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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Aug 26. 2021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몽글몽글 피어나는 어릴 적 기억.

"그럼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우리가 아는 동화의 나라가 아니에요?"

메리 포핀스는 가엾다는 듯 말했다.

"몰랐어? 누구한테나 자기만의 동화의 나라가 있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한번 콧방귀를 뀌더니 이층으로 올라가 하얀 장갑을 벗고 우산을 내려놓았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_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글]


어린 시절 봤었던 메리 포핀스는 나에게 특별한 영화였다. 가족이 모두 좋아했던 영화여서 꽤 여러 번 봤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우산을 타고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신기한 물건이 나오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메리 포핀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유모였다. 어린 마음에 저런 유모가 우리 집에도 있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 속의 메리 포핀스를 올해 여름 소예책방 함연동화 모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영화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동화로 만나니 새롭고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어느 날 갑자기 바람을 타고 뱅크스 씨네 집 앞으로 날아온 메리 포핀스!!

어딘가 도도해 보이고 괴짜 같아 보이는 이 유모는 그날 바로 제인과 마이클, 존과 바브라의 유모가 된다. 계단 난간에 앉아 거꾸로 올라가고 항상 들고 다니는 양탄자 가방에서는 갖가지 물건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런 괴짜 같은 유모는 아이들에게 인기스타가 되기 마련이다. 괴팍하고 신경질 적인 유모지만 누구나 메리 포핀스를 좋아한다. 

내 기억 속에 있는 메리 포핀스는 어여쁘고 친절한 유모였는데 동화 속 메리 포핀스는 약간 괴짜 같고 쌀쌀맞은 느낌의 유모의 모습으로 나온다. 제인과 마이클이 물어보는 대답에는 거의 대부분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고 괴팍하게 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괴팍하고 괴짜 같은 모습 속에서도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살피고 챙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모습을 봤을 때는 내가 어렸을 때 만났었던 메리 포핀스와 사뭇 다르지만 내면 그 어딘가는 상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이클은 나침반을 떨어뜨렸다.

"꺅! 꺅!"

그리고 겁에 질려 두 눈을 꼭 감고 소리쳤다. 

"메리 아줌마, 살려 줘요!"

그때 뭔가가 마이클을 감쌌다. 그 위로 커다란 짐승들이 제 몸집보다 더 큰 그림자와 함께 승리감에 취해 고함을 치고 울부짖으며 마이클한테 달려들었다. 그런데 마이클을 덮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꼭 껴안고 있는 이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대체 무엇일까?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_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글]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는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여러 에피소드가 모여져 있는 동화책이다. 메리 포핀스와 제인, 마이클이 가는 곳은 언제나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 12개의 에피소드 안에 내가 영화 속에서 봤었던 장면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춤추는 암소'였다. 송아지를 살뜰히 보살피던 암소는 어느 날 뿔에 별이 붙으면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았지만 어쩐 일인지 춤이 멈추지 않아 당황스러워한다. 왕에게 찾아가 춤을 멈추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달 너머로 높이 뛰어오르면 뿔에 있는 별이 떨어지면서 춤이 멈춰질 거라는 해답을 찾게 된다. 다행히 별은 하늘로 돌아가고 암소는 춤을 멈출 수 있었다. 다시 송아지에게 돌아온 암소는 쉴 수 있어 좋았지만 어쩐 일인지 신나게 춤을 추었던 때를 그리워한다. 암소는 자기 뿔에 붙어 있었던 별을 그리워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그 별을 찾아다닌다. 

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아마 암소의 처지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암소가 애타게 찾고 있는 그 별을 나도 찾기 위해서 일 것이다. 


동화 독서모임의 매력적인 부분은 기승전결이 자극 적이지 않은 글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읽는 사람들과 흥미진진한 책수다를 떨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래에 아이와 함께 같은 책을 읽으며 함께 독서 모음을 하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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