데 늘 쟁여두던 새것이 없었다.

언젠가 자투리 종이를 모아 호치키스로 찍어놓았던 종이 뭉치를 부랴부랴 찾아 꺼냈다. 중구난방 튀어나온 모서리를 잘라내고, 대충 반으로 뚝 자른 정사각형 두 권을 가방에 넣었다. 일본에서 사서 써야지, 하고서.


그런데 웬걸, 코딱지만 한 물건이 끝도 없이 진열된 나라에서 무지 드로잉북만큼은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고, 헐레벌떡 들고 나온 임시 드로잉북을 모서리가 헤질 때까지 알뜰살뜰 채워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사각의 종이에는 유난히 제복 입은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조용한 뒷모습을 보고서야 '이 드로잉북이 일본에 딱 어울리는 모양이었구나' 알았다.

한 공간에서 역할로서 살아가는, 깨끗한 스퀘어에 몸을 맞춰 넣어 FM으로 살아가는 보폭이 작은 사람들. 전철역, 주방, 골목길, 담벼락, 어디서든 유니폼을 입으면 지금의 자리가 곧 일터가 되고 그의 행동은 일이 됐다. 그것이 비록 가만히 기다리는 일일지라도.


'일이란 뭘까' 하는 생각에 기다리는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 이 책을 만들었다.




여성경제신문 <더 봄> 코너에 <윤마디의 유니폼>시리즈를 연재하고있습니다. 격주로 업로드 예정입니다.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10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