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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란 Jun 15. 2024

완주를 위해 멈출 수 없다

독립 출판 일지 #8

아쉽지만,

완주를 위해 멈출 수 없는 우리들

하루에도 몇 번씩 스콜이 쏟아지던 날

우리는 건대의 인덱스 숍에 모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불과 몇 분 만에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고 연달아 오락가락하는 스콜 때문에 몇몇은 다 젖은 채로 의자에 앉았다.

꿉꿉한 날씨 속에 힘겹게 도착한 것도 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힘이 빠지는 날이었다.

책에는 4명의 저자가 있다.

하지만 스콜을 뚫고 만난 8월의 주말 아침 실은 우리는 4명이 아니라 5명이어야 했었다. 시작을 함께 했던 한 명이 유난히 힘든 회사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었다. 이미 글은 70~80%가 완성단계였고 지금까지 쓴 글만이라도 함께 출판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다른 곳에 쏟은 힘이 없을 만큼 힘겨웠었나 보다.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편집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완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녀의 빈자리가 끝내 아쉬웠지만 가던 길을 완주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건대의 인덱스숍은 북카페로 다양한 서적들 사이에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 바로바로 논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각자 원하는 스타일의 책을 골라서 서로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우리들의 생각이 많이 겹쳐서 다들 한 방향으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원하는 방향을 알아도 여전히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 슬아언니가 독립출판의 전 과정에 대해서 알려주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원데이 클래스를 다 함께 들어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정말 우리에게 딱 필요한 내용들이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신청했다.

(실제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리송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던 부분들이 정리되는 소중한 경험이되었다.)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이번 만남에서 나는 6년 차 :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가 (대기업 vs 스타트업 디자이너)에 대한 내용을 완성해 갔다.

안정적인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가?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한 감정.

이곳에 계속 남아 있다간, 끓고 있는 냄비 속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가 될 것만 같았다.

세 번째 회사에서 경험한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뭐든 다룰 수 있는 만능이 되어야 했지만, 동시에 무엇하나 제대로 끝을 보지 못해 이도저도 아닌 절반의 제네럴리스트였다.

네 번째 회사에서 경험한 대기업 디자이너는 디자인 툴을 다루는 회사원에 불과했다.

해당 글에서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지 깨닫게 된다. 이전 에피소드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디자이너로서의 기준이 잡혀가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의미있는 성취감'을 느끼는지가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