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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조 Mar 23. 2018

#09.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소리

너무 빠르지 않게, 급하지 않게

오후 5시,

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가 울렸을 때

디즈니 만화 속 장면이 펼쳐졌다.


계획 없이 떠나온 유럽 여행이었지만 파리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은 개선문도 에펠탑도 아닌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읽었다거나 뮤지컬을 본 것 도 아니었지만 어릴 적 디즈니 만화로 보았던  '노트르담의 꼽추'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대성당의 종을 쳤던 콰지모도의 모습과 그를 따듯한 마음으로 사랑한 에스메랄다의 모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센 강을 따라 걸어오며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을 지나쳐 왔지만 오늘 일정엔 미술관 관람이 없었기 때문에 위치 정도만 파악한 후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시테섬으로 향했다. 오전에 흐렸던 날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햇빛을 조금씩 머금은 풍경과 건물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새로웠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빠르게만 걷던 걸음을 조금 천천히 걸었다. 점심에 먹다 남겨놓은 바게트를 먹으며 바토무슈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점점 센 강의 폭이 좁아지면서 이전에 보던 다리와는 다른 짧은 다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이 나타났다.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걸어올 때 푸른 하늘도 우리를 따라오며 구름을 하나둘씩 걷어내고 있었는데 성당 앞에서 바라본 하늘은 왜 유럽의 화가들이 그렇게 멋있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건너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파리의 풍경(그림)


드디어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섰다. 콰지모도가 밖을 내려다보던 창문, 녹인 쇳물이 여러 석고상의 입을 뿜어져 내려오는 장면들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성당 내부의 모습을 먼저 본 후 상점에서 산 뱅쇼 한잔을 손에 들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외벽을 따라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정면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지며 콰지모도가 성당의 구조물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는 장면도 상상이 되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뒤쪽 정면을 지나 성당의 우측으로 걸어가다 한 공원 벤치에 앉아 뱅쇼 한잔을 마시며 천천히 눈 앞에 풍경을 바라보았다. 혼자 또는 둘셋이 모여 앉은 벤치 위에는 책을 읽거나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후 6시를 알리는

대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이었다.


여유로운 공원의 사람들/ 첫 유럽여행의 가장 베스트 사진


지난 밤늦은 시간 파리 북역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이 도시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마이너스 300점이었다. 음산하고 지저분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너무나 편안하고 조용하게 흘러가는 모습들 사이에서 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 존재 자체를 우러러보고 감상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을 지켜봤을지...... 시간에 쫓겨 빠르게만 움직이며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바랐던 나 자신이 가장 마이너스였다.


그저 바라볼수 밖에 없는 파리의 하늘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는 길에 또 다른 하늘이 펼쳐졌다. 수많은 장면과 컬러들의 레이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다.  와인 한잔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 마트에서 과일과 와인 한 병을 구입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오래된 와인이었는지 코르크 마개가 다 부서져 와인을 따는 데에도 쉽지 않았지만 짜증이 나고 어려웠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아서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파리 여행 일정 동안 내 눈앞에 펼쳐질 수많은 하늘과 구름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급하지 않게

그래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 김병조는 2014년 9월, 잘 다니던 광고 기획사 아트디렉터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취직을 할 것인가? “VS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복잡한 마음을 잡기 위해 유럽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무작정 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편안했고 내가 직접 두 발로 걷고 느꼈던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작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일러스트로 공유한다면 조금 더 특별할 거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2015년 1월부터 <월간 일러스트 프로젝 트>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1장씩 공유받은 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Profile

2015년 - A Little Memory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시작

2015년 7월 - 1st.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월 - PENVAS ‘당신의 작품을 겁니다’ -  ‘문화공간 이목’

2016년 2월 - ‘Sponsored by me’ interview  

2016년 3월 - ‘NIXON_Waste No Time’ interview
2016년 7월 - ‘2016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참가
2016년 8월 - 3rd. Exhibition / 컬쳐클럽아시아 x 갤러리서울  ‘WHAT ARE YOU DIONG NOW’ 전시

2016년 10월 - 2nd.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0월 ~ 2018(현재) - 홍대 ‘공간630’ 정규수업 강의

2016년 11월 - 8th Italian Film & Art Festival 초대 전시

2016년 12월 ~ 2017(현재) -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2017년 7월 - versakrum Magazine interview  

2017년 7월 - 하늘사이 미술전 - "익숙하고 낯선" - 은평문화 예술회관 전시

2017년 9월 - PWAC 소속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2017년 9월 - iDEA group 한국 지사, 총괄 디자이너(디자인 실장)

2017년 10월 - 김병조와 작은기억 모음전_수강생 전시

2017년 10월 - ‘성수작가전 - 작가의 방’ 전시 

2017년 12월 - 2018년 2월 - 경기도 소다미술관 "Welcom to my home" 기획 전시

2018년 2월 - PWAC x MANSOLE x LOTTE - "MANSOLE GOLD MINE" 팝업스토어 진행 - 롯데월드 몰


인스타그램 : a_littlememory

블로그 : blog.naver.com/alm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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