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던 감정
유럽 여행에 대한 로망도
에펠탑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지난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파리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너무 좋지 않았다. 늦은 밤 도착한 파리 북역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우리가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 1호점에 문제가 생겨 2호점으로 갑자기 변경되어 stalingard역에 도착했을 때 어떤 프랑스인이 나의 핸드폰을 빼앗으려는 듯한 행동을 했었기 때문에 파리에 대한 좋지 않은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을 때 창문 밖에서 분주한 아침의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어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어제와는 전혀 다른 파리의 모습이 펼쳐졌다. 구름은 아직 많지만 점점 푸르른 하늘을 보이고 있었고 출근하는 사람들과 자동차 그리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그리고 창문 앞 베란다에 걸려있던 붉은 꽃이 어제 내린 부슬비를 몸에 담아 싱그러운 빛을 내고 있었다. 기지개를 쭈욱 켜면서 들이마시는 파리의 아침 공기는 꽤 괜찮았고 그리 좋지 않았던 파리의 첫 느낌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조식을 먹고 숙소에서 나눠준 물 한 통 씩 가방에 넣어 우리의 첫 목적지인 개선문으로 향했다. 도로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은 개선문의 모습은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더 묵직하고 규모가 상당해 보였다. 개선문을 오르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상태에서 매표소 앞에 섰을 때, 언제 또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표를 구입해 개선문 위로 올라갔다.
바람은 조금 강하게 불었지만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하늘은 흐리지만 회색빛 파리의 모습도 좋았다.
지난밤 느꼈던 파리의 첫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개선문에 올라가 파리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보니 아기자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멀리 보이는 애펠탑은 손으로 잡으면 똑! 하고 떨어져 손에 잡힐 것 같았고 낮은 건물 사이로 우뚝 솟은 에펠탑의 모습이 조금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파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본 후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자연스럽게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탑까지 가는 길에 수많은 유명한 명소들을 지나갔지만 우리는 그 건물의 이름도 알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쑥스러운 듯 스쳐 지나갔다.(파리에서 마지막 날에 시티투어를 하면서 우리가 지나쳐 갔던 곳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걷던 그 길의 이름이 샹젤리제 거리라는 것도......)
금방이라도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던 에펠탑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았다. 유럽여행 전 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나 에펠탑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걷고 걷고 걸어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에펠탑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결국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파리 관광지도를 펼쳐보았다. GPS에 표시되는 우리의 위치와 에펠탑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시 힘을 내서 길을 걸었다. 건물에 가려져 머리만 보여주던 에펠탑은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 건물을 지나 에펠탑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지 알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오면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에펠탑에 도착한 후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고 가난한 여행자인 우리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던 개선문 입장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에펠탑을 오르는 비용을 내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꼈기에 에펠탑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기대감으로 남겨 놓았다.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던 감정들이 하나하나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에 도착 전 런던에서 느꼈던 친구와의 섭섭한 부분도 에펠탑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서로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한결 편해진 마음이었다. 차가운 철골 구조물 앞에서 우리의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고 여행에 대한 감정들이 온몸에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다음 목적지인 노트르담 성당을 가기 위해 센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몇 번이고 다시 뒤돌아 보며 점점 멀어져 가는 에펠탑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에펠탑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 때 느꼈던 무감각적이고 힘들었던 마음이 에펠탑에서 점점 멀어지면서는 아련하고 그리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보러
이곳을 찾아오는지 알게 되었어.
안녕, 에펠
고마워, 에펠
일러스트레이터 김병조는 2014년 9월, 잘 다니던 광고 기획사 아트디렉터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취직을 할 것인가? “VS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복잡한 마음을 잡기 위해 유럽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무작정 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편안했고 내가 직접 두 발로 걷고 느꼈던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작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일러스트로 공유한다면 조금 더 특별할 거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2015년 1월부터 <월간 일러스트 프로젝 트>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1장씩 공유받은 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Profile
2015년 - A Little Memory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시작
2015년 7월 - 1st.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월 - PENVAS ‘당신의 작품을 겁니다’ - ‘문화공간 이목’
2016년 2월 - ‘Sponsored by me’ interview
2016년 3월 - ‘NIXON_Waste No Time’ interview
2016년 7월 - ‘2016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참가
2016년 8월 - 3rd. Exhibition / 컬쳐클럽아시아 x 갤러리서울 ‘WHAT ARE YOU DIONG NOW’ 전시
2016년 10월 - 2nd.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0월 ~ 2018(현재) - 홍대 ‘공간630’ 정규수업 강의
2016년 11월 - 8th Italian Film & Art Festival 초대 전시
2016년 12월 ~ 2017(현재) -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2017년 7월 - versakrum Magazine interview
2017년 7월 - 하늘사이 미술전 - "익숙하고 낯선" - 은평문화 예술회관 전시
2017년 9월 - PWAC 소속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2017년 9월 - iDEA group 한국 지사, 총괄 디자이너(디자인 실장)
2017년 10월 - 김병조와 작은기억 모음전_수강생 전시
2017년 10월 - ‘성수작가전 - 작가의 방’ 전시
2017년 12월 - 2018년 2월 - 경기도 소다미술관 "Welcom to my home" 기획 전시
2018년 2월 - PWAC x MANSOLE x LOTTE - "MANSOLE GOLD MINE" 팝업스토어 진행 - 롯데월드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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