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대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까닭은 실망이라는 까다로운 감정 때문이다.
사람에게 실망하면, 마음을 실망하기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람의 말과 비슷하다. 말도 주워담을 수 없듯 실망 역시 주워담을 수 없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해 왔던 사람이다. 내 자신이 무엇을 하든 눈엣가시처럼 느껴지고 비판적으로밖에 볼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때는 중학교 시즌, 한창 민감한 감수성을 가졌을 청소년기였다.
차라리 중2병이 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조금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다면 오늘날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의 나는 나의 능력을 매 순간 의심하고, 재미라는 것은 인생 속에서 찾아볼 수도 없었으며 그저 하루의 반 이상을 자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족과의 마찰이 극에 달했던 때도 아마 이 때였을 것이다. 동생이 기억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은 코믹해서 웃기지만 생각해보면 한 편으로는 안쓰러운 나 자신이 있었다.
실망이라는 감정은 실패와 연관되어 있다. 실패해서 두려운 감정이 들면 곧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실망으로 부패된다. 실망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했기 때문에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이니 사실상 그것은 비난받을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훈장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사람은 너무 연약한 존재라서 혼자서는 그렇게 실망을 훈장으로 바꾸는 일을 할 수 없다. 도와주는 이가 있어야만 벌거벗은 몸에 제복을 걸칠 수 있고, 그 제복에 훈장들을 하나하나 달을 수 있는 것이다. 실망과 실패를 무릅쓰고 포기하지 않고 성장해나간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인생 속에서 실망뿐인 사건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나는 더이상 똑같은 실패와 실망 안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로 제복에 어울리는 인생의 참전용사와 같이 나무가 아닌 숲을, 가까이가 아닌 멀리 바라보는 멋진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꼈다면, 그건 엎질러진 물과 같으므로 얼른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계속 실망으로 적시고 있다면 축축해서 냄새도 날 것이고 부패도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실망을 언제라도 툭툭 털어버려야 한다. 어떻게 닦을까?
한 번 글로 정리해서 적어보는 것이다.
우선 내가 실패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한 이야기를 머리속으로 생각하지 않고 글로 적어본다. 예컨대 ‘이러이러해서 실패했고 곧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적은 뒤에 실패를 막아볼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적어본다. ‘이러이러해서 실패했다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이러이러한 일 3가지는 어떤가?’ 하고 분석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노력한 다음에, 이 3가지의 방법이 먹히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도 적어본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성공해야겠다!’는 무거운 짐이 풀리게 되고 다음번에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타이탄의 도구들> 의 저자인 팀 페리스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설명한 것을 나의 용량(내가 할 수 있는 만큼)으로 적용시켰다. 그는 실망에 머무르지 말고 구체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물론 이런 방법이 누구에게든 다 먹히는 방법은 아니다. 사람은 다양하니까. 이 방법을 다 써도 스스로에게 실망할 일들은 세상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실망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펼칠 수 있는 날개가 매 순간 줄어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