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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03. 2023

피피피핑크맛 궁금해?

복숭아 조림


헉. 헉.


    오늘 낮의 기온은 33도였다. 체감 40도.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고작 10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얼굴은 빨갛게 익었고 이마며 목덜미며 땀이 주르륵 흘렀다. 집에 도착해 냉장고에 넣어둔 차디찬 보리차를 들이켜니 세상 이보다 좋은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럴 땐, 이거지!’

    마음속으로 야호를 외치며 냉장고를 살폈는데, 어라라 없다. 동거인이 직장 동료들에게도 맛 보여주겠다며 통째로 가져갔었지, 참. 어쩔 수 없지! 또 만들면 되지!


    동네에 작은 꽃집이 없어지고, 뚝딱 천막을 달더니 청과점이 생겼다. 복숭아가 8개에 단돈 만원. 너무 저렴하잖아? 바로 사 와서 집에서 사각사각 썰어먹었는데, 이게 뭐람.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복숭아가 아니라 무숭아였다. 냉장실에 넣어둔 채 저걸 어쩌나 고민하던 차에 엄마가 좋아하시던 복숭아 통조림이 생각났다.



    정말 간단하디 간단해서 레시피랄것도 없다. 복숭아 껍질을 깎은 후 먹기 좋게 썰고, 물을 팔팔 끓여서 알룰로스와 레몬즙을 넣는다. 그다음에 손질해 둔 복숭아 와르르 투하. 중불에 10분(딱복 기준!) 끓이며 뒤적여주면 끝!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게 먹으면 된다.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함과 동시에 몰캉함, 개운하고 차가운 달콤함, 향긋한 복숭아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국물을 마시는 것도 국룰!


처음 맛보고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 맛을 왜 이제야 알았지?!

    지금 글을 쓰는 내 옆엔 에어컨이 빵빵 틀어져있고, 에어컨과 가장 가까운 선반 위엔 복숭아 조림 두 통이 식혀지고 있다. 이번 여름은 핑크빛이다. 핑크빛 복숭아 조림이 선사하는 시원한 달콤함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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