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문제 해결.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어느 순간 너무나 순조롭게 해결되는 문제도 있다.
그 문제가 크건 작건 상관없다.
해결되었을 때 그 시원함이란...
광저우에서 무사히 런던으로 도착했다.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할까? 착륙하기 전 비행기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런던 시내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런던 아이, 타워브리지가 가장 눈에 띄었다. 밤에 도착한 광저우와는 달리 낮에 도착한 런던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 메트로를 타고 바로 숙소가 있는 엘리펀트 앤 캐슬 역으로 향했다. 숙소를 예약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여행 전 어떤 블로그에 이 지역에 흑인과 빈민층이 많이 살아 가장 치안이 취약한 지역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글만 읽었을 땐 정말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컸지만 바로 밑에 달려있는 댓글로 나의 걱정은 한방에 사라졌다.
"흑인도 빈민층도 다 영국 사람입니다."
이 한 문장의 짧은 글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부와 빈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정말 반성을 할 수 있게 했고 여행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그 장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아주 작은 사건이었다.
영국의 메트로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도 가까웠다. 비록 내 다리는 짧지만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영국 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였다.
구름은 많았지만 날씨는 좋았다. 히드로 공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메트로는 연신 지상 위를 달렸고 내 눈앞에 새로운 모습들이 계속 지나쳐갔다. (곧 지하로 내려갔지만...) 어느덧 내 자세는 어린 시절처럼 무릎을 꿇고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릴 적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널 때면 의자에 무릎을 꿇고 뒤돌아 않아 한강물을 바라보는 게 참 행복하다고 느꼈기에 성인이 되어 강남을 오가며 출퇴근을 할 때도 항상 한강을 지날 때쯤이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날의 한강은 어떤 모습인지 아침저녁으로 바라보곤 했다. 물론 지금도 나의 행복 중 하나이다.
메트로는 엘리펀트 앤 캐슬 역에 도착했다.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우리는 한인민박을 예약해 두었고 바우처에 나온 것처럼 역 앞에 있는 공중전화로 도착했다고 연락을 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눈 앞에서 몇 유로를 그냥 공중전화기에 밥을 주고 겨우 겨우 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민박에서 일하는 한국분이 마중을 나왔다.
좁은 골목을 지나 한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꾀나 높은 층으로 올라갔다. 처음 가본 한인 민박은 정말 새로웠다. 복도는 좁지만 총 3층으로 이뤄진 구조를 설명해주며 우리가 이틀 동안 지낼 방을 보여주셨다.
2층 침대가 3개, 그러니까 총 6명이 잠을 잘 수 있는 좁은 방이었다. 우리가 지내는 시간 동안엔 민박을 관리하는 남자 1명과 한 달 가까이 여행하고 있는 남자 1 그리고 우리 둘, 총 4명이었다.
짐을 풀고 한 달 가까이 여행하고 있는 남자와 인사를 나눴다. 여행은 한 달째 이어가고 있고 이곳에서도 오랜 시간 머물고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나이는 4~5살 정도 젊어 보였다. 아마도 군대를 전역한 후 학교로 복학하기 전 모아놓은 돈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는 듯해 보였다. 자연스럽게 영국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고문득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예비군 문제가 생각났다.
나 :"아! 맞다 나 오늘 예비군인데 아직 연락 못했다!"
친구 1 : 야 여기 전화되는지 물어보고 한번 지금이라도 해봐!
나 : 아... 정말 신경 쓰인다. 나 여행 도중에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비행기는 출발해서 도착을 했고 우리는 매트로를 타고 숙소를 찾아왔다. 이렇게 시작하면 끝맺음이 있어야 할 터인데 나의 예비군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는 건가... 그때 한 달 가까이 여행하고 있는 남자가 우리 대화에 들어왔다.
한 달째 여행 남 : "제가 동사무소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었는데요, 여행 오면 자동으로 연기돼요.
걱정 마세요. 전산에 다 떠요."
10년 묵은 체중이 쭉 내려간 기분이었다.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어느 순간 너무나 순조롭게 해결되는 문제도 있다.
이제 문제는 해결되었다.
다만 또 다른 시작과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어찌 되었든 이제 정말로 여행의 시작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병조는 2014년 9월, 잘 다니던 광고 기획사 아트디렉터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취직을 할 것인가? “VS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복잡한 마음을 잡기 위해 유럽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무작정 펜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편안했고 내가 직접 두 발로 걷고 느꼈던 유럽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작업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일러스트로 공유한다면 조금 더 특별할 거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2015년 1월부터 <월간 일러스트 프로젝 트>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1장씩 공유받은 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Profile
2015년 - A Little Memory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시작
2015년 7월 - 1st.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월 - PENVAS ‘당신의 작품을 겁니다’ - ‘문화공간 이목’
2016년 2월 - ‘Sponsored by me’ interview
2016년 3월 - ‘NIXON_Waste No Time’ interview
2016년 7월 - ‘2016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참가
2016년 8월 - 3rd. Exhibition / 컬쳐클럽아시아 x 갤러리서울 ‘WHAT ARE YOU DIONG NOW’ 전시
2016년 10월 - 2nd. SOLO Exhibition / 삼청동 ‘카페온리’
2016년 10월 ~ 2018(현재) - 홍대 ‘공간630’ 정규수업 강의
2016년 11월 - 8th Italian Film & Art Festival 초대 전시
2016년 12월 ~ 2017(현재) -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2017년 7월 - versakrum Magazine interview
2017년 7월 - 하늘사이 미술전 - "익숙하고 낯선" - 은평문화 예술회관 전시
2017년 9월 - PWAC 소속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2017년 9월 - iDEA group 한국 지사, 총괄 디자이너(디자인 실장)
2017년 10월 - 김병조와 작은기억 모음전_수강생 전시
2017년 10월 - ‘성수작가전 - 작가의 방’ 전시
2017년 12월 - 2018년 2월 - 경기도 소다미술관 "Welcom to my home" 기획 전시
2018년 2월 - PWAC x MANSOLE x LOTTE - "MANSOLE GOLD MINE" 팝업스토어 진행 - 롯데월드 몰
인스타그램 : a_littlememory
블로그 : blog.naver.com/alm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