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세상은 변하지 않고 똑같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 성장 속도가 느리냐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엄청 빠른 것 아니냐고 놀라며 묻는다. 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할 때 1만이라는 숫자는 신기루 같았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듯한 느낌이랄까. 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계정들을 보면서 조급했던 적도 있다. 솔직히 나는 왜 이렇게 늘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취하기도 했다. 콘텐츠 개수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거라며.
중요한 것은 결국 남의 평가가 아닌 내 속 안에 있는 마음이다."팔로워의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라는 상투적인 다짐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팔로우의 숫자에 휘둘리지 않을 수는 없다. 그 숫자가 어쩌면 결과이고 사람들의 반응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중심에 있는 것은 나만의 확신이다. 내가 어떤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더 나아가 어떤 걸 이루고 싶은지. 이것이 명확하면 팔로워의 숫자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오늘은 1만 명을 달성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던 얄팍한 내 마음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또 어떻게 1만 명을 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단 중간중간 내 마음의 변화와 고민의 흔적을 남겨보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굉장히 적을 것이다. 브런치 자체의 팔로워 숫자도 적고, 비례하여 글 하나의 임팩트도 적다. 하지만 나에게 관심 있는 누군가는 볼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만 공개하는 나만의 솔직한 일기장이기도 하다.
그럼 한번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종종 나를 비행기 태우려는 친한 친구들이 묻는다. '대단하다, 어떻게 팔로워를 그렇게 모을 수 있었냐.' 감사함과 부끄러움이 공존한다. 실제로 나보다 더 팔로워가 많은 계정이 수두룩하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는 생길 것이기에. 그런 마음에서 발현하여 늘 이렇게 말했다 "팔로워의 숫자는 중요치 않아, 더 중요한 것은 밀도와 관심도야"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팔로워의 숫자도 중요하고, 팔로워의 밀도와 관심도도 중요하다.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라 공존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여러 경험 끝에 깨달았다. 그렇기에 팔로워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던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돈이 안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랬다. 팔로워의 숫자보단 그 안에 얼마나 또 누가 내 콘텐츠를 소비하고 좋아해 주는지에만 몰두했다. 규모보단 밀도가 더 내가 추구하는 목표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은 그렇지 않다. 팔로워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자신을 잃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팔로워의 숫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이 두 가지의 마인드셋은 조금 다르다. 가장 최우선순위가 팔로워의 숫자라면 업체를 통해 구매할 수도, 자극적이고 유머스러운 콘텐츠를 올릴 수도 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이유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 최우선순위는 팔로워의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숫자인 것도 맞다. 그렇기에 내 고집만 계속 내세울 게 아니라, 요즘 어떤 것들이 핫한지 또 변화하는 트렌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전의 나였으면 그냥 내 길을 간다라고 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팔로워의 숫자와 그 밀도는 둘 다 중요하다. 동시에 그 수는 비례하기도 한다. 다만 여기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나만의 색깔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서, 또는 이런 것들이 무조건적으로 핫하니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걸 어떻게 나만의 스타일로 소화하고 풀어내느냐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그럼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의 스타일은 무엇이냐?
그 답은 지금도 찾고 있고,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목적과 이유로 이걸 하느냐에서 답은 이미 존재한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축구라는 스포츠로 연결되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깊게 빠져들길 바란다. 그거에 대한 방법론으로 코야뚜는 존재한다. 다른 크리에이터나 페이지 등 여러 활동하시는 분들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이를 풀어낸다. 그럼 나는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진지하게, 다양하게, 깊게' 이 정도로 나의 스타일을 정의해 볼 수 있겠다.
1. 축구는 유희를 주는 수단임이 맞지만, 나한텐 적어도 인생에 있어 고마운 존재다. 축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더 즐겼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내가 접근하는 축구는 사뭇 진지하다.
2. 축구는 팀과 선수의 스포츠이지만, 그 주위를 둘러싼 것들이 너무 많다. 문화적인 것, 산업적인 것, 그리고 이를 즐기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 이렇듯 단순히 축구 그 자체를 떠나서, 그 주위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소재적으로 다루고 싶다.
3. 가십거리, 스쳐 지나가는 이슈들도 물론 재밌다. 하지만 이는 태생적으로 속도전이다.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점에서 기자의 업과 비슷하다. 나는 기자가 되고 싶지 않다. 축구의 한 모습에 숨겨져 있는 조금은 깊은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쭉 가는 게 오히려 나다운 것이고, 나스럽게 살아남는 방식이다. 그 규모나 스테이지별로 전략은 변화할 수 있겠지만, 코야뚜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 때문에 좋아할 것이다. 결론은 외부의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내가 살아남는 길일 수도 있겠다.
결국에 달성한 1만 명이란 숫자.
1만 명 과연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
부족한 점이 많고 서툰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1만이라는 숫자가 주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대한민국 축구판에 그래도 한 명의 플레이어로 인정받은 느낌이 든다. (사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함. 나만 그렇게 생각함)
축구를 좋아하는 한 명의 축덕이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조금씩 쌓아왔다. 그러면서 축구로 맺어진 수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기회들도 생겼다. 종종 커피를 한잔하고 싶다며 연락 주시는 분도 계셨고, 누군가는 같이 일하고 싶다고 감사한 제안을 주신 적도 있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함이 크다. 이런 연락과 제안은 사실 내가 코리안 야야뚜레를 운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또 내 스타일대로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한 명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만 존재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뭔가 상징적인 숫자인 것 같다. "너 이제 이 판에서 제대로 해봐"라는 사람들의 인정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 왔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똑같은 콘텐츠만 계속 올렸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조금씩이라도 변주를 주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젝트들을 보여주니 좋게 본 것도 있는 것 같다.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코리안 야야뚜레 1만을 달성했고, 스튜디오 파이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나왔다. FC 도르마무라는 축구팀 브랜딩도 열심히 해보고 있고, FF라는 모임도 열어봤다. 거기에 이제 FOOPS라는 매거진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단히 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긴 하다. 일본도 다녀왔고, 펍을 가고 싶어 부산도 가봤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보고 배우는 것들도 있었고, 여러 콘텐츠를 만들면서 축구를 더 깊게 이해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모두 씨를 뿌리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엄청난 수확을 아직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어쩌면 나중에 열매를 맺지 않을까(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사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이다. 1만이라는 숫자를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했다면 본격적으로 내 꿈을 향해 달릴 시간이다. 그 과정은 지난하고 비루하면서도 어렵겠지만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분명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1만 명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었고 팔로워의 숫자만 '1만'이라고 표기되었을 뿐이다.
지나간 시간 동안 내가 잘했던 것은 강화하고, 부족했던 것은 보완하면서 2만을 향해 달려보자. 동시에 내가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계속 시도하면서 부딪혀보자.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생길 것이고 그게 쌓이면 점차 나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겸손하되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그냥 나답게 살자.
P.S
1. 여차저차 홈페이지까지 만들게 된 나의 소중한 스튜디오 파이.
언젠간 29CM에 들어갈 것이고, 축덕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울 것이다.
2. 풉스 매거진이 새롭게 피벗 했다. 여러 가설들을 테스트해 봤고 이제는 길이 좀 보인다.
이걸 기획하게 된 이유부터 과정도 나중에 한번 글로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