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sinki, Finland
북유럽, 핀란드, 헬싱키
도서관이나 서점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다. 도서관을 가는 일은 드물었고, 사고 싶은 책이 있을 때에만 서점을 찾았다. 분당에 있는 네이버 라이브러리만 대학원 시절 주말이나 중간중간 백수 생활을 즐길 때에 자주 찾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도시를 여행할 때 도서관이나 서점은 꼭 한 번씩 가본다. 엄청 오래되고 천정이 높고 책이 많다는 도서관에서 몇 시간을 헤매며 읽지도 못하는 언어의 책을 뒤적거린 적이 꽤 많다. 단 한 번도 책을 산 적은 없지만 도쿄에 갈 때마다 매번 찾는 츠타야 서점의 분위기를 유독 좋아한다.
헬싱키에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아카데믹 서점(Academic Bookstore) 사진을 우연히 보았고, 지나가다 꼭 한 번 들려야지 마음먹었다. 오전에 집을 나서 번화가로 걸어가다 찾게 되었는데, 웬걸. 사진이 다였다. 그렇다고 실망한 것은 아니다. 높에 뚫린 층고와 헬싱키의 강한 오전 햇살을 투과시키는 채광 좋은 창이 마음에 들었다. 알록달록한 책 표지의 색들을 빼곤 흰색, 밝은 회색, 어두운 원목이 차분하게 들어차 있어 따뜻한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스토크만 백화점은 여러 번 지나가기만 하고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결국 마지막 날 잠깐 들르긴 했지만 크게 흥미가 없었다. 연말이나 세일 기간이었으면 달랐을까. 여기저기서 다 구할 수 있는 브랜드 집합체인 백화점보다는 북유럽 감성, 노르딕 디자인, 핀란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샵이 필요했다.
핀란드 가구 브랜드, 아르텍(Artek)
Artek Helsinki
Keskuskatu 1 B, 00100 Helsinki
핀란드를 대표하는 가구 및 인테리어 브랜드인 아르텍(Artek)을 헬싱키 시내 한복판에 꽤 큰 규모의 쇼룸에서 만났다. 몇 번 더 반복해서 나올 것 같은데 핀란드의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디자인도 만날 수 있고, 비트라(Vitra)의 컬러풀한 제품도 만날 수 있다. 넓은 공간이 보이지 않는 구획으로 나뉘어 가구, 조명, 작은 소품, 패브릭 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이 뒤섞여 있다.
북유럽 디자인, 북유럽 스타일, 북유럽 감성 이런 말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인다. 특히 인테리어를 소개할 때, '북유럽 스타일이네요.' 내지는 '북유럽 스타일로 꾸몄어요.'라는 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북유럽 스타일'이란 게 뭔지 한 마디로 명쾌하게 정의 내린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색을 쓰거나 어떤 소재를 써서 북유럽 스타일이 아니라면, 풍기는 분위기를 말하는 건가.
북유럽 스타일이란?
살던 집에 북유럽 가구 브랜드의 소파나 테이블 하나를 가져다 놨다고, 북유럽에서 사 온 소품 몇 개를 두었다고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럼 제로의 상태에서 전부 새로 시작하면 되려나. 어디선가 북유럽 디자인, 북유럽 스타일, 북유럽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누려온 라이프스타일과 생활 습관, 그리고 마인드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9 to 6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6시에 퇴근하는 일이 드문 서울 바닥에서는 누군가의 저녁이 있는 삶이 부러운 일이고, 그만큼 평일 저녁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힘들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은만큼 그에 맞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 채워지는 것이겠지. 물론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잡혀있는 기존의 집 구조도 그 나라, 그 지역의 인테리어 스타일을 묶는 데에 한몫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무작정 어떠한 스타일을 따라가기보다 기존의 환경과 제품들과의 조화를 최소 조건으로 잡고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하지만 알면서도 사는 예쁜 쓰레기도 가끔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트링(String) 선반도 있고, 어딜 가나 보이는 에이솝(Aesop)도 있고, 가격이 착해서 한참을 고민하게 했던 비트라의 소품도 여럿 있다.
컬러와 패턴 보는 재미는 북유럽 여행 내내 느껴졌다. 헬싱키, 스톡홀름, 코펜하겐 이 세 도시가 미묘하게 또 다른 느낌이라 이 점도 2주 내내 참 재미있었다. 각각 들렸던 디자인 뮤지엄이나 아르텍(Artek) 같은 대표적인 인테리어 매장에 다녀온 것을 함께 정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공간 깨끗한 흰 벽은 비트라 벽시계로 채워져 있다. 낯익은 디자인도 있고 저런 것도 있었구나 싶은 것도 있다. 어디에 있어도 포인트 노릇을 톡톡히 할 듯. 1층보다 좀 더 무거운 느낌의 가죽 소재의 소파와 체어가 있고, 그 옆자리마다 작은 협탁과 조명들이 있다. 그에 맞게 패브릭 제품들 컬러톤도 1층과 사뭇 다르다.
한 공간에 모아놓은 제품들이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구획이 나뉜 점이 좋았던 쇼룸.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나올 때 보니 입구 쪽에 놓여있던 헬싱키(Helsinki)를 주제로 한 책들이 몇 권의 책이었다. 작은 코너에 책 몇 권을 놓는 것이, 이 쇼룸은 단지 팔기 위한 목적을 넘어 말 그대로 아르텍(Artek)을 보여주고 헬싱키, 크게 보면 핀란드 디자인임을 한 번 더 강조하기 위한 액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북유럽 여행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제목이 떠오르면, 하나의 매거진으로 엮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