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워딩이 자극적이지만 맞는 말이다. 지금 축구에 미쳐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주말에 축구나 풋살을 하고, 해외 축구를 챙겨보는 정도였다. 오랜 시간 축구를 사랑해 왔냐? 고 묻는다면, 맞다. 하지만 그때도 이렇게 미쳐있었냐?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늘 일상을 함께하는 소중한 취미 정도였다. 주변에서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1초 만에 '축구'라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랬던 나의 소중한 취미가 이제는 내 전부가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도, 밤에 잠을 자러 누워도 축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럼 왜 이렇게 됐냐고? 그 특별한 계기는 딱 한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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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말이다. 이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뱉으면서도 정작 난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30살의 어느 날, 한 친구의 눈물을 보았다. 그 친구는 사업을 하는 친구였다. 전혀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은 친구가 '더 일을 잘하고 싶어서, 같이 하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눈물을 흘렸다. 깜짝 놀랐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이게 진심이구나. 나도 당시에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속한 회사나 일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다. 자기 인생을 몰입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부러웠고 그 눈물이 내 마음의 불씨를 지폈다. 그렇게 난 무작정 퇴사를 했다.
퇴사 후 든 생각은 '진짜 내 삶을 다 바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였고, 그것은 바로 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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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가 중요한 사람이다. 스스로가 납득이 잘 안 가면 무언가를 실행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축구를 선택한 것도 '왜'가 중요했다. 단순히 좋아해서일까? 그렇다면 난 왜 축구를 좋아할까?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 속에서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모든 답은 사실 내 안에 있는데, 밖에서 찾으려고 해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인생의 큰 하나의 목표를 세운다. ' 더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왜? 나는 축구가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고 믿고, 그 힘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축구를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이유이다. 그 이유가 명확하다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 데가 중요하다. 그런 깊은 고민들 끝에 탄생한 것이 2035년까지 '6층 짜리 축구의 성지'를 만들고 결국엔 K2리그 구단주가 되는 것. 그리고 ACL에 올라가는 것. 이것이 내가 내 인생을 바쳐 이루고 싶은 꿈이다. 자 이제 꿈은 정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축구에 미친놈이 결국 축구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우물 안 개구리가 어떻게 발버둥 치면서 생존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우물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미쳐버리겠는 그 마음을 담아 글을 남겨본다.
결론부터 말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하나 확실한 건 브랜드는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쌓여서 완성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쌓여서? 맞다. 사람도 학창 시절을 겪고 성인이 되는 것처럼 브랜드도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것들을 해왔는지 또 해나가는지 그것을 증명하고 보여주는 게 브랜드다. 결국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계속 무언가의 행위가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을까? 사실 코리안 야야뚜레의 굿즈를 만드는 게 더 쉽게 판매될 수는 있다. 소수일지라도 내 계정의 팔로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내 콘텐츠를 좋아해 준다면 굿즈에도 일정 부분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싶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브랜드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가정한다면, 누군가에게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의 품에서 보호받으며 클 수는 있지만, 결국 그 밖을 떠나 독립해야만 한다.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는 하나의 현상이자 문화이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하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브랜드가 꿈꾸는 미래가 존재하는 것. 그것이 브랜드가 가야 할 길이자, 태어난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코리안 야야뚜레의 굿즈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스튜디오 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축구의 성지 2층에 입점시키는 것이 나의 큰 목표였다. 당찬 포부와는 다르게 사실 이게 잘 한 선택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나를 믿고 확신을 가지고 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잘 되었냐고?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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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시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이 말에 너무나 공감된다. 축구를 떠나 브랜드를 만드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새로 생긴 브랜드 중 3년을 못 채우고 폐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를 만들어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오픈만 하면 물밀듯이 주문이 쏟아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오히려 이를 기대하는 게 조금은 허황될 수도 있다. 오픈빨이라는 게 있긴 해도 사람의 지갑을 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갑을 열어야 할까?
결국은 그 고객이 갖는 효용성이 분명해야 한다. 그 효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능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 기능적인 것은 말 그대로 우리가 발목이 아파서 발목 보호대를 사는 것처럼 당장 내 불편함을 줄여줄 수 있는 것. 반대로 심미적인 것은 가치나 메시지가 좋아서 또는 이뻐서 사는 것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페인킬러가 아닌 비타민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내가 기능적인 바탕으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능은 결국 기술에서 나오는 것인데, 내 브랜드가 추구하는 게 기능이라면 언더아머나 나이키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선택했다는 표현보다는 어쩔 수 없다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사람들은 심미적인 것, 가치적인 것을 왜 살까?
내가 내린 답은 그게 자신을 보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보여주는 수단? 우리가 티셔츠를 살 때에도 그 티에 자신의 개성을 담는 경우가 있다. 안 그런 사람도 많지만 그런 사람도 많다. 같은 티셔츠인데도 누구는 유니클로에서 사고, 누구는 김씨네에서 산다. 전자는 페인킬러, 후자는 비타민인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나는 비타민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비타민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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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이게 어려워서 아직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알고 있다면 답을 줬으면 좋겠다)
딱 하나의 정답은 아닐지라도 내가 내린 결론은 그 브랜드의 멋 때문이다. 여기서 멋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진정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비주얼이라고 하기도 한다. 뭐 그게 뭐가 됐든 상관은 없다. 그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의 멋이 존재하면 된다. 그 멋의 정의는 결국 그 브랜드가 내리는 것이다.
내가 시작한 스튜디오 파이의 멋은 뭐라고 규정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 브랜드를 하는 친구들과도, 또 내가 생각하는 페르소나 고객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물론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우리가 정의한 멋은 '축구에 대한 고집'이다. 고집은 자칫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것만큼 멋있는 것도 없다. 어떤 고집을 부리고 싶냐면, 축구로 우리는 외로움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고집이다. 말이 안 되고 불가능한 것이지만 축구는 서로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앞선 내 개인의 Why와도 맞닿아있다)
그 힘을 가지고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재밌게 즐기고, 더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그 순간순간에 스튜디오 파이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돈이 되는 걸 하기보다는 우리의 고집을 팔기로 했다. 그게 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도 있다.
구구절절 내 생각을 쓰긴 했지만 지금도 고민 중이다.
그 고민은 나의 행동을 머뭇거리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뾰족하고 단단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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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고 단단하게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싶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 것이다. 스튜디오 파이가 꿈꾸는 불가능한 세상을 정말로 만들어보고 싶으니까. 그 꿈을 누군가는 응원해 줄 테고, 하나의 유기체로서 그 꿈을 향해 가는 모습들을 우리는 보여줄 것이다.
나는 축구에 미친놈이다. 미친 듯이 축구가 좋다.
이제 이 마음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킬 차례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축구를 좋아한다면,
축구에 대해 관심이 있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스튜디오 파이를 한번 지켜봐 달라.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같이 축구를 즐기며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는 외로움 없는 세상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