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상북도 여름휴가 - 0. 프롤로그
지금 살고 있는 곳의 구호 혹은 슬로건을 알고 계시는지? "행복한 변화 사람사는 동작", "탁트인 영등포", "시민이 만드는 행복도시 과천" 같은 것 말이다. 아 이런 게 있었지! 들으면 알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행복"이랄지 "소통"이랄지 "혁신"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많이 써서 그런걸까.
언제부터 이것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1) 초등학교 시절 사회시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조사하는 숙제를 하며 인식
2) 길거리 공사장 가림막에 당최 연관성을 알 수 없는 예술 작품과 함께 붙어있는 문구를 발견
3) 공무원 시험 면접을 준비하며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암기
등의 과정을 거쳤고, 유심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곳에 지역의 슬로건과 마크가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지난 6월 다녀온 여름 휴가지에서 도시마다 다른 슬로건을 보는 게 꽤나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시민/군민/구민들은 거의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 짧은 문구를 만드느라고 엄청난 예산과 노오력이 들어갔을 터다. 노오력을 들여 만들었으면 많이 써먹어야지! 그동안 인식하지 않고 살아왔던 게 무색할 만큼 1km 밖에서도 보일 것 같은 도로 전광판에도 쓰여있고 표지판, 관광지 안내문, 특산품 등등.. 한마디로 엄청 많았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굉장히 어설프고 너무 K스러워서(?) 웃음이 나는(귀엽다는 소리)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했다.
피서는 더위를 피해야 할 만큼 더울 때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6월 셋째 주에 다녀왔다. 거리두기 4단계가 될지, 이렇게 무더울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안동과 경주 말고는 경북에 가본 적이 없어서 지도를 보고 단순하게 붙어있는 도시를 네 군데를 정했다. 봉화-영덕-영양-울진.
봉화군, 영양군 같은 데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슬로건과 캐릭터를 보면 여기서 뭘 봐야 하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감이 왔다.
봉화나 영양같은 데에 관광하러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잘 모르겠지만, 반려인과 여행 스타일이 맞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산과 바다에 푹 절여진 4박 5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