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사회자본적 성격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은 구성원 간의 신뢰, 규범, 네트워크, 협력 등을 통한 인간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무형의 자산으로 국가, 사회, 조직 등의 운영 목적과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자본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보통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결합된 다양한 복합체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구성은 구성원, 혹은 구성 집단 간의 안정성, 집단 내 상호협력, 공통된 정체성, 소속감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사회 자본에 대하여 정치이론가들은 문화적 동질성을 통해 두터운 국가정체성을 형성하며, 사회적 통합은 물론 정치적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자본의 영향력은 크게 3가지 구성 특성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세부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사회 자본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사회자본의 영향력은 조직적 관계 특성을 정의하는데 있다. 이는 사회 자본의 관계와 구조적 형태를 대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사회 자본의 영향력이 집단에 대하여 수직적으로 구조화 되던지, 수평적 단체참여로 분리되는지 구분하여 사회 자본의 기능을 설명하는 접근이다. 즉 사회 자본이 통합적인 국가체계의 성격을 의미하기 보다는 구성 집단 간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 사회자본을 들여다 봄으로써 개별적인 사람들 간의 관계를 횡단인지, 종단인지 조정하는 관점이다. 일각에서는 사회 자본의 유형이 수평적인지 수직적인지 확인하여야 한다며, 커뮤니티 안에서의 횡적 연결강화와 종적 연결강화를 통해서 사회관계적 자본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회 자본의 특성은 사회를 구성하는 체제에 대한 기본적인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 가능하다. 즉, 어떠한 사회 조직도 상하의 관계와 수평적인 관계가 존재하는데, 사회적 자본은 이러한 관계의 방향성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사와의 관계를 수직적인관계로 볼 것인지, 계약관계에 의한 수평적 관계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사회 자본은 달라진다. 즉, 양적으로 얼마나 많은 관계가 있느냐가 그 사회의 사회 자본의 양과 질을 결정 짓는 것이 아니라, 상하 수평의 관계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사회 자본의 양과 질의 핵심이라는 관점이다.
셋째, 자연인 간의 관계인지, 사회적 계약관계에 의해 조정되는가에 대한 구성특성이다. 즉, 이익관계에 있어서 개인적인 관계인지, 가족단위 수준, 혹은 사회 전체적 관계인지를 결정하여 사회 자본의 구성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 참여가 개인의 문제인지, 특정 계층의 문제인지, 혹은 국가 전체의 관계 안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인지 대입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최초 조직의 결성과 연합의 배경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짐을 인정하고 있다. 혈연을 중심으로 확장된 사회단체는 전체사회를 위한 사회 자본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혈연관계, 학연관계, 지연관계에 의한 사회 자본 집단은 전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이해관계의 상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사회 자본의 확장을 이해하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위 세 개의 사회자본 구성 체계는 크게는 국가의 구성 특성과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미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다.
스포츠의 사회 자본적 성격은 역사 및 이념적 특성은 물론이고, 사회 및 경제적 특성을 갖는 복합 개념이다. 그러나 스포츠자체가 이념적적이거나 사회상을 반영하기 보다는, 스포츠에 대한 국가의 안목이 그 성격을 정의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민과 정부가 바라보는 스포츠는 상당부분 시각차가 감지되고 있다. 체육계 내부에서도 스포츠를 바라보는데, 상당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한쪽의 스포츠에 대한 관점은 스포츠를 국가위상 제고 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즉, 승리지상주의나, 경제적 도구로써의 대기업 홍보수단으로 보는 관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최근에 대두되는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스포츠를 인간의 삶을 유지시키는 기본적인 권리로 보는 관점이다. 주로 신체자유와 행복추구의 일환으로써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양쪽 어떤 가치를 강조해도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는 대부분 높게 수용되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를 ‘사회 자본(social capital)’으로 보는 관점은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 자본이라는 주제는 다 학제적 개념으로 수용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정치학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과학분야에서 주요 연구주제로 수용되고 있는데, 주로 사회 자본을 측정하거나 그 영향력을 논의하고 있다. 사회 자본의 영향력 범위는 개인에서부터 국가 전체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따라서 사회 자본은 국가 차원에서는 ‘정책자원(policy resource)’로도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자본의 발현 형태는 사회자체 내에서 존재하는데, 스포츠는 이러한 사회자본의 형성과 유지에 매우 기능적인 수단이 되기도 하고, 사회자본의 본질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이미 국가정책의 대상으로 다뤼지고 있다.
스포츠가 정책대상으로써의 가치를 갖는 것은, 스포츠 정책을 수행함으로써 현재보다 이상적인 사회 상태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는 순기능적 관점이 일반적이나, 이 연구에서는 사회 자본으로써의 스포츠를 설명하기 위해 보다 본질적인 특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스포츠의 내재적 특성은 물론 사회자본적 특성을 이해하는데 주력하였다. 이 글은 사회 자본을 ‘아래로부터 시민들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는 Kumlin & Rothstein(2003)의 주장을 배경으로 수용한다. 사회 자본의 원천이 시민사회 자체라는 관점이다. 즉 시민사회가 사회 자본을 창출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수용하였다. 정책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회 자본은 지역사회 안에서 생산되는 집합재(collective goods)와 서비스로 이해된다. 즉, 사회 자체에서 파생되는 자원이 사회 자본이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포츠의 사회 자본으로써의 특성이 부합하는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가능하다.
첫째 특성으로, ‘시민 주도성’을 들 수 있다. 사회 자본이 시민에 의해 생산되는 특성을 갖는 것과 같이 스포츠 또한 지역사회, 혹은 시민사회의 참여와 지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정책적 지원과 경제적 논리에 의해 국가와 기업에 의해 발전되는 부분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기본적으로 국민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다. 놀이로써의 스포츠, 교육으로써의 스포츠, 여가로써의 스포츠 모두에 해당된다. 사회학적 시각으로 시민사회의 자생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사회 자본 창출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전이라는 것이다. 이는 외재적인(exogenous) 개념인 정책 같은 단기적 변화에 의해서는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성 있다. 즉, 사회 자본은 특성상 내생적인(endogenous)이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작용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포츠의 사회 자본적 특성은 시민적이고 자생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사회 자본으로써의 스포츠특성은 ‘사회적 권리(사회권)’이다. 사회 자본은 본질적으로 사회에 대한 개인의 의식, 인식, 참여 행동에 의해 설명되는 사회적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사회권은 의무와 권리를 동반하는 개념이다. 즉, 지켜야할 의미이기도 하며 누구나 대우받을 권리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스포츠 권(sport right)은 이러한 스포츠 권리와 동일개념으로 볼 수 있다. 사회권은 “최소한의 경제적 복지와 보장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유산을 최대한 공유할 권리,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에 맞게 문명인으로 살아갈 권리를 포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권리를 통해 시민으로써의 권리, 즉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민권은 개인이 시민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인 사회구성원(social membership), 즉 ‘상호 호혜적 지위(reciprocal status)’와 더불어 Marshall(1965)의 사회권 개념이 내포하는 사회적 참여를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한다. 보다 온전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과 과정에 대한 참여는 물론이고, 그 진행과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공정하게 수용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한편, 지나친 복지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관점이 있다. 정부 주도의 스포츠정책이나, 국가 중심적인 규범과 참여 유도를 통해서는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운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 자본으로서의 스포츠는 시민의 고유한 권리를 가지는데, 이는 매우 애매한 경계선을 가진다. 스포츠를 권리로 볼 때, 법과 정책이 정한 수준과 시민사회에서 규범적으로 정한 권리의 수준이 일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의 교체기에 대한민국을 뒤 흔든 가치는 ‘인간 존엄’이다. 즉, 기본권과 복지가 가장 중요한 정치이슈로 작용하였다. 기본적 권리는 명시적인 수준을 넘어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나 대다수의 구성원에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모든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스포츠 분야의 ‘미투’ 운동과 ‘위드유’ 운동,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그리고 전 국민의 스포츠참여 권리 보장 등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소 근본적인 가치를 확인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스포츠를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여, 모든 사람의 자유롭고 행복한 스포츠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의 본질이 공유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정립하여, 스포츠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 어떠한 자기 결정권도 박탈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성립될 수 있다. 이 연구의 내용은 ‘스포츠 혁신’은 정책이나 법률적 명시보다는 사회 자본으로써 시민 주도적 규범과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셋째, 사회 자본의 또 다른 특성은 ‘연결성’이다. 사회자본의 특성은 그 형성과정을 통해서도 설명될 수 있다. 사회 자본은 한 사회 내에서 생성되고 발전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형성될 수 있다. 대인 간 관계는 물론이고, 미디어 또한 중요한 사회 자본 형성의 경로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 자본의 특성을 설명할 때는 사회적 연결망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회 자본을 특성을 직접 측정할 때도 사회적 연결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미디어의 직접적인 영향이 아니라도 대중 매체 이용은 대인간 커뮤니케이션에 이용된다. 최근 들어 인터넷과 SNS의 이용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쌍방향 미디어 매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때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현실은 사회 자본 형성과 확장에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는 세계 공통의 미디어 콘텐츠이다. 스포츠는 현장 중심적 참여와 미디어 중심적 관람이 공존하는 사회재로서 시민의 자발적 관심이 가장 큰 사회적 이벤트인 동시에, 미디어 콘텐츠인 특성을 가진다.
대중 매체가 사회적인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의해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다양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미디어가 스포츠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조명하고 공유하는 가에 따라,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틀을 다양하게 할 수도 있고, 일원화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스포츠는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시민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구성원 간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스포츠에 임하는 국민의 자세는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이미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외국인에게 인식되는 특정 국가의 이미지는 다양한 연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이미지 정보가 모두 포함 된다. 요약하면, 스포츠는 사회자본적 성격을 가지므로 미디어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시민 관계를 형성하고, 외부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개선에 기여하는 특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스포츠는 사회 자본으로써 시민 주도성, 사회권, 미디어 연결성의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사회 자본으로써의 스포츠는 국가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에 대한 혁신 노력은 국가의 성격과 수준을 결정 짓은 하나의 요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포츠 혁신은 국가차원의 정책수립에 매우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고, 정책수립의 방향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상호 영향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의 정의와 그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요구된다.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학적 해석, 교육적 가치, 매개된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가치 등 매우 광범위한 접근이 가능하다. 이 글은 네트워크화된 사회관계와 구조속에서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소 스포츠 사회자본의 가치를 설명하는데 있어 맥락이 정책적으로 닫혀 있다. 이는 누적 훼손된 스포츠의 기본적 가치, 스포츠인권을 복원하기 위한 '스포츠혁신'의 노력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글에서 부분 발췌하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제가 투고한 "스포츠혁신의 정책적 담론 분석".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법 제22권 제3호 | 통권 제60호, 2019. 8.에서 내용을 일부 발췌수정하여 올립니다. 참고문헌은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