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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티 Aug 12. 2024

시켜줘 명예영국인... 아니 런더너

영국생활과 잘 맞는 사람 특징 5가지

영국에 공부 혹은 일 아니면 여행으로 오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아래 5가지 모두 해당되신다면 당신은 어쩌면 영국인보다도 영국을 즐기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3년간 런던에서 지내며 나름 간단하게 정리해 본 것들이다.)


1. 바람에 가로로 내리치는 비조차 사랑해요

영국 하면 가장 먼저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날씨다.

우중충의 대명사인 영국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이들에겐 상상만으로도 이미 우울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눈 깜짝하면 지나는 여름이 끝나면 겨우내 필수적으로 비타민 D를 챙겨 먹으며 다음 해의 또 짤막한 뜨거운 여름을 기다리는 영국인들을 보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정말 좋아해 그리고 구름이 많이 껴 우중충한 날씨도 너무 좋은 걸? 해가 쨍 나는 날씨는 눈 뜨기가 너무 힘들잖아. 난 이런 날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참 좋아."


비가 좋다는 나의 말에 진심으로 신기해하던 그 표정이 생생하다. 그들은 여전히 비와 원수인 듯 비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들을 순 없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살아오며 크고 작은 이벤트, 예를 들어 가족여행 혹은 야외 생일파티 등 비로 인해 실망했던 일들이 종종 있어 머릿속에 데이터가 쌓여서 비=부정적 이렇게 학습되어 오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해 보자 어렸을 때 운동회날 비가 안오길 바라고 바랬는데 비가 와서 실망했던 기억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흔히 오늘은 비가 오니 몸이 축축 처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등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영국은 겨울엔 오후 3-4시쯤이면 해가 진다. 그러니 당연하게 코르티솔 분비도 줄어들며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우울증과 같은 병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영국은 mental health 즉 정신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단체도 많고 GP (병원)에서 상담, 진찰받을 수 있기에 비+어둠+추위 콤보에 마음이 고통받고 있다면 손을 뻗을 수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날씨가 이렇다고 해도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만약 친구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면 비가 와도 그러하면 되는 것이고 혼자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또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런던은 다른 영국 도시들의 비해 사람도 많고 nightlife 도 있지 않은가. 해가 빨리지고 비가 와 어둑어둑하다면 이 예쁜 도시의 야경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감히 날씨 따위가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만들 순 없다의 마인드를 가졌거나 혹은 비 오는 날을 즐기고 또 비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영국과 천생연분일지도 모르겠다.


2. MBTI 검사하면 99% 나오는 슈퍼 P

개인적으로 tube, 런던의 지하철 underground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일찍 나서서 2층 버스 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버스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런던은 도시 곳곳에 공사하는 곳이 많고 가끔은 시위, 파업과 같은 예정된 이벤트들 때문에 도로 사정이 변화무쌍하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미리 예고가 되고 사전에 공지된다. 따라서 철저한 계획형인 J라면 이미 다 알아보고 외출할 것이다.


하지만 J들도 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갑자기 타고 있던 버스가 종점까지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 정거장이라며 불을 끄고 시동을 끄며 모두 내리라고 말하는 경우다.

이러한 경우 버티고 앉아있다 보면 다시 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것도 웃기다) 대부분은 버스 기사님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내리라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버스 안내로 내리라고 방송이 나오면 그 누구도 불평 불만하는 사람 없이 다들 고분고분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차한다. 말을 잘 듣는 건지 아니면 살면서 버스 기사님에게 따져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빨리 내려서 다른 루트, 다른 버스를 찾는 것이 기사님에게 따지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눈치다.


처음에는 나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두리번거리며 버스 기사님에게 내가 가야 하는 정류장을 얘기하며 왜 안 가냐고 여쭤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런 경우 바로 받아들이고 몇 정거장 안 남았으면 걷거나 다른 버스를 찾아서 타고 간다. 이로 인해 뜻하지 않은 낯선 동네에 내리게 되어 새로운 동네를 탐방하게 된다던가 방문해보고 싶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에 조금씩 틀어지는 계획에 스트레스받지 않을 용기 그리고 그것을 즐긴다면 영국에서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즐기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3. Coffee lover이며 Morning person 인 사람

우리나라의 카페는 밤 12시 혹은 경우에 따라 새벽까지 영업하는 곳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은 조금 다르다. 런던의 카페는 기본적으로 아침 6-7시 가끔은 새벽 5시 반부터 오픈하며 오후 3시 늦어도 오후 6시쯤이면 영업을 종료한다. 물론 프랜차이즈 카페나 관광객이 많은 위치는 저녁까지 오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카페는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디카페 혹은 감성카페에 해당되는 경우다.

따라서 먹고 싶은 빵이나 방문해보고 싶어서 저장해 둔 카페가 있다면 영업시간을 체크해 조금 일찍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 일찍 방문하는 대부분은 직장인 그리고 아침 조깅 혹은 산책을 즐기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이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북적거리며 활기를 띄는 카페에서 커피 향과 그 속에 있는 나를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행복해지는 아침형 인간들은 아마 런던에서 카페 도장 깨기를 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 맥주 짝으로 마시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사람

영국 하면 언급되는 키워드 중 날씨 말고 또 무엇이 있냐 하면 바로 맥주이다. 바로 앞에서 말한 카페 이야기를 연결해서 말해보자면 개인적으로 한국은 카페문화이고 영국은 당연하게 펍문화이다. 보통 법하면 한국 호프집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엄연히 다르다. 영국 펍은 아침부터 문을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카페역할도 한다. 아침식사는 물론이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양식종류와 피시앤칩스 일요일에는 선데이로스트로 메뉴판을 가득 채운다. 커피머신이 있는 펍도 몇몇 있으며 기본적인 커피메뉴와 티도 있다. 점심때 가끔 아저씨들이 노트북을 올려두고 맥주 혹은 커피를 마시며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이처럼 펍은 영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소이며 마음의 안식처 라고 해야 할까? 내 눈엔 그들이 펍에 있을 때 가장 즐거워 보인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것으로 이들에게 펍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이 될 듯하다. 술집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펍은 저마다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 그 특색 또한 보는 맛이 쏠쏠하다. 끈적거리는 바닥부터 썩 유쾌하지 않은 맥주 쩐내(..?) 곳곳에 걸려있는 액자, 장식물 등 손때가 묻은 인테리어는 흉내 내려고 해도 나올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


런던 곳곳 그리고 영국 전역의 양조장에서 조달되는 맥주는 영국인들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한다. 개인적으로 술맛도 모르고 맥주 맛은 더더욱이 모르겠지만 (맛없다) 펍의 분위기는 좋아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관찰한 결과 술을 잘 못 마시는 것 같다. 남녀 할 것 없이 엄청 취해서 휘청휘청 거리는 일은 다반사이다. 또 다른 취객에게 시비를 걸며 싸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술을 책임감 있게 마시며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취한 영국인들과 엮이지 않으며 맥주 그리고 펍 문화를 잘 즐기며 영국 너무 좋아를 외치며 살지도 모르겠다.


5. 혼자서도 잘 놀아요 + 취미 부자

런던 중심의 집 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은 중심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산다. 그렇기에 일이 끝나면 모두 집에 가기 바쁘다. 사람들과 소셜도 좋지만 모두가 컨디션이 다르기에 내가 컨디션 좋은 날엔 같이 놀 친구들이 빨리 집에 가고 싶을 수 있다. 침대와의 약속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 도있고 데이트가 있을 수 도 있고 운동 루틴이 있다던지 이기적이기보단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들이 있다. 그렇기에 일 끝나고 한잔하자 했을 때 오늘은 힘들 것 같다는 거절을 당한다면 왜 나랑 왜 안 놀아주지 라며 상처받기보단 오히려 좋아 나도 집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거 해야지라고 생각 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한다면 다음에 그 거절했던 친구가 여유가 생겼을 때 당신에게 먼저 소셜자리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마음에 담아두고 눈눈이이 해야지 생각하지 말고 나도 컨디션이 좋다면 흔쾌히 저번에 못했던 소셜을 하면 되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또한 취미가 있다면 소셜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과 공감대를 찾고 또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취미를 모색할 기회가 생길 수 도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들어보자면 영국은 외식이 비싼 편이라 요리를 취미 삼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또 음식 하면 한국인들은 진심 아닌가. 요리를 친구 삼아 방구석 셰프가 되어보는 재미를 찾아보자. 요리 외에도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넘쳐난다. 미술관 가기, 극장 가기, 공원 가서 산책하며 강아지 구경하기, 책 읽기, 영화 보기, 글 쓰기, 테라스에 앉아서 사람 구경하기 등 내가 하기 좋아하는 것은 다 취미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분명 재미는 배가 될 수 있지만 혼자서 하는 것은 또한 색다른 시선을 가져다준다. 혼자 놀기 만렙이라면 당신의 영국생활을 다채로울 가능성이 높다.


5가지는 여기까지이다.


전반적으로 작고 소소한 것에 즐거움을 잘 느낀다면 영국생활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을 가졌다면 어느 나라에서 잘 살 수 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질을 잘 살펴보고 존중하며 가꿀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으로 두서없이 쓴 글이기에 가볍게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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