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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sleeplay Aug 29. 2020

ep05. 얄궂은 기억들

쿤밍에서 징홍으로 가기 위해 야간버스를 탄다. 그리 큰 키는 아니건만 좁다란 버스 침대는 두 다리도 다 펼 수 없다. 이런 환경이 익숙한 현지인과 경험해본 여행자는 불편한 기색이 없다. 어느새 그들은 고약한 발냄새에도 잠을 청하거나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떠남의 설렘에 웃음 띤 대화를 나눈다.


나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창가 쪽으로 몸을 기댄다.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강한 의지로 도시를 탈출하려는 듯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를 키운다. 징홍의 아침에 우리를 내려주기 위해, 버스는 머나먼 거리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버스가 더 빨리 달려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간이 흘러가주길 바라는 것뿐.


뜬 눈으로 보내는 새벽, 개울물처럼 흘러나오던 생각은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터져 나온다. 끝없는 생각의 고리에 휩쓸려 허우적거린 탓에 흠뻑 젖은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가 보고 싶고 그리워지고, 하나둘 떠오르는 얼굴과 내 잘못들, 잘못들.. 쌀쌀한 기운에 어깨를 움츠리고 옷깃을 여민다. 얼마 전까지 배낭 깊숙이 넣어뒀던 두툼한 옷에서 얄궂게 섬유 유연제 향이 피어난다.


Sleeping Bus, Yunnan,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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