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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 야야뚜레 May 21. 2024

런칭만 하면 대박이 날 줄 알았지.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보자.


스튜디오 파이는 지금 나의 전부다. 임산부가 산통을 겪고 애를 낳듯이, 수많은 고민 속에 스튜디오 파이는 탄생했다. 그 수고로움과 노력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기에, 나에게는 매우 특별했다. 새롭게 무언가를 도전한다는 것은 그 규모나 깊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하지만 나에게 특별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할까?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이 글은 시작된다.


내가 이렇게 고생했으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별 관심이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여러 브랜드는 탄생한다.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우며 또는 새로운 제품을 들고서 고객을 찾는다. 고객 입장에선 스쳐 지나가는 버스의 래핑처럼 눈으로 보긴 하지만 그냥 그려려니 하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가사 중에 하나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남의 팔이 부러진 것보다 내 손 끝 베인 게 더 아파"


맞는 말이다. 남이 큰 사고를 당하든, 죽든, 팔이 부러지든 사실 나의 일이 아니라면 종이 끝에 살짝 베인 내 상처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인간이기에 모두가 그렇다.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하고 삶이 있기에 다른 무언가를 신경 쓸 처지가 안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이 나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그것은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만든 사람이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했는지는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알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다. 코리안 야야뚜레와 스튜디오 파이는 내 전부였다. 대학교 1학년 때 군대 가기 전 하루를 어떻게 더 재밌게 보내지라는 생각만 했던 것처럼, 재수를 할 때 하루종일 수능 공부 생각만 했던 것처럼 지금의 나 또한 그랬다. 머릿속에서 축구와 관련된 것이 도통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조금 먼발치서 나를 바라보니,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혼자 오버하고 고통스러워했다. 조금 더 솔직한 표현으로는 유난 떨었고, 징징거렸다. 아마 지금 이 글을 보는 누군가한테도 내 생각은 분명 그렇게 보일 것이다. 어쨌든 이걸 깨달았다는 것은 분명 그 계기가 있었다. 그 사소하지만 내게는 컸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돈은 차갑고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이번 새로운 제품을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예상보다 더 딜레이 됐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디자인도 더 퀄리티를 높이고 싶었고, 업체의 샘플을 받는 것부터 생산까지 직접 만나 미팅하며 수고로움을 드렸다. 컨셉도 나쁘지 않았고, 타겟도 뾰족했다. 그렇게 웹 사이트와 함께 세상에 내놓았다.


난 그렇게 우리의 제품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아니라, 스튜디오 파이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는 유의미할 것이라고.


하지만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차갑고 냉정하다. 그 사람을 보고서 굳이 사지 않는다. 물론 처음엔 사줄 수도 있다. 처음이 아니라면 기대하기 어렵다. 동시에 나에 대한 동정과 연민으로 제품을 사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사랑이 아니다. 응원하는 마음은 같겠지만 나를 봐서 하나 사주는 것과 제품이 맘에 들어서 구매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후자에 비해 전자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솔직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많이 사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면대면으로 봤고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나'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회의는 아니다. 나도 누군가를 대할 때 비슷하다. 당연한 것임에도, '내 세상'이었기에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 일련의 일들이 내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코리안 야야뚜레와 스튜디오 파이를 바라보게 된 계기이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징징거리는 것에서 끝난다.

그래서 어떻게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이런 고민과 실행의 연속이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믿으며.




마케팅 +1

본질 +1


자청의 유튜브에서 들은 말인데, 접근 방식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써먹어보려고 한다. 정리하면 하루에 한 번씩 우리를 알리고, 하루에 한 번씩 우리가 판매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퀄리티를 하나씩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논리의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시도 안 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1, +1 전략을 써보려고 한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스튜디오 파이를 조금씩 알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동시에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들어가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아니면 누군가에게 시딩을 하나씩 하는 것도. 그 방식과 효용을 고민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알리는 것. 그것이 요새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이다.


마찬가지로 본질도 조금씩 높여야 한다. 디자인의 감도를 높이는 것도, 웹 사이트의 ux를 수정하는 것도, 판매하는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도. 모두 본질을 높이는 행위다. 이것도 대단한 걸 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조금씩 하나씩 하면 된다. 아니 어쩌면 조금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근데 여기서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스스로를 믿는 것. 내 노력의 결과물을 기대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나를 믿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물 떠놓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무언가의 액션을 계속 취해야 한다. 그 액션이 쌓이고 쌓여 더 큰 결과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그 고된 작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요새 그런 생각을 한다.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으로 고비에 맞닥뜨렸다. 그 고비를 뚫고 올라갈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그냥 안주하고 하던 걸 할 것이냐. 보이지 않는 천장을 깨기 위해 콩콩 뛰고 있는데, 조금씩 천장을 금이 가게 할 것인지 아프니까 그만 뛸지는 결국 내가 정하는 것이다. 근데 결론은 간단하다. 이 스튜디오 파이는 나의 목표인 축구의 성지 2층에 들어가야만 한다. 아무도 사지 않는 브랜드를 2층에 넣을 순 없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천장을 깨고 나는 넥스트로 가야만 한다. 그 천장이 깨질지 안 깨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그리고 어차피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 스튜디오 파이는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성공시키고 말겠다. 마지막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언젠가 이 브랜드는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

https://www.studiof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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