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답을 찾기 위해 떠난 것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 떠난 것도,
남들 다 가는 여행 나도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떠난 것도 아니었다.
2014년 9월 퇴사 후,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백수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홍대에서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는(친구 A) 대기업을 곧 그만 둘(친구 B), 대학교 조교를 하고 있는(친구 C) 그리고 백수인 나. 이렇게 29살 동갑내기 4명이 모여 잘 익어가는 고기에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 A가 뜬금없는 제안을 하나 했다.
친구 A : 우리 여행이나 가자.
나 : 그래! 가자. 뭐 시간도 많은데. 바다나 보러 갈까? 서해? 동해?
친구 A : 아니, 우리 비행기 타자!!!
친구 B : 그래, 가자! 표 끊어 끊어!!
이놈들이 돈 좀 벌더니 노는 물이 달라졌다. 길게는 초등학교 때 만난 친구 C부터 중학교 때부터 만난 친구 A, B 우리 넷의 여행은 멀면 동해, 서해였고 가까우면 가평이나 용문이었는데 짜식들 많이 컸다. 일을 하고 있는 친구A, B에겐 여행경비가 부담이 아니었다. 10일이 넘게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이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른다는 점이 더 컸던 것 같다. 거기에 얼마 전 유럽여행을 먼저 다녀온 친구 C의 부추김을 받아 우리는 결국 그 자리에서영국행 티켓 3장을 끊었다.
백만 원 조금 넘는 퇴직금과 바닥을 치고 있는 통장 잔고... 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되돌리기엔 비행기 티켓 수수료도 어마어마했다. 나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저 많은 건 시간뿐... 그래도 시간이라도 많다는 게 나에게는 한 가지 위로가 되었고 친구 A에게 부족한 여행경비 100만 원을 빌려 함께 떠나기로 하였다. 100만 원이야 앞으로 일해서 값아 나가면 되는 거지만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 딴에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물론 친구들도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지만 돈이라는 문제로 한 번도 얽히지 않았던 우리들이라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사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돈도 시간도 아닌 암수술 후 회복 중인 아버지와 그 옆을 항상 지키고 계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몇 번이고 친구에게 못 간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도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
가슴 아픈 말이지만 통증으로 매일 고통을 호소하는 아버지의 음성이 듣기 싫었고
자기 마음대로 일을 그만둔 철없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도 피하고 싶었다.
이제 되 돌릴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처음 도착하는 영국에서의 일정을 유럽여행 경험이 있는 친구 C에게 단기 과외를 받으며 겨우겨우 일정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같이 떠나기로 했던 친구 B는 회사에서 퇴사처리가 빨리 되지 않아 아쉽게 함께 떠나지 못했다. 영국에서 파리로 떠나는 유로스타 3자리를 친구 B의 회사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환불을 하게 되면 처음 결제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야 했기에 결국 취소를 하지 않고 떠나야 했다. 따지고 보면 친구 A가 친구 B자리에 다리를 올려놓고 파리로 편안하게 갔기 때문에 친구 B는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 친구란 이런 것이다.
2014년 10월 2일, 여행을 떠나기 전날 누나에게 빌린 케리어를 침대 위에 펼쳐 놓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청바지, 맨투맨, 반팔티, 속옥, 양말, 모자, 패딩조끼, 세면도구, 카메라, 노트북, 책 한 권...
짐을 다 챙겨 놓고도 한참을 생각했다.
잘 쓰지도 않을 무거운 노트북을 가져갈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
잘 읽지도 않을 가벼운 책을 가져갈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둘 다 가방에 넣은 채
여행에 대한 준비는 끝이 났다.
이렇게 답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닌
갑자기 떠난 여행이 시작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병조는 2014년 9월, 잘 다니던 광고 기획사 아트디렉터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취직을 할 것인가? “VS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복잡한 마음을 잡기 위해 유럽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무작정 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편안했고 내가 직접 두 발로 걷고 느꼈던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작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일러스트로 공유한다면 조금 더 특별할 거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2015년 1월부터 <월간 일러스트 프로젝 트>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1장씩 공유받은 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Profile
2015년 - A Little Memory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시작
2015년 7월 - 1st.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월 - PENVAS ‘당신의 작품을 겁니다’ - ‘문화공간 이목’
2016년 2월 - ‘Sponsored by me’ interview
2016년 3월 - ‘NIXON_Waste No Time’ interview
2016년 7월 - ‘2016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참가
2016년 8월 - 3rd. Exhibition / 컬쳐클럽아시아 x 갤러리서울 ‘WHAT ARE YOU DIONG NOW’ 전시
2016년 10월 - 2nd.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0월 ~ 2018(현재) - 홍대 ‘공간630’ 정규수업 강의
2016년 11월 - 8th Italian Film & Art Festival 초대 전시
2016년 12월 ~ 2017(현재) -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2017년 7월 - versakrum Magazine interview
2017년 7월 - 하늘사이 미술전 - "익숙하고 낯선" - 은평문화 예술회관 전시
2017년 9월 - PWAC 소속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2017년 9월 - iDEA group 한국 지사, 총괄 디자이너(디자인 실장)
2017년 10월 - 김병조와 작은기억 모음전_수강생 전시
2017년 10월 - ‘성수작가전 - 작가의 방’ 전시
2017년 12월 - 2018년 2월 - 경기도 소다미술관 "Welcom to my home" 기획 전시
2018년 2월 - PWAC x MANSOLE x LOTTE - "MANSOLE GOLD MINE" 팝업스토어 진행 - 롯데월드 몰
인스타그램 : a_littlememory
블로그 : blog.naver.com/alm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