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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할머니 Jun 04. 2015

<잃고 쓰기> 출간 인터뷰

2014년 11월 출간, 2015년 4월 How We Are 인터뷰


<잃고X쓰기>는 어떤 책인가요?


<안나>라는필명의 30여성이실연90간의기록을원고로묶어저희출판사문을두드렸습니다.셀프퍼블리싱만해 오던<더썸띵북>운명적인클라이언트를만나게됩니다.처음원고를읽고나서받은인상으로지은제목이<잃고X쓰기>였습니다.잃어버림과쓰는행위사이의역학을그린같았죠.느낌이그대로결과물까지이어졌습니다. <쓰기>라는행위를통해<상실>자가치유해가는과정과같은책입니다.속의말을빌려책을소개하자면<이건잃어버리고나서눈물이나지않아서시작된일이다.나의고통에대한엄살보고서이자외로움에대한칭얼일기이다.글은당신의핸드폰에는남길없었던나의부재중전화기록들>이랍니다.단순히누군가의실연일기를들여다보는책이아니라<발설하는글쓰기>, <치유의글쓰기>같은,글쓰기자체에대한실험을엿볼있는책으로읽히기를바랍니다.



이번 책을 내기까지 주저했던 점이 있다면?


더썸띵북출판사의클라이언트작업이라는점에서 새로운설렘도있었지만용기도필요했습니다. 전에출판한 <<The Pink Book>>서문에 향후클라이언트를만나협업해보기를고대하는마음을적었는데결실로 <안나조> 작가님의책을만들있게같습니다. 비용과디자인에 대한책임도커지고저작권과판매수익에관한계약서도 써야했죠. 이제이상 "재미로" 내지는 "나좋자고" 하는출판이아니게되어버린겁니다. 주먹구구로하던일들을투명하게문서화하고적법하게처리하는것이쉽지는않았습니다. 모든과정을체계적으로정비하는 게번거로워프로젝트를그만두었다면 많이후회했을같습니다.



작가와 협업하는 클라이언트 작업이라는 점에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텐데요.


팩트체킹은없었고,교정교열이문제였습니다.작가의발설하는글쓰기특유의자유로운문체를살리면서동시에출판사의신뢰도잃을수는없었죠.어순을바꾸거나어법에맞지않는단어를사용하는것이철저하게글쓰기의의도로서파악되어야지,교열의미숙함이나편집의게으름으로보이지않으려면독특한규정이필요했어요.자체적으로만든교정원칙을세워해결해나가고앞에 <일러두기>통해부연했습니다.일러두기의내용은작가에게직접의뢰했습니다. <아픈사람이썼기때문에글이저와함께아픕니다>같이위트있는말로설명해주는데,읽어보세요.제가책에서좋아하는페이지하나입니다.




롤모델로 삼는 출판사가 있나요?


책을만드는동안흥미롭게읽고있던책이있었어요. <<책을만드는가? 맥스위니스의출판이야기>>인데요, 소규모출판의아버지 같은맥스위니스출판사이모저모를속속들이있어서저는무척흥분해있었죠. 게다가에세이책을만드는데문예지전문출판사의이야기를읽으니더욱교훈삼을내용이많았고요.데이브에거스가 말들을많이곱씹었습니다. "맥스위니스는이렇게 <미래가 없다>소문이 자자한종이책을만드는작은출판사이다. 우리는사람들이 책을물리적대상으로대하는즐거움을잊지않기를희망하면서, 책을편집하는 일부터우리가있는최고의책을만드는일에막대한시간을쏟는다. 솔직히우리는 물리적대상으로서의책에기울이는관심이앞뒤커버사이에담긴말들의생존을보장하는일정한역할을수행한다고믿는다."




인쇄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표지에금박을고집했습니다. 역설적일 만큼많이 예뻐 보이는표지를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랑의표면은 핑크빛이고반짝이지만속살은아픈것처럼말이죠. 인쇄는 <세계기획>박관규 부장님께서수고해주셨습니다. 터무니없는예산속에금박까지찍겠다는번거로운작업임에도즐겁게임해주셨습니다. 소규모출판을 고려해서적정가에작업해주셨고 1전문 인쇄처를연결시켜주셨어요. 제가아기를업고인쇄감리를갔었는데부장님께서 스쿠터에기저귀 가방을싣고인쇄소에서다음인쇄소로 이동하며배려해주셨던따뜻한기억이납니다. 앞으로도계속저희출판사에서귀찮게해드릴 겁니다. (하하)



책에서 꼭 읽어볼 한 부분을 꼽는다면.


3 <너와나의 단어집>추천합니다. 내가헤어짐을당했는지, 우리는어떻게 사랑했는지곱씹다 보면점점 우리사이에공유했던단어에대한정의가모호해지기시작하죠. 나는 이렇게생각했던말을그는다르게이행했구나. 간극에서 오는슬픔을단어사전으로집요하게기록한파트입니다. 디자인의형식도사전의편집디자인을그대로활용했습니다. 예산이있었다면종이도사전처럼얇은종이를썼을 텐데하는아쉬움도있습니다.


삽화가 특이한데요.


책을지으면서저희는저자의고통스러운실연해부학에함께절망하고, 세상과자신을 향해새롭게뻗는화해의손놀림을조용히응원했습니다. 얼마나처절하게자신의아픔을분석해가는지마치실험실의과학자같다는생각이정도였어요. 그래서삽입하게 된삽화가시작페이지에있습니다. 펜으로세밀하게 그린일러스트레이션인데, 우리출판사의 홍윤지디자이너가직접그렸습니다. 6장의심장그림을보면그로테스크할지경이에요. 사랑의 단면도그렇지않나요? 역설적인고통과찬란함. 오늘, 어딘가, 이해할없는실연의이유에대한여러가설사이에서고통스러운시간을보내고있는당신에게조심스레책을권합니다.


자신의 책을 출판하기를 꿈꾸는 작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세이북시리즈의책으로 <잃고쓰기>판매되기시작하면서시리즈에 참여해보고자하는다른 작가님들의연락이종종 옵니다. 저희가만든 책이스스로결에맞는다른텍스트를만나게해 주는같아요. 놀랍습니다. 기성출판의 문을두드리기주저하고어딘가서랍속에, 메모장에, 당신의 블로그에잠자고있는보석 같은글이책이라는물리적인대상을통해누군가의손에, 가슴에와 닿는즐거움을함께경험해가고싶습니다. 마지막으로데이브에거스의말로맺음말을대신할게요. "새로운그리고 아마도적당하게덩치가작은출판사들이예의변함없이조촐한행보에도불구하고계속생겨나고심지어번성하기를희망하면서물리적대상으로서의책을사랑하는 이들이지니고싶은 물건으로서의책을만드는 <더썸띵북>되겠습니다.



인터뷰 원문: 하우위아 북티크 홈페이지

투고 문의: lynnkim@thesomething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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