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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생 Aug 08. 2023

1. 정상과 비정상에 대하여

우영우는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2022 하반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관한 얘기를 뒤늦게 해 보겠다. 드라마 반영 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발표회에서 우영우 역을 맡았던 박은빈 배우가 '정상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답한 말이다.


과연 우영우만 이상한 것일까.... 너무나 수월하게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는 반면 그 다름을 크게 인지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과연 정상은 무엇이며 비정상은 무엇이며 이상하다는 것은 어떤 보편성에서 나오는 것인가이다. 아무래도 ‘동류’라고 느끼면 사람들이 마음을 확 크게 여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이상함으로써 사람의 고유한 특색을 덮는 느낌이더라. (배우 박은빈)


정상과 비정상

배우 박은빈은 과연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이며 이상하다는 것은 어떤 보편성에서 나오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일까. 통계적인 개념을 생각해 보자. 통계에 따르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온전히 왼손잡이일 확률은 20세 이상 한국인이라는 가정하에 약 3.9%에 불과하며 양손잡이일 확률은 7.8% 정도이다. 즉, 이 글을 읽고 있는 10명 중 한 명정도가 왼손잡이 또는 양손잡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보면


지적장애 분류 기준 중 하나인 IQ(Intelligence Quotient) 테스트는 보통 평균 100, 표준편차 15인 검사이다. 지능 지수가 70 이하인 경우 지적장애의 분류 기준 하나를 충족한다. IQ는 일반적으로 표준정규분포를 따르도록 설계된 지수로 어떤 한 사람을 임의로 선택했을 때 그 사람이 지능 지수가 70 이하일 확률은 약 15.87%, 즉 100명 중에 약 16명의 사람이 지능 지수가 70 이하인 것이다. (IQ 70 이하는 지적장애 분류 기준 중 하나일 뿐, 70 이하라고 해서 전부 지적장애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수치적 기준에 관하여

만약 다수를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면 왼손잡이와 아이큐 70 이하의 인구는 소수에 속하므로 비정상이다. 그리고 10%의 왼손잡이는 16%의 수치보다 낮으므로 70 이하보다 더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단지 정규분포곡선의 끝에 있거나 소수의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기준을 정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에서 전체 장애인 비율도 약 16%이며, 비전염성 감염과 평균 수명의 향상으로 이 수치는 가까운 미래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과연 16%라는 수치를 적은 수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장애인으로 정의되는 인구수가 비장애인으로 정의되는 인구수를 넘어선다면 그땐 비장애인이 비정상, 장애인이 정상이 되는 것인가?


사회적 시선으로 나뉘는 기준에 관하여

왼손잡이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은 있지만 고쳐야 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물론 그런 시대도 있었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왼손잡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반면, 시청각장애나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를 가지면 사람들의 동정을 받으며 반드시 고치면 좋을 것이라고 인식되곤 한다. 과연 장애는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정의되고 꼭 고쳐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하는가?


대학 시절 특강으로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항상 나를 애잔한 시선으로 보며 ‘힘드시겠어요.’ 말을 건네곤 한다. 나는 원래 눈이 안보였고 이게 나한텐 정상이다. 눈이 보이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힘들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겐 힘든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다."



정상에 맞추며 살아가는 것, 비정상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어떤 식으로 접근해도 완벽하게 모든 면에서 '정상'인 존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우리는 예외 없이 이상한 면을 한 구석에 가지고 있다. 노래를 심각히 잘 부르는 사람 혹은 음치인 사람, 왼손잡이, IQ가 높은 사람 혹은 낮은 사람,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 '정상'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도 어렵지만 편의상 '정상'을 인구통계학적으로 평균 또는 다수에 속하는 것이라고 간주해 보자. 정상을 완벽한 이상으로 정의하고 그것에 우리를 끼워 맞추려고 애쓰는 것은 미역국에서 생선 가시를 찾는 것과 같이 불가능한 것에 힘을 빼는 것이며 우리 모두 평균적인 틀에 갇혀 똑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꼴이 될 것이다.


특수교육과 관련하여 Nomalization(정상화)라는 용어가 있다. 1970년대 미국 교육 심리학자 Wolfensberger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특수교육대상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적 서비스와 기회를 가능한 한 일반 교육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원칙과 방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오해해 장애인을 정상에 맞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Wolfensberger(1972)는 Nomalization(정상화)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문화적으로 바람직한 행동과 성격 특징을 형성하거나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문화 규범 내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장애를 정상이라는 기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일부로 인식되어야 하고 그들의 능력과 요구에 맞춘 적절한 사회문화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용어로 Inclus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한국어로 ‘포용’이라고 번역되어 사용되는데 여전히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인을 포용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본래의 철학을 보면 비장애인의 주류문화에 장애인을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노인, 어린이, 여자, 남자, 발을 다친 사람, 유모차를 끄는 부모 등 모두의 개성을 그대로 두고 이들을 모두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회의 역할을 말하고 있다.

정상에 맞추는 것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


Extraordinary Attorney Woo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목이 영어로 번역될 때,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weired(이상한)' 대신 '비범한', '특별한'을 뜻하는 'Extraordinary'가 사용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사실 어원을 따지고 보면 Weired 가 처음부터 지금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Weird"는 고대 영어인 "wyrd"에서 비롯되었으며 운명, 운명의 신, 혹은 운명의 힘을 의미하는 단어였으나 이후 중세 영어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운명을 관장한 여신들의 조각상이 '이상하고 무섭게' 생겨서 지금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Weired(이상한)와 Extraordinary(비범한)를 가른 차이는 언어의 의미가 사회의 판단에 의해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이다. 언어의 고유한 의미가 사회 속에서 변한 것처럼 순수한 개인의 특성은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고유함을 덮어버리는 부정성을 내포하게 될 수도 있고 비범한 하나의 특성이 될 수도 있다. 사회를 보통으로 수렴하도록 만들 것인가, 각자의 고유함과 다양성으로 이해하여 넓고 포용적으로 만들 것인가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 한정하여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 보통에서 벗어난 면을 가진 특별한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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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왼손잡이 비율: 국가정책연구포털 https://www.nkis.re.kr/subject_view1.do?otpId=B09002700022557&otpSeq=0&popup=P

장애인 비율: WHO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isability-and-health

어원 출처: https://www.etymonline.com/word/we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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