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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문 Jul 12. 2020

운칠기삼

운, 운칠기삼의 재해석.

잠을 소중히 하는 나로서는 모기에 깬 새벽은 꽤나 서글프다. 모기같이 가벼운 것에 잠들지 못한다는 예민함이 다소 짜증을 불러온다. 특히 걱정이 있거나 글을 쓰는 시기에는 잠이 엷다. 잠과 깨어남의 사이, 가수면 상태라고 하나? 가끔 그 언저리에 떠오르는 단어나 상념들이 있다. 오늘은 ‘운’이 라는 단어가 찾아왔다. 잠이 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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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運). 한자 상으로는 군대를 움직인다는 뜻으로 보인다. 군대는 또 수레를 포함한다. 전체적으로 움직임을 뜻하는 것 같다. 현대적으로 보자면, 어떤 에너지나 힘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영어를 찾아보니 fortune. 고대 로마 신화 속 운명의 포르투나(Fortuna)에서 유래했다고 나오기도 하며, 포르투나는 운명의 바퀴를 돌려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여신이다. 즉, 운 자체가 동태적인 개념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운은 구체적으로 행운(幸運; 좋은 운수), 운명(運命. 어떤 법칙 또는 힘에 의해 목숨이나 미래가 결정된 상태)과 같은 우주의 기운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또한 운영(運營), 운용(運用)과 같이 어떠한 주체나 대상을 조정 및 관리하는 용어에도 쓰리며, 단순하게 운전(運轉)이나 운행(運行)과 같이 움직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같은 ‘운’자를 가지고 ‘운명’은 정해진 느낌이고, ‘운영’은 조절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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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자체가 움직임을 뜻한다면, 어떤 패턴을 가지거나 조정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은 인류가 지적사고를 시작하고, 사회정치적 활동을 전개하면서 누구나 해봤음직하다. 물론 답은 아직 구하는 중일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구했다면, 유명을 달리하는 뜻으로 가끔 쓰이는 ‘운명’도 조정이 되어 삶과 죽음을 미루고 당길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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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인생, 혹은 어떤 사업을 함에 있어 그것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운이 7할이고, 기가 3할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기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기술은 노력에 의해 결정되므로, 운7, 노력3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운칠기삼은 청나라 포송령 (蒲松齡) 이란  작가의 작품  "요재지이(僥齋志異)"에 실려 있는데, 이 이야기를 보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내용은 단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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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비가 과거공부를 했는데 흰 수염이 나도록 번번이 낙방하여 가산이 기울고 아내는  가출해 버렸다.

죽을 작정을 하고 대들보에 동아줄을 매어놓고 생각하니 자기보다 못한 자들이 번번이 급제한 것이 

억울하여 죽을 수가 없었다. 이에 옥황상제에게 가서 따져보기로 했다.

옥황상제 는  정의의 신 과  운명의 신 을 불러 술 시합을 시켜놓고 서생에게 말했다.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분개한 것이 옳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체념하는 것이 옳다"했다 . 
 이 술시합에서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시고 정의의 신은 석 잔 밖에 마시지 못했다 .
 옥황상제는 말했다 .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는 법이다 .

세상이 7할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긴 하나  3할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도 또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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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현대인이 끝없는 실패에 좌절하고, 꺾이고, 죽어나간다. 답답함에 그 이유라도 알고 싶어 하나 이를 말해줄 옥황상제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자신의 운명이라 하고, 노력하라 한다. 혹자는 불행이나 불운에 대한 개개인의 대처와 노력을 통해 그나마 있는 자신의 운이라도 지킬 수 있으니, 자신의 분수에 맞게 작은 행복과 운에 만족하고 살라한다. 즉, 불운을 인정하라 한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과 주변인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신의 운을 인정하라. 비록 나에게 주어진 운이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그 운의 확장과 유지는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수 없이 변화하는 기운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불운에 집중하고 불운을 대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운에 집중해야 한다. 

운칠기삼을 각색하여 부연하면, 타고난 복이 7할이고, 이것을 운영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 3할이다. 누구나 저마다 타고나는 천성이나 그릇이 있다. 타고난 복과 그 사람의 크기는 모든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때 갖지 못한 운에 분개하거나, 불운에 집중하며, 자신의 기운을 운영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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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비교적 일관되게 학생 상담할 때는 기술(技術; 어떤 것을 잘 만들거나 고치거나 다루는 뛰어난 능력. 특히,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학습·연구 등이 필요한 것을 가리킴. 넓게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포괄하기도 함.)을 가지라 조언한다. 운칠기삼의 그 기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소질에 소망을 더해 기술을 키우라는 뜻이다. 그것이 손 기술이건, 전문 지식이건 모든 분야에 해당한다. 자신의 기운을 완성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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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걱정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운과 소망을 배경으로 할 때이다. 그만의 타고난 운명, 소명, 사명, 방향이 사회를 변화시키기나 발전시키는 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유면 정치인의 죽음과 몰락, 젊은 체육인의 투신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해도 이루기 쉽지 않은 세상이고, 그 운을 이루고 운영할 만큼 기재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이해와 지지는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렇게 노력하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자들에게 숙명처럼 뒤따르는 삶의 무게가 있으리라! 작게는 타인의 시기와 질투, 좀 더 크게는 사회와 기득권질서의 견제, 더 멀게는 자신의 가치기준이 자신을 옭아 메는 모순된 상황이다. 모든 사람은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자신이 살아온 날의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살아온 결과로써의 삶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삶을 증명하기 위해 죽음이 선택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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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을 개척하고 삶을 개척하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을 믿어야 하고, 그 과정에 따르는 삶의 무게를 인정해야 한다. 다만, 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절대 죽음보다 클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같을 수 없듯이, 삶의 무게는 살아서 짊어지거나 내려놓으면 될 일이다. 부디 살아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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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스로와 소수의 공감을 위한 글이지만, 주제넘게 운이라는 말과 죽음을 입에 올린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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