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정의 사례
요즘은 국내에서도 IKEA 가구를 많이 본다.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전통적인 가구와 비교해보면 매우 싸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되었다.전통적인 유럽 가구는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에 장중하고 내구성이 높은 고가품이다. 당연히 이러한 가구를 구매할 고객도 부유층이며 매장도 그들이 모이는 번화가나 거주지 근처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매장 임대료가 높아서 소형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었고 소규모 매장에 모든 제품의 전시가 불가능하여 일부 품목을 샘플 중심으로 진열할 수 밖에 없었다. 카탈로그를 보고 직원이 추천하고 주문하면 한 두 달 후에 고객에게 배달되는 이런 상황이었다.
전략은 의사결정이라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WHAT, WHO, HOW에 대한 의사결정이며 이는 일관성(consistency)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유럽가구업체의 전략을 살펴보면
고급가구를 제공하고 (제품. WHAT)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며 (고객. WHO)
매장은 번화가에 설정하고 소형으로 운영함 (운영. HOW)
과 같다. 그런데 한번 보자. 전통적인 유럽가구업체들의 경쟁상황은 제품, 고객, 운영에 대한 이미 결정된 전략을 누가 잘 수행하느냐에 집중된다. 즉, 동일한 전략 하에 누가 누가 관리를 더 잘하나에 포커스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맹점을 개선하고자 최근에는 시장의 법칙(Rule)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학술적인 입장에서 보면 운영적 유효성(Operational Effectiveness)이라 한다. 전통적인 유럽가구업체들은 이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운영적 유효성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은 관리에 의한 경쟁에 몰입하게 됨으로써 2가지 큰 문제점에 봉착한다. (봉착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첫 번째는 운영적 유효성에 의해 생기는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는 지속적이지 못하고 기업 간 차이가 별로 없다.
두 번째는 후발업체의 경우, 차이는 적지만 항상 선두주자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뭐 좀 어려운 단어들이 나왔지만 결론은 별 볼 일 없게 된다는 얘기고 ... 저자도 경험상 위의 것들 즉, 운영, 관리 측면의 Excellence에 집중하면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좀 많이 피곤해진다. 걸레 짠다고 행주되는 것 아니라는 말이다 ... 즉, 조직의 피로도를 무시하면 안된다. 국내 기업들이 간과하는 것이 군사정권시절의 여러 가지 문화를 혁신이라고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Morale 측면의 일시적 성과는 있을 수 있으나 거기서 스티브 잡스가,
빌게이츠가 나오지는 않는다.
각설하고 .. 뒤늦게 유럽가구시장에 뛰어든 IKEA가 왜 두각을 나타내었느냐 .. 바로 시장의 법칙을 바꾸었다.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일 경우 이렇게 시장의 법칙을 바꾸게 되면 거의 성공한다. 다시 한번 전통적인 유럽가구업체들의 전략을 살펴보자.
고급가구를 제공하고 (제품. WHAT)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며 (고객. WHO)
매장은 번화가에 설정하고 소형으로 운영함 (운영. HOW)
이에 대해 IKEA는 다음과 같이 접근하였다.
- 현대적 디자인의 중저가 가구를 제공하고 (제품, WHAT)
- 매스 마켓(Mass Market)으로 등장하는 젊은 신혼부부로 고객을 재정의하였고 (고객, WHO)
- 교외의 대형매장에서 실물을 배치하였다 (운영. HOW)
이처럼 IKEA는 더 이상 관리에 의한 경쟁보다는 전략 자체를 수정함으로써 시장의 판을 바꾸었다. 포인트는 시장을 보는 다른 시각을 가짐으로서 기존의 시장의 법칙을 바꾸었다는 것에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장은 이내 기존의 시장을 잠식해버린다.
여기까지가 저자가 2010년에 기고하였던 기업 사례 이케아 이야기이다. 여기에 그동안의 이야기와 지금 이야기를 좀 더해보면, 기존 가구업체들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즉, 도심의 가구매장을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로 만들어 사람들이 보다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상담을 강화함으로써 '가구도입 컨설팅'을 해주었다. 분명히 소비자는 나뉘기 때문에 외곽에 나가서 직접 사용해보고 본인이 구입하여 조립하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도 있고, 여전히 컨설팅을 듣고 그들이 전부 다 해주면 나는 사용만 하겠다는 것을 지향하는 고객들도 있다. 거기에 공통적으로 더해진 것은 디지털 혁신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하는 웹진같은 것은 이제는 일상화되어 있다. 이케아는 최근 디지털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한 옵션을 직접 선택하여 전체적인 느낌이나 가구 디자인 등을 확정하고 주문할 수 있는 'FIRST'라는 앱을 출시하였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오래 갖게 하기 위해 다양한 음식들도 가구매장에서 팔고 있다.
사업전략의 본질로 돌아가면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찰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답해볼 수 있을 때 기회가 열린다. 솔직히 저자가 생각하는 이케아 가구는 목재도 원목보다는 합판을 많이 사용하는 등 아주 좋지는 않다. 그러나 합리적 소비 관점에서 또 저자가 선호하는 미니멀리즘 차원에서 이케아 가구는 만족스럽다. 작은 소파를 1,500만원 주고 살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정의했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서 온 가족이 오랜 시간 머물면서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그런 부지는 땅 값이 싼 시외에서 구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다보니 이 들은 가구 조립을 DIY라는 일종의 문화로 돌렸고 가구의 배송에 집중하게 되었다.
창업주 잉그바르 감프라드(Ingvar Kamprad. 1926 ~ 현재)에 대한 논란[1]을 넘어서서 그가 스웨덴의 주택 공급 정책에 맞추어 시장을 읽고 대를 이어쓴다는 가구에 조립식의 개념을 도입하고 식품매장처럼 음식과 함께 하는 가족의 공간으로 만들어 현재의 대제국 이케아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저가전략으로 우뚝 선 기업 이상의 이야기가 오래 오래 회자될 듯 하다.
[1] 감프라드는 젊은 시절 나치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기업이 커지면 항상 이슈가 되는 탈세문제도 같이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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