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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May 14. 2017

Achille Castiglioni, 그의 공간

@Milan, Italy

@Castello Sforzesco, Milan

쌀쌀한 오전, 스포르체스코 성 근처 위치한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공간으로 향했다. 하늘이 흐리고 쌀쌀해서 그런지 음침해보이는 높이 쌓인 벽돌들.


@Fondazione Achille Castiglioni, Milan

위치만 알아놓고 도슨트 프로그램, 브레이크 타임은 물론 운영시간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찾아갔다. 학생으로 보이는 꽤 많은 사람들이 밖에 서있었는데 보고 나온건지 보러 들어가려고 대기중인지도 잘 모르겠었는데, 일단 문이 열려있으니 들어갔다. 한 쪽에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단체로 설명을 듣고 있었고, 널널한 방향의 줄에 섰는데. 낯익은 뒷모습이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려고 기웃거리니, 독일 사람으로 보이는(?) 분이 이사람 아냐고 물어봤다. 세상에, 뒷모습만 보고 알아보다니. 대학 시절 졸전 지도와 대학원 시절 논문 지도를 맡아주신 교수님이었다. 같이 오신 분들에게 조교였다고 소개시켜 주셨는데, 아 내가 조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나 되었다고.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딸에게서 받을 수 있는 유료 투어를 위해 대기중이라 하셨고, 감사하게도 함께할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속 같은 공간,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아 여기 잘왔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웅장하고 신비롭소 세련된 것 보다는, 낡고 담백한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너무 잘 보존되어 있어서 감동스러웠다. 저 분이 누군지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다들 자신에게 주목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계시는 듯한 느낌.

 

안녕, 메차트로.

대학시절, 저 스케치가 어찌나 뇌리에 박히던지. 저런 스케치를 좋아해서 내가 스케치를 잘 못했나보다. 세련되고 필력 좋은 스케치는 해 본 기억이 전혀 없다. 메차트로는 반소작인이라는 뜻으로 트랙터 의자를 떼내어 투박함을 그대로 끌고온 디자인이라, 취향에 따라 흉물로 보일 수도 있는 의자다. 앉아보니 생각보다 더 편안하다.

 

형태 자체가 기능을 가지는 단순한 디자인이 좋다.
그의 따님,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 중.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의 딸은 대부분의 디자인을 자신의 유년시절과 연결지어 설명해주었다. 아버지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기 위해 만든 책장이라던가, 자신의 놀이를 위해 만든 소품이라던가. 그녀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만큼 한켠으로 씁쓸해지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 자동화 되면서 디자인에서 형태의 재미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디자인할 것이 줄어든 것도 사실. 매일 손에서 놓지않는 휴대폰만 해도 다양한 형태와 컬러, 컨셉이 사라지고 크게 보면 다 비슷한 형태와 사용성을 제공하는 하나의 가닥으로 모여버렸으니. 다른 특이점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소명이 되어버렸다.

 

이 공간에는 탐나는 것들 투성이다.
다 갖고싶은데 어쩌지.

저렇게 여닿는 형태를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라는 것을 듣고보니, 전날 전시장에서도 수많은 유사제품을 봤던 것이 기억났다. 모퉁이에 두는 선반과 높낮이 조절이 재미있는 조명은 정말 탐났다.

 

위트있는 그.
잡동사니인줄 알았는데,
엄청난 사용성을 제공하는 디자인들.
생각은 누구나 하기에, 누가 실행하느냐가 문제.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중에도 그가 착안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들이 있었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계단을 엄청나게 빨리 내려가던 저 애벌레 같은 것. 책상 위에 어찌나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던지 다음 공간으로 발걸음이 안 떨어질 정도였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장.

단체로 학생들이 우르르 나가고나니 한가롭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장은 한 눈에 담기에 버거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 좁은 복도를 가득 채운 책과 잡지와 팜플렛들.

 

아마도 스케치와 디자인 레퍼런스를 모아놓은 구석.
실제로 보면 압도적인 분위기.
낡았지만 정갈하게 정리된 스케치와 사진들.
더 꼼꼼히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비교적 최근에 정리한 듯한 스케치 파일들도 있고, 일종의 목업을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공간에 들어서니, 그가 아직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진부한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관리를 잘 해놨다는

것이겠지.

 

완성 전의 모습을 보니 또 새롭고,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마 일반 전시장이었다면 눈으로만 보았을 것들인데, 제작에 앞서 있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들으면서 직접 만져보니 감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대림미술관 같은 곳에서 한번쯤 이런 전시를 열어준다면 좋을텐데. 물론 손대지말라는 사인은 붙겠지만 말이다.


밀라노를 방문하는 사람들, 특히 ​디자인 위크 관련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은 꼭 미리 도슨트 예약하고 이 곳에 가보았으면 좋겠다.


Fondazione Achille Castiglioni

Piazza Castello, 27, 20121 Milano, Italy

+39 02 805 3606

화, 수, 목, 금 10:00AM - 6:00PM

(토, 일,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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