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창 Oct 17. 2020

담배 피는 여자가 싫었던 이유

 객관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극히 주관적이었던 나

예전에 나는 이성을 만날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비합리적이고  막힌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나름 객관적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담배 피는 여자를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였는데,
 번째는 내가 담배를  피니까.
 번째는 담배 냄새가 싫어서.
 번째는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회적 가치에 배반하는 행동이라서.

그러다 우연히 지인 모임에서 정말 괜찮은 여성분을 보게 됐다. 외모도 뛰어나셨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가 습관처럼 자리잡은 분이었다.

 분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분이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혹시 담배 피세요?'
순간 흠칫 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말씀드렸다. '아니요. 피우진 않습니다.'

그러자  분은 웃으며 '혹시 제가 잠깐 나가서 담배를  건데, 같이 나가실래요? 대화가 재밌어서 흐름이  끊겼으면 좋겠어서요.'

  알았다.  기준은 굉장히 편협하고 단순했다는 .

예전같았으면 무례나 오만으로 치부했을법한 행동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토록 싫어했던 담배 냄새가  사람의 은은한 향과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까지 줬다.

 경험이 있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담배를 피워서 싫다'라고 생각했던 상대 여성분들은,  분들이 담배를 피워서 싫은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원초적인 이유로 내가 싫어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

이를테면 동물적인 본능으로 느낄  있는 애매한 느낌이나, 유쾌하지 않았던 대화, 부정적인 에너지와 입에서 나는 좋지 않은 냄새 .

 상황에서 나는  , 아니  초만에 ' 사람 아니다.'라는 판단을 동물적으로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런 묘한 느낌을 얘기하기엔 내가 너무 재는 사람 같고 까다로운 사람 같으니, 사회적 통념에 의거한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낸다.

설령  사람이 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    담배를 끊었다고 연락이 온다한들 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진 못할 것이다.

상대방이 담배를 피워서 싫었던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나에게 그냥 그랬던 사람들이 담배를 피웠을 뿐이다.
 
 이후로 누군가를 만날 때는 웬만하면 어떤 기준이나 선입견을 만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느끼려 노력하게 됐다.

나는 나를  안다, 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다, 나는 경우 있는 사람이며 배려 깊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어떠한 기준을 세워놓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전에 가졌던 상대방을 만날때 세운 확고한 기준들이  소중한 시간이나 금전을 아끼는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기회를 차단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좋은 싫든  이유를 '그럴듯한 사회적 가치' 의거해  문장으로 정의하려하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그거 하더라고.  말할 필요도 없어.'라고 하기 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중점을 맞춰  사람을 알아볼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예전에 뚜렷하고 단순했던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요즘은 없어진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사회적 가치는 불변의 사실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수의 의견일 , 내가  의견에 나를 애써 맞추거나 따라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난 일 갖고 왜 그래?'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