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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2박3일> 고한 마을, 가리왕산, 반계리(3)

by 마냐 정혜승




여행가면 하루 왜 세끼 밖에 없냐고 투덜거리며 악착같이 그동네 음식 챙기는 나...이번에는 아침을 모두 숙소에서 해결했다. 음. 요거트와 견과류, 반숙란을 준비하신 온니들 덕에 완전 건강 아침. 하지만 숙소 테라스 풍경이 저러니 넘어가자. 오늘은 어제보다 더 붉다.


정선 고한의 아기자기한 골목 구경에 나섰다. 마을호텔 18번가 골목은 상점들이, 건너편 신촌마을엔 사는 집들이 있다. 새단장한 대문과 창문, 동네를 곱게 가꾼 손길이 세심하다면, 관리 안되는 야생화 정원, 담벼락 세간살이가 오히려 현실적. 연탄재 수거함은 향수를 부른다.


마을호텔 18번가 쪽은 골목 구석구석 귀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수공예로 만든 제품들, 업싸이클링 재활용 공예품 등을 무인판매하는 가게를 보니, 지역 사업에 누군가 무척 애쓰셨다는 느낌. 오전이라 사람이 안보여서, 인기척이 드물었다.

언니가 구입한 아이들


가리왕산 케이블카 인근 #목향, 1.5만원 영양밥 정식에 제육볶음, 도토리묵, 새우장 등 반찬이 몹시 훌륭. 원래 곤드레밥에 곁들인다는 강된장 맛이 깊다.


잘챙겨 먹고 트레킹하겠다고 우리는 20분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탔는데.. 뭔가 정보가 섞였던 모양ㅠ

1300 고도에서 주변 산들의 그림자가 지어내는 산너울 무척 아름다운데.. 주변 데크길이 짧다. 아주아주 가벼운 산책용이다. 기껏 올라왔는데 가리왕산 능선 좀 밟아보게라도 해주지. 1시간 코스라도 좀 열어주지.. 아쉽. 트레킹 코스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았어야 한다는 건데.. 돌로미티가 유명한건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돌아다니며 만나는 절경 덕분.

관광지마다 만나는 조형물은 어딘지 아쉽고, 화암동굴 콘텐츠에 디즈니까지 동원한게 황망했듯 지역 서사와 미감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운탄고도에서, 가리왕산에서 만나는 산들의 파도, 산너울에 감탄하다보면..이곳은 좀 더 근사하고 세련된 관광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다른 산업이 들어설 여지가 적은만큼 산 자원이 아름다운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정선에서 서울 가는 길, 중간에 쉬어갈겸 들렸다. 1300년 세월 품은 은행나무는 그저 경이롭다. 며칠 뒤엔 황금빛 절정에 달할듯. 신령스러운 나무의 축복을 얻어본다.



아낌없이 내어주고 챙겨주고 나눠주는 H온니와 불고기 저녁으로 2박3일 여정 마무리. 달지 않은 불고기에다 육수에 밥말아 먹으니 뭔가 보양식 느낌. 운전은 내게 고생보다는 놀이이건만, 온니 마음은 또 그게 아니니까 납죽납죽.

이번 정선 2박3일 완벽했다. 탄광촌에서 카지노 마을로 변신했다지만, 산의 품에서 숨쉬는 여정이 황홀한 곳이다. 운탄고도 산너울이 여전히 아른거린다는 온니들과 꼭 다시온다.


#마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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