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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러코드 Jul 23. 2024

지방소멸시대, 로컬 행동을 디자인하자.

정주인구의 세대별, 상황별 교육이 살기 좋은 부산의 지름길

지금 전세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인구소멸’이다. COVID-19 이후 팽배해진 개인주의를 비롯해 비혼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가속된 기후위기, 고도화된 AI의 발전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 속, 국내 혼인 건수는 지난 10년여간 40.6% 감소했다. ‘결혼은 선택‘, ’혼밥, 혼술‘ 같은 유행어가 생기고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1인 가구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비혼·비출산 가구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도시화로 밀집된 주거공간 근처에는 코인세탁소와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독신생활에 적합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더불어, 정책적인 혜택이 늘어도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이루기란 쉽지 않으니 결국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소멸의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출산과 고령화는 지속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야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진다. 인구생산이 어렵다고 인정한다면, 기존 정주인구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경제적인 관점으로는 많은 유동인구의 소비 가치를 기준으로 로컬관광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관광객은 일시적인 교류인구에 불과하며, 지속가능한 정주인구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 지자체에서는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개념인 ‘워케이션‘을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내세우며, 정주인구와 교류인구 사이에서 ’관계인구‘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 같은 방식은 취향소비를 존중하고 인구를 증대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으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가장 적합한 전략은 기존의 정주인구가 머물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관계, 교류인구와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 소멸을 막는 것이 가장 적합한 인구 관리 방안일 것으로 생각한다.


옛 임시수도 부산은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매우 풍부한 가치를 지닌 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기초자치단체 16곳 중 11곳이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인구소멸지수가 높아지고 인구 감소 추세가 부산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지금,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돌이켜보아야 한다. 부산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기고 없어진 제조업의 역사가 함께한다. 과거 부산은 한국 최대 항구인 부산항이 위치한 덕에, 항만 및 해상교통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조선업과 신발 제조 산업 등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세계경기 침체 및 산업구조의 변화 등 대내외적인 영향을 받아 많은 공장이 사라졌다. 최근 들어 부산의 토종기업인 YK Steel까지 충북 당진시로 공장을 옮기며 부산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기업의 몰락은 청년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며, 지역을 이탈하는 원인으로 손꼽힌다.


디자인 분야 또한, 기업들은 ’고용이 어렵고, 제대로 된 일이 없다‘라고 말하고, 청년들은 ’취업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로의 눈높이와 니즈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결국 부산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큰 산업들이 없어지면 새롭게 변화한 산업에서 또 다른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존 업체들의 유지 관리도 어려우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 역사를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자리에 사람은 없고, 그저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기 바쁘다. 무엇부터 잘못 된 것일까. 로마나 파리를예로 들면, 고유한 역사적 건물과 스토리를 관광 상품화하여 이에 이끌린 일반관광인구(교류인구)가 관계인구가 되고 정주인구로 거듭난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정주인구가 증가했다. 결국 누가 주인이 되느냐는 컨트롤이 가능한 문제일 것이다. 


덴마크 디자인센터에서 연구된 디자인사다리(Design Ladder) 모델을 보면 디자인은 제조업에서 서비스, 정책까지 역할이 변화하고 확장됐다. 하지만 아직도 디자인 이해도에 따라 디자인을 ’예쁘게만 만드는 제조 기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시대적 변화가 사회 인식까지 반영되지 못한 문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까지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서비스디자인과 디자인씽킹 방법론이다. 시대가 변하여도 변하지 않는 것은 교육이다. 부산의 인구소멸 문제에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 다양한 세대와 직업군이 분포해 있는 만큼 디자인 씽킹과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에 따라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도출하여 정책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되기 위한 마인드,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인식, 고령자들의 미래 대처방법, 독거노인이 자생하는 방법 등 우리에겐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한, 부산을 떠나지 않고 정주인구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모두의 행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누구나 서툴고, 두렵고, 외롭다. 정주인구인 부산 시민들이 교류인구와 관계인구를 포용하는 자세와 부산 역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로컬 사회에서 개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디자인혁신이 될 것이다. 비록 이러한 시도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구나 살고 싶은 행복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문화를 즐길 정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하며, 다양한 공유경제의 선순환을 일으킬 때야말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의 작은 행동이 2002년 ’붉은 악마‘의 세계적인 물결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시민이 동참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과 전략으로 부산의 역사와 문화적 콘텐츠에서 어떤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부산은 일과 삶의 균형, 가치소비, 인재확보, 지방 경제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동시에 UN의 SDGs 중 평등한 교육목표를 지키고 ESG 가치 중 ’Social, Governance‘를 국가 차원에서 지킨다면 글로벌 허브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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