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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Aug 07. 2024

짜증의 근원

버거움

최근 들어 브런치에 접속한 지 너무 뜸했다 싶었고,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본 시간이 그립기도 하던 찰나.

여러 가지 이유들로 정리된 부분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기에 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최근 상사가 바뀌어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를 서포트하는 업무가 메인잡으로 바뀌었는데,

사람 성향도 있고 나이대에 따라 바뀌어 가는 감성 및 성질도 있겠다만

이 상사는 참 짜증이 심한 상사였다.


한동안은 갱년기네 뭐네 하며 욕도 해보고 시야가 좁네 마음이 좁네하며 이해보다는 나의 마우스스트레스 방출이 더 급했는데 그 상사는 고맙게도 모든 기분이 눈에 보이고 모든 생각이 행동으로 티가 나는 사람을 관찰하고 배우기에 너무 쉬운 상사였다.


절대 나쁘고 못난 사람은 아니다. 엔지니어 분야에 능력이 있고 또한 나름의 창업주로서 경영능력도 있을 테고,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상사이지만 직원들과 부딪힐 때 짜증이 심할 뿐... 나이가 들어갈 뿐... 이해하는 분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을 뿐이었다.


나의 경영학과 처음 수업은 바로 Innovation 수업이었다. 첫 수업이라 그런지 뇌리에 깊게 박혀 떠나지 않았던 혁신에 관한 수강과목은 나의 무의식을 지배했는지 어딜 가나 새로운 업무스타일이라던지 요새 회사의 트렌드에 뒤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어려워도 배워나가야 한다는 고집으로 팀 멤버들이나 타 부서에게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 나는 현재 20년 전의 보수적인 문화와 업무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현재 근무 중인 제조회사의 유일한 미운오리새끼이긴 했다.


이 작은 회사에서 안 그래도 눈치가 빠삭한 고인 물들에게 둘러싸여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 소리만 들었을 CEO에게 누가 감히 기존 방식 말고 새로운 형식들을 개념 없이 내놓았을까. 나는 초반에 이 회사에서 불려 가서 까이고 뒤에서 까이고 둘러서 까이고를 반복했다. 까이는 것이 딱히 큰 타격감이 없어서일까 상심도 하긴 했다만 상심의 크기보다는 오히려 각양각색의 사람들 타입 중 분석 예시가 되어 궁금한 것이 더욱 컸다. 그리고 다행히 기독교인의 마음의 안식인 성경을 의지하면서 [다른 기댈 데가 그 아무 곳도 없었기에] 맞대응하지 않고 감정을 배제한 체 나의 선한 의도만을 내 비췬 결과로 다행히 최근에는 같은 직급의 라이벌로 뒤에서 여러 번 뒤통수를 갈기려 사력을 다했던 동료조차도 내게 와서 애교떨거나 장난을 걸어오며 친해지려는 이상한 관계로 변해가고 있다.



왜 사람들이 나의 개인사도 아닌 회사일에, 협업하는 업무에 감정을 들이대며 언성이 높아지고 마음이 쏟아지고 타인에게 잣대를 들이대고 남 탓을 하고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더 디테일하게는 왜 나의 방식에 맞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고 남을 욕하게 되는 것일까를 빈번하게 겪다 보니 감정폭격이 피곤한 날에는 그저 그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이 가르쳐주듯, 오롯이 그 사람을 위해 자료를 만들어내곤 했는데 역시나 그런 날은 극강의 칭찬이 돌아왔다.


칭찬을 받는다고 그다지 또 기쁘지는 않지만 알아낸 것이 있어 기뻤다.


사람은 보통 본인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짜증과 화와 답답함이 몰려온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짜증 및 화가 더 많이 나고는 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 상대방을 탓하는 것이 제일 쉽고 스스로 인식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사람들은 내가 버거운 부분에서는 타인의 배려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 바라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왜 배려를 해주지 않냐며 타박하기 쉽다는 말이다.

또한 내 능력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나 내가 버거워지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남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이걸 알아주고 나니 내게 짜증과 화를 쏟는 모든 사람에게

"아... 당신은 지금 이 부분이 버겁군요 혹은 받아들이기에 힘들군요."라는 생각이 들며 내 안의 감정선까지 그 짜증이 흘러들어오지 않게 상대방의 분의 방향을 잘 흘려보내주고 산다.




#개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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