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holm, Sweden
바다 건너의 작은 섬
30분 정도를 걸어 스켑스홀멘(Skeppsholmen)으로 넘어갔다. 감라 스탄(Gamla Stan)과 유르고르덴(Djurgården) 사이에 있는 작은 섬으로, 섬 전체가 하나의 예술단지 같은 곳이다. 건축박물관(ArkDes)과 현대미술관(Moderna Museet)을 보러 갔다.
건축박물관(ArkDes)에서는 'Josef Frank; Against Design'이 열리고 있었고, 현대미술관(Moderna Museet)에서는 포스터가 너무나 매력적인 사진전 'Written in Light; The First Photographers'가 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가서 이 두 전시의 전시일정을 보니, 북유럽에 다녀온 지 꽤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Josef Frank; Against Design
요제프 프랑크(Josef Frank)는 '스웨덴 모던'을 대표하는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초기에는 건축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인테리어 중에서도 특히 주거 공간, 주거 공간의 가구, 그리고 텍스타일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이 전시는 가구와 텍스타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건축과 인테리어 관련 작업은 주로 스케치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섹션이 확실히 나뉘어있지 않아서 좋았던 점은, 인테리어 사진 속의 가구와 텍스타일 실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사진 속에서 끄집어낸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건축을 전공하고 초기에 건축 위주로 활동을 했던 만큼, 가구 디자인 스케치에서도 건축가 느낌이 물씬 난다. 다 만들어진 가구는 기능적이기보다 장식적인 요소가 큰데, 스케치만 보면 굉장히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가구일 것 같다.
너무 멋진 노부부가 보여서 몰래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흰머리 지긋하신 분들을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 당장 집에 들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가구도 발견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가구와 텍스타일. 자연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패턴들이 제일 많이 눈에 띄었는데, 중간중간 이케아 이불 커버에서 본 듯한 패턴도 있었다. 문득, 핀란드의 마리메꼬와 스웨덴의 이케아에서 보이는 패턴이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브랜드의 결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의 컬러와 패턴들을 확 묶어 '북유럽스럽다'라고 하는 것이 억지일 수 있겠다. 다른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에 비해 국내에서 많이 친숙한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그의 패턴만큼은 어디선가 눈에 띄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ArkDes
Exercisplan 4, 111 49 Stockholm, Sweden
Written in Light; The First Photographers
갑자기 날이 흐려지고 있었다. 바람도 제법 쌀쌀하게 부는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야외에서 커피 한 잔 했어도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19세기 후반, 최초의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인물을 정적으로 담고 있다. 야외에서 찍은 사진은 거의 볼 수 없고, 짙은 천막 앞에서 얌전히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들. 한 명, 한 명. 얼굴과 헤어스타일, 입고 있는 옷, 그리고 하나같이 딱딱한 포즈를 뜯어보는 것이 재미있다.
전시장에 사람이 매우 적어서 조용히 둘러보기 좋았다. 대학시절 사진 소모임에서 함께 사진전을 열기도 할 만큼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고, 필름 카메라도 한창 들고 다녔는데. 지금 나는 아이폰 카메라로 만족하고 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사진을 찍고 지우는 일인 것 같다. 갑자기 아쉽고 서글프다. 언젠가 다시 카메라 욕심이 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려나.
이 날 내가 찍은 사진들 중, 두 사람이 얻어걸린 흔들린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사진 전시를 보고 나니, '포토그라피스카(Fotografiska)'가 더 기대되었다.
Moderna Museet
Exercisplan 4, 111 49 Stockholm, Sweden
https://www.modernamuseet.se/stockholm/s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