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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Feb 24. 2020

여행자의 쇼핑법

@Stockholm, Sweden


여행을 기억하기 위하여

 

여행지에서의 쇼핑은 그 양상이 사람마다 참 다양하다. 하루를 꼬박 아웃렛에 투자해서 엄청난 득템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 나라에서만 유독 싸게 파는 식료품이나 화장품을 집중 공략하는 사람도 있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에게는, 파리 몽쥬 약국이나 일본 돈키호테 같은 곳에 가면 뭘 사야 하는지 검색해보고 방문하는 것이 제일 신경 써서 하는 쇼핑이었다.

여행을 꽤 여러 번 다니다가 생긴, 패턴까지는 아니고 쇼핑리스트가 있긴 하다. 첫 번째는 그 여행을 기념할 만한 향수를 하나 사는 것. 두 번째는 식기나 커트러리같이 주방에서 쓸 만한 물건을 사는 것. Jo Malone의 'Nashi Blossom'을 뿌리면 무더웠던 세비야가 생각난다던가, HAY의 'Paper Porcelain Mug'에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시간이 부족해 허겁지겁 돌아다녔던 로테르담이 생각난다던가. 잊을만하면 좋았던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들을 사게 된다.


@Stockholm, Sweden

 

북유럽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헬싱키에서는 Ittala 외에는 쇼핑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너무 짐을 늘리면 이동할 때 힘들기도 하고, 스톡홀름이 쇼핑하기에 더 좋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큼직큼직한 편집매장도 꽤 보여서 보이는 대로 들리기도 했고, 스웨덴을 가면 꼭 들러야지 생각한 브랜드들도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지금 보니 여기 다섯 곳이 기억에 남는다.



1. Iris Hantverk

@Iris Hantverk, Stockholm

숙소에서 5분 정도 걷다가 발견했던 생활용품과 패브릭 제품을 팔던 곳인데, 살짝 들러볼까 하는 생각과는 달리 꽤 오래 머물렀다. 주방용품부터 침구, 학용품, 가드닝 제품까지 파는데, 국내에선 도산공원 퀸 마마 마켓 초창기랑 비슷한 감이 있다.


@Iris Hantverk, Stockholm
@Iris Hantverk, Stockholm
@Iris Hantverk, Stockholm

부피와 무게를 핑계로 만지작 거리다 내려놓은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쇼핑을 하다 보면, 탐나는 물건은 많은데 막상 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여행 중에 필요하면 캐리어를 하나 더 사서 채우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 나는 캐리어를 최소한으로 채워가서 빈 공간을 꽉꽉 채워오는 편이라. 짐을 크게 늘릴 만큼 화끈하게 쇼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Iris Hantverk, Stockholm
@Iris Hantverk, Stockholm
@Iris Hantverk, Stockholm

분명 국내 편집샵에서는 더 비싸게 팔 것들이라, 마음에 드는 소품들을 집어 오면 꽤 괜찮은 숍이다. 작은 선물이나 카드 정도를 사러 가도 괜찮다.


Iris Hantverk

Kungsgatan 55, 111 22 Stockholm, Sweden

https://www.irishantverk.se/



스웨덴 출신 브랜드

 

2. Byredo

@Byredo, Stockholm

몇 년 전부터 꽤나 인기 있는 바이레도(Byredo). '블랑쉐(Blanche)'  핸드크림이 인스타에 도배되던 때가 있었다. 여행 가서 사면 싼데, 하는 말을 많이 듣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화장품이나 향수 브랜드는 전 세계 통틀어 한국에서 사는 것이 제일 비싼 것 같다. 흠, 기분 탓인가.


@Byredo, Stockholm
@Byredo, Stockholm

선물 받은 블랑쉐, 라튤립 핸드크림으로 입문했고 향수를 하나  생각으로 들어갔다. 매장 자체는 겉보기에 그다지  보이지 않는데 내부가 매우 깔끔하고 괜찮다. 국내 백화점 매장은  이렇게 작을까, 아쉬울 정도였다.

 

@Byredo, Stockholm
@Byredo, Stockholm

라튤립 헤어퍼퓸을 샀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 두피와 모발이 건조한 편이라 매일 머리를 감지 않는 경우, 향수 대용으로 매너용(?)으로 사용하기 좋다. 가끔 S.I.Village에서 할인이나 페이백 행사할  사면 가격이 가장 괜찮다.


@Byredo, Stockholm

BYREDO Stockholm

Mäster Samuelsgatan 6, 111 44 Stockholm, Sweden

https://www.byredo.com/



3. Happy Socks

@Happy Socks, Stockholm

타자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신고 있는 해피 삭스(Happy Socks). 예전에 네덜란드에 갔을 땐가, 패턴이 예뻐서 처음 구입했었다. 그 후에 직구로도 구입한 적 있는데, 배송비도 무료고 세일도 꽤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스웨덴 브랜드니까 매장에 꼭 들려야지 하고 핀을 찍어 놨었다.


@Happy Socks, Stockholm
@Happy Socks, Stockholm
@Happy Socks, Stockholm
@Happy Socks, Stockholm

패키지가 예쁘다.  양말 박스가 아닌 초콜릿 박스 같은 느낌이랄까. 상자 사이즈마다 다른 패턴과 컬러인데 시즌마다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치 박스를 채울 수 있는 개수로 사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포장의 힘이 느껴지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Happy Socks, Stockholm

Happy Socks

Mäster Samuelsgatan 9, 111 44 Stockholm, Sweden

https://www.happysocks.com/se



출장자의 추천지


@Stockholm, Sweden

날씨 좋은 오후, 스톡홀름 출장을 갔던 친구가 꼭 가라고 추천해준 매장에 들렀다. 가구와 조명, 소품 다 파는데 가면 꽤 오래 둘러보게 될 거라고 했다. '무조건 네가 좋아할 거야, 사고 싶은 게 엄청 많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으니, 무조건 가야 했다.


4. Nordiska Galleriet 1912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입구는 무슨 사무실 같기도 하고, 조금 딱딱해 보이는데 들어가면 생각보다 따뜻한 분위기이다.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시원하게 들어오는 자연채광과 격자무늬 바닥이 인상적이다. 실내 인공조명을 최소화해서 진열된 판매하는 조명들이 돋보이기도 하고, 위에서 내리쬐어지는 햇살이 딱딱한 매장 분위기보다 생활하는 공간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매장을 돌아다니는 직원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소파나 의자에 앉아보거나 이리저리 둘러보기 편했다.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작은 소품들도 꽤나 볼 만하다. 여행 마지막 도시였으면 작은 탁상 조명 하나 사 왔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위, 아래층까지 매장이 꽤나 크다. 마음먹고 가구나 조명을 사러 왔으면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 결정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는 곳.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 Nordiska Galleriet 1912, Stockholm

Nordiska Galleriet 1912

Nybrogatan 11, 114 39 Stockholm, Sweden

https://www.nordiskagalleriet.se/



집 꾸미기에 도움되는 쇼핑


@Stockholm, Sweden

스무 살 때부터 혼자 자취를 시작한 만큼,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항상 높았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공간이 '방'이 아닌 '집'이면 관심을 가지고 사게 되는 물건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 심플하고 무난하면서, 실용성까지 갖춘 물건이면 이미 가지고 있는 품목이어도 카드를 긁으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매장들이 있다. 무인양품, 이케아, 뭐 이런 곳들.


5. Granit

@Granit, Stockholm

그라니트(Granit)도 그렇다. 누가 좀 들여왔으면-하는 생각을 하던 곳인데, 삼성물산이 2년 전 론칭을 했다. 역시 내 눈에 좋아 보이면 다른 사람 눈에도 좋아 보이는 법. 하지만 왜인지 국내 정식 수입이 된 후에는 단 한 번도 구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집을 키워서 홈 오피스 공간이라도 꾸미게 되면, 베란다에 가드닝을 늘릴 수 있게 되면 뭐라도 사게 될 것 같은 곳이다.


@Granit, Stockholm
@Granit, Stockholm
@Granit, Stockholm

누군가 작은 사무실이나 카페를 차릴 때 들러보면 꽤 괜찮을 것 같다. 꼭 필요한 항목의 제품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여기 것들만 채워 넣어도 중간 이상을 가겠다는 느낌이랄까. 갖고 싶은 것들은 전부 부피가 부담스러워서, 종이처럼 접히는 바스켓과 벽에 걸 수 있는 끈과 집게를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나왔다. 해먹이 제일 탐났는데.

 

@Granit, Stockholm

Granit

Kungsgatan 42, 111 35 Stockholm, Sweden

https://www.granit.com/se/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날씨는 내내 좋았다. 내내 좋다가 마지막 날 밤에 비가 내렸는데, 조식 먹으면서 내리는 비를 볼 수 있어서 또 색다르게 좋았다. 물론 비 오는 날 캐리어 끌기는 어렵지만. 마지막 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쌓여있는 사진이 너무나 많다.


@Stockholm, Sw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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