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ncerely yours Aug 20. 2021

경상북도 봉화군

2021년 6월

차를 끌고 경북은 처음이었다. 주로 강원도만 많이 다녔어서 길이 어색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영주까지 가서 국도로 빠졌다. 중간에 단양 휴게소에서 점심도 먹었더니 서울에서 봉화읍까지 4시간 정도가 걸렸다.


봉화는 영화 "워낭소리"의 배경지로 알던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막연하게 농경지가 많은 곳이려나 하는 생각만 했다. 어쩌다가 봉화에 가게 됐냐 하면 숙소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와서 사진 한 장으로 유명해진 '홀리가든'에 예약을 해두었다 (무려 8개월 전에). 코로나 시대에 국내 여행 붐에 요즘엔 1년 예약이 꽉 차있는 것 같지만 작년 11월 즈음엔 듬성듬성 예약 가능한 날들이 있었다. 그날에 맞춰서 휴가를 오게 된 것이다.


숙소 체크인 전에 숙소 사장님께서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추천해주신 여러 곳 중에서 숙소와 가까운 청량사에 가보기로 했다. 청량산도, 청량사도 처음 들었다. 경북에 이렇게 멋진 산이 많은 줄은 몰랐다. 자주 보던 설악산이나 지리산이랑은 또 다른 산세가 펼쳐졌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지리 시간에 수없이 그어댔던 태백산맥 줄기가 지나가는 곳이니 산이 많은 게 당연했다. 봉화에는 태백산사고지도 있고, 유퀴즈에 나왔던 씨드볼트도 있다. 산이 얼마나 깊으면 이런 국가 시설을 여기에 지었을까.


3코스를 따라 입석에서 청량사까지 걸었다

 정보 없이 도착한 청량산. 카카오맵 후기에 어느 친절한 분이 "입석에서부터 둘러서 가면 시간은   걸릴  있어도 경치가 훨씬 멋짐!!"이라는 글을 남겨주셔서 작은 팁을 얻었다. 입석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짧은 산행을 했다. 다행히 길이  닦여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 원피스 차림으로도 걸을 만했다. 산속에서 부는 바람이 정말 시원했다. 30 정도 걸으니 청량사가 멀리 보였다.  중턱에 자리 잡은 모습이 너무 멋져서 계속 감탄을  수밖에 없었다. 바위가 많아서인지 중국 무협지에 나오는  같았다 ( 적은 없지만). 절에서 운영하는 찻집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먹구름이 몰려와 해가 금방   같아서 아쉽지만 서둘러 내려왔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지금 청량산에 왔는데 정말 좋으니  와보라고 카톡을 남겼다.


비나리마을에 위치한 숙소 홀리가든은 방이 두 개뿐이라 일단 조용해서 좋았다. 그리고 침실에서 보이는 산과 밭 뷰는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훨씬!!! 좋았다. sns용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아닌가 싶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경치였다. 고지대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랑 초록 초록함의 조합은 환상의 짝꿍.. 테라스 의자에 앉아 한참을 쳐다봤다. 저녁은 바비큐 대신 봉화읍 하나로마트에서 산 라볶이에 컵밥으로 간단히 먹었다. 이른 아침 퉁퉁 부은 얼굴로 맡은 새벽 공기가 너무 촉촉해서 아, 이 맛에 귀농을 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조식을 먹는 카페 공간도 프라이빗해서 좋았다. 갓구운 식빵에 사과즙을 곁들였다. 매트리스가 나와 맞지 않아서 잠을 꽤 설쳤음에도 예약을 할 수만 있다면 또 가서 묵고 싶은 곳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슬로건을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