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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캐서린 비글로우 언니!!!

by 마냐 정혜승

백악관 상황실로 출근한 올리비아 워커 대령(레베카 퍼거슨)은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와 다정하게 인사했고, 결혼을 앞둔 동료와 웃고, 동해(영화에서는 일본해) 부근에서 뭔가 발사된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졌어도 별것 아닌 것 같았다. 북한이 또 뭘 쐈나, 우리 같아도 그리 여겼을 상황.


통상적 미사일 발사 시험이나, 억만장자가 실수로 신고하지 않은 위성을 발사한 것이라 생각한 이들이 이게 미국으로 향하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미국 폭격까지 20여분 남은 상태. 다급하게 미사일 요격 작전에 나선다. 그런데 억만금을 쏟아부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명중률이 61%. 동전 던지기 확률이라고? 총알로 날아가는 총알을 쏘는게 쉬울리가..


극장에서 나오려다, 예정에 없이 한편 더 볼 시간이 생겼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라 그냥 봤다. <폭풍속으로>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몇작품 안봤어도 전남편 제임스 카메론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분. 오스카에서 처음 감독상을 받은 여자. 믿고 보는 그가 벌써 70대 노장이 되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하우스오브다이너마이트, 아드레날린을 어마무시하게 끌어올린다. 그 직전에 본 영화 <리 밀러>도 좋았는데, 희미해질 정도. 영화는 문제적 20여분을 다른 주인공 입장에서 세차례 반복해서 보여주는데도, 내내 긴장에 숨이 가빴다.


진짜 북한이 쏜 것인지, 러시아인지, 중국인지, 적이 확인되어야 반격도 하는데 어느 쪽도 명확하지 않다. 저마다 굳이 쏠 이유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그럴 법 하기도 하다. 수없이 훈련했어도 실제 상황은 저마다 혼란. 예상되는 도시에 핵이 떨어지면 최소 1000만명, 낙진 피해 100만명 더해 1100만 명이 단번에 희생된다.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에 살고 있으면서 잊고 있던 현실이다.


대통령(이드리스 엘바)은 농구장 방문 행사 도중 소식을 듣고 헬기로 이동한다. 난리 와중에 참모와 소통은 화상채팅인데 매끄러울리 없지. 늘 검은 가방을 들고 옆을 지키던 군인은 핵버튼 설명에 나선다. 준비된 시나리오는 여럿. 초강경 초토화 매운맛부터 순한맛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다고 해서 어느 나라를 어느 수위로 공격할지 20분 내에 결정해야 한다고? 참모들도 비둘기파 매파 난리다. 혹시 불발탄이면? 진짜 핵공격이 아니었다면? 미국은 이대로 핵공격에 나서도 되나? 근데 미국이 공격 받는 상황에서 옳다구나 적들이 가세하는 거 아냐? 누가 안전보장 해주지? 과연?


심장 조이는 맛이 일품인데 일촉즉발 상황에서 우왕좌왕 난리법석인 이들이 너무 현실적이다. 악당도 없고, 소박한 직장인 군인부터 초고위층까지 각자 성실하다. 저마다 가족부터 걱정할뿐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은 매끄럽지 않다. 날라오는 무기나 들고 있는 무기나 위험한 것들로 가득한 집이었다는 것을 다들 잊고 있을 뿐이다.

핵버튼은 언제든 어느 또라이 손이든 넘어갈 수 있고, 현명하고 합리적인 이들도 원치 않은 공격에 나서게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그리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느라 무뎌진 우리 괜찮은걸까?


극장에서 보면 몰입의 짜릿함이 장난 아니다. 그러나 담주에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그때 보셔도 뭐.


AI에게 전세계 핵 보유국 핵탄두 숫자를 물어봤다. 언제 이 정도가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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