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DAK 노닥 Mar 28. 2023

사진론 -사진가의 카메라

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가진 시대입니다.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정말 많이 늘어났습니다. 시골 사람들부터 도시 사람들까지, 핸드폰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 사진기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사진가인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사진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사진가는 아니라는 넌센스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진가의 입문 방법은 열려있다 보아도 무방하지만 끝까지 사진가의 방에 남아있는 사람은 적다는 소리입니다.

일본, 바르낙 iiic serena28mm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작가가 되어 빼어난 사람들이 상을 받기도 하고 엄청난 인기와 스포트라이트를 누리기도 하지만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적다고 했지요.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복서처럼 링 위에 계속 남아있기가 힘든 겁니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특히 사진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게 카메라를 쥐어주면 그 누구도 사진가가 될 수 있지만 사진가를 든 사람이 모두 사진가는 아니라는 표현을 이제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꾸준하게, 매일매일의 흔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사진가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카메라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카메라, 즉 장비 이야기는 매우 민감합니다. 편을 나누기도 싫고 그럴만한 지식도 없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카메라라는 기계를 사용하면 다른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비판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브랜드의 어떤 기종을 쓰고 있는데, 돌연 처음 보는 사람이 인터넷 상에서 생전 구경해보지도 못한 기종이 더 좋다느니 속을 긁어대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소리를 할 거면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낫고 카메라를 반납하는 것이 낫습니다. 사진가에게 있어 장비를 자랑하는 일, 특히 남의 장비를 까내리고 비판하는 일은 단호하게 말해서 개같은 것입니다.

대만, 라이카 M4 summicron50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지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친구들이요.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카메라를 들고 가도, 중고 카메라를 들고 가도 똑같아요. 그 자리에 가면 언제나 칭찬받고, 잘 샀다는 격려를 받기보다는 ‘이 가격에 이렇게 사다니 미쳤네요.’ ‘저 이런 기종 쓸 거면 돈 더 들여서 뭐뭐 사지 그러셨어요.’ 하는 말을 듣기 일쑤입니다.


들고 있는 기계가 좋으면 좋을수록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겠지만, 글쎄요 더 ‘좋은’ 사진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사진이라는 예술 방식은 사진가의 영혼의 흐름을 잡아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발자국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좋은 기기를 썼던 아니던 간에 사진은 투박하지만 애처롭기도, 아름다운 작업을 보여주기도 하며, 깨끗하고 완벽한 이미지인 것 같으나 반대로 경박하며 소란스러운 작업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람됨의 수련이 필요한 것이지 장비가 100 퍼센테이지를 차지한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는 화가에게 있어 붓과 연필, 물감과 같은 도구입니다. 화가가 자신의 스타일 대로, 창조성을 발휘해서 사상과 영적인 이미지를 캔버스에 투영하듯 우리도 센서나 필름에 그것을 투영합니다. 아무도 고흐에게 ‘그 때 더 좋은 붓을 사용하셨어야지 쉽게 유명해졌을 것’이라는 헛소리를 하지 않듯, 중요한 것은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카메라를 고를 때 뭔가 계시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딱 보면 안다는 말이 있는데, 애정이 가고 생각이 나는 그런 카메라들이 간혹 있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첫 카메라였던 iiic 바르낙을 잊지 못합니다. 한동안 그 카메라로 모든 삶의 흔적을 찍어보았는데 불편하기 그지 없는 카메라였습니다.

불편하기 그지없는 바르낙으로 찍은 사진들.. 그래도 애정이 갑니다.

뷰파인더는 정말 좁쌀과 같이 작았고, 덕분에 렌즈를 돌려 이중합치 하는 일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속셔터는 늘어나 있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되면 고감도의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한 촬영에는 불리한 카메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카메라가 아직도 생각나는 이유는 내 첫 카메라였고, 그것으로 작업을 많이 했고, 내가 만족할 만한 세계를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카메라는 기능과는 별개로 자기에게 친숙한 경험이 있어야만 가까워질 수 있는 친구입니다. 아무리 비싸고 기능이 많다 할지라도 좋은 것이 아닌 자기가 얼마만큼 데리고 다닐 수 있느냐?를 생각해본다면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애착인형, 애착이불같은 카메라를 고르는 것이 사진가에겐 참 중요합니다.

자기가 평소에 카메라를 들고다니지 않는다 할지라도 습관을 들여 한 순간이라도 바깥에서 찍어볼만한 카메라를 고른다면 사진가로서의 첫발자국은 참 좋습니다. 대부분 여기서 많이 무너집니다. 카메라는 에코백에 넣기엔 많이 무겁거든요.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매우 큰 현자타임이 오기도 합니다.

‘내가 손목이나 팔을 희생하며 왜 이렇게 무겁게 하고 다니지...?’

그런데 카메라에 애착을 가지거나, 이미 그런 카메라를 발견한 상태라면 무거움은 행복에 충분히 상쇄됩니다. 각자 그런 친구와 같은 카메라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대만, 라이카 M4 summicron50mm

세상에는 특히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있습니다. 캐논, 소니, 니콘, 라이카, 핫셀블라드, 시그마, 파나소닉, 올림푸스. 지금은 단종 된 필름카메라들을 살펴보면 아마 브랜드를 반 페이지 넘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완벽한 카메라는 없습니다. 불완전한 사람이 만들었기도 했지만 카메라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언젠가 망가지기 마련입니다. 카메라라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색감이나 구도를 자동적으로 설정해주지는 않으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가볍기도 무겁기도, 둥굴기도 네모지기도 합니다. 고르는 과정에서 막막하다면 일단 디자인 중에서 내가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는지, 화소는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색감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따져본 뒤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수천 종이 넘는 카메라 세계에서 고르고 골라 만난 카메라는 여러분의 몇 년의 즐거움을 책임져줄 든든한 친구가 될테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사진론 -사진가는 뭘 찍는 사람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