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지만 좋았어...
우산이 망가지고
옷이 다 젖었지만
비가 와서 좋았어
파리의 하늘은 정말 알 수가 없다.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는지 잠깐 나왔던 어제의 멋진 하늘은 다시 흐린 하늘로 바뀌었다. 지난밤 마셨던 와인의 숙취로 여유롭게 늦잠까지 잔 후 조식을 먹고 물과 우산을 챙겨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주위를 돌고 돌아 많은 인파들이 사이에 한 시간 남짓 줄을 서서 겨우 미술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씩 빌려 시간을 체크하고 3~4시간 후쯤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후 각자 스타일대로 루브르 박물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름 미술은 전공하고 대학 4년 동안 매 학기 미술사 수업을 들었던지라 그동안 배우고 시험 봤던 것들을 직접 보는 기대감도 있었고 내 미술사 지식이 얼마만큼 가동될지도 궁금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백지상태였다...
백문이 불여일견
학점을 위해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 공부를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것도 그렇지만 실제 장소에 와서 실제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미술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하나씩 하나씩 맞춰지기도 했다. 몇 시간째 미술품과 그림에 집중하던 시선이 창문 밖으로 향했다.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대칭이 되는 걸로 봐서 루브르 박물관 중앙쯤이었던 것 같다. 오전에 흐렸던 하늘이 어느샌가 또 푸른 하늘로 바뀌었다. 너무나 멋진 하늘을 보며 파리에서 활동하던 화가들이 왜 그림을 잘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저렇게 멋진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붓질과 물감을 사용했을지... 루브르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은 창문 프레임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4시간 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 만나 우리가 처음 건넨 한마디는 "하루로는 너무 부족하다."였다. 다행인 건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시티투어와 루브르 박물관 투어를 신청해 놓아서 다시 올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박물관을 나와 공원에서 잠시 신발을 벗고 바람을 쐬며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높이에 따라 각자 다른 구름의 모양들이 흘러갔고 역광이라 실루엣처럼 보이는 에펠탑과 주위 풍경들은 마치 그림 같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였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하기 전 주위 상점에서 구입한 바게트 샌드위치를 아주 멋진 건물 계단에 앉아서 먹었는데 여행 후에 사진 정리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그 장소가 판테온이었다는 사실... (우리는 그저 멋있게 샌드위치를 먹은 곳으로 기억한다.)
몽마르뜨 언덕에 도착할 때 즈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첫날 도착했을 때 내리던 비의 느낌과는 너무나 다르게 다가왔다. 비가 내려 살짝 젖을 도로 위로 카페들의 네온사인이 비추면서 마치 몽환의 세계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GPS를 따라 언덕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언덕 정상에 올랐다. 사크라 쾨르 대성당에 들어가서 잠시 비를 피하며 주위를 둘러본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성당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비 내리는 파리의 전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상점에서 구입한 작은 와인 2병을 마시면서 쓰고 있던 우산을 내려놓고 비를 맞았다. 결국 비바람이 불어 쓰고 있던 우산도 망가졌지만 적당히 좋고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파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뒤쪽에 웅장하게 보이는 사크라 쾨르 대성당을 다시 바라보고 우리는 올라왔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언덕을 내려왔다. 비도 내리고 관광객들도 많지 않아서 그런지 기념품 상점 들고 문을 하나 둘 닫고 있었다. 빗방울이 더 굵어져 잠시 쉬어가기 위해 근처 카페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잔을 마시며 주위의 분위기를 다시 둘러보니 우리처럼 자유롭게 카페테라스나 내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나가는 차바퀴가 젖은 노면 위를 지나갈 때 나느 소음도 좋았고 옆 건물 지하에서는 알 수 없는 밴드의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길게만 느껴지던 여행의 일정이 이제 절반 정도 지나가고 있었다. 여행을 처음 떠나 오늘의 일정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몸도 마음도 피곤했지만 이제야 여행을 조금 편안하게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굳이 많이 보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내일의 파리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일러스트레이터 김병조는 2014년 9월, 잘 다니던 광고 기획사 아트디렉터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취직을 할 것인가? “VS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복잡한 마음을 잡기 위해 유럽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무작정 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편안했고 내가 직접 두 발로 걷고 느꼈던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작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일러스트로 공유한다면 조금 더 특별할 거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2015년 1월부터 <월간 일러스트 프로젝 트>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1장씩 공유받은 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Profile
2015년 - A Little Memory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시작
2015년 7월 - 1st.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월 - PENVAS ‘당신의 작품을 겁니다’ - ‘문화공간 이목’
2016년 2월 - ‘Sponsored by me’ interview
2016년 3월 - ‘NIXON_Waste No Time’ interview
2016년 7월 - ‘2016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참가
2016년 8월 - 3rd. Exhibition / 컬쳐클럽아시아 x 갤러리서울 ‘WHAT ARE YOU DIONG NOW’ 전시
2016년 10월 - 2nd.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0월 ~ 2018(현재) - 홍대 ‘공간630’ 정규수업 강의
2016년 11월 - 8th Italian Film & Art Festival 초대 전시
2016년 12월 ~ 2017(현재) -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2017년 7월 - versakrum Magazine interview
2017년 7월 - 하늘사이 미술전 - "익숙하고 낯선" - 은평문화 예술회관 전시
2017년 9월 - PWAC 소속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2017년 9월 - iDEA group 한국 지사, 총괄 디자이너(디자인 실장)
2017년 10월 - 김병조와 작은기억 모음전_수강생 전시
2017년 10월 - ‘성수작가전 - 작가의 방’ 전시
2017년 12월 - 2018년 2월 - 경기도 소다미술관 "Welcom to my home" 기획 전시
2018년 2월 - PWAC x MANSOLE x LOTTE - "MANSOLE GOLD MINE" 팝업스토어 진행 - 롯데월드 몰
인스타그램 : a_littlememory
블로그 : blog.naver.com/alm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