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끼고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패착이었다.
브랜드 스튜디오 파이(https://www.studiofie.co.kr/)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이란 말보다는 해보고 있다 정도의 말이 더 맞겠다. 예상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내 계획은 계속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내겐 큰 의미가 있다.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기에 배우는 것도 있고, 웹사이트 운영부터 제품 제작까지 새로운 고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걱정과 재미 속에 꾸역꾸역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의 제안이 왔다. '홈리스 월드컵'이 이번 서울에서 열리게 되는데 사커마켓의 부스로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 당장 준비된 제품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우리가 오프라인 부스에 나가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인지도도 부족했고, 나가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호했다. 그럼에도 담당자분이 적은 하나의 문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주거 문제에 대해 주목할 수 있게 만들고, 포용과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는데, 스튜디오 파이가 '축구를 통해 외로움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 포부가 인상적이었다고.
우리의 제품이 맘에 든다,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도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그만큼 우리가 어떤 이유로 이걸 해나가는지를 알아봐 주는 것이 큰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부족함이 더 크지만, 그럼에도 이 가치를 알아봐 주는 것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가기로 결정을 했다.
나가기 전에 고민했던 것은 딱 두 가지였다.
1. 어떻게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까?
2.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바쁜 와중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매출 증진을 위한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스튜디오 파이의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구매자 이벤트'였다. 3만 원 이상 구매한 사람들에게 특정한 선물을 주는 것. 어떤 브랜드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나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마침 제작을 해놓고 팔지 못하는 제품들이 있었기에 행사 이벤트 선물로 제격이었다. 일단 많이 파는 게 중요했기에, 이 정도의 메리트라면 충분히 사람들이 구미가 당길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구매를 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것은 'FOOTBALL IS EVERY ___' 이벤트였는데 쉽게 말하면 당신에게 축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써서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방식이다. 이 또한 여러 부스들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축구에 대한 의미를 고민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안 할 이유가 없었고, 조그만 엽서를 준비하여 참여를 독려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 브랜드의 가치나 철학을 알리기 위한 나름의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우리의 브랜드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무드보드와 메인 포스터를 크게 부착해 놓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부스는 아무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했기에 큼직큼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A2 사이즈로 최대한 크게 뽑아서 브랜드를 알렸고, 무드보드는 은은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뒤편에 기재했다.
이보다 더 나은 방향도 있었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를 표현하기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포스터를 뽑고 출력하여 현장에서 부착했다.
그렇게 전체적인 부스의 크기와 사이즈를 미리 알고 어떤 식으로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세팅을 해놓았다. 그리고 사이즈를 나름 재서 어떻게 세팅할지를 모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참여하게 됐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한양대학교에서 열리는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큰 이슈는 없었고, 제작하기로 한 티셔츠와 머플러는 다행히 행사 때 맞춰서 준비가 완료됐다. 이제 열심히 팔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떤 브랜드처럼 보여야 할까?
누군가는 왁자지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고, 누군가는 조용하되 감도 있게 다가가려고 했을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도 나름의 무드를 선택해야만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친절하고 밝되, 유쾌함 보다는 진중함으로 다가가고자 했다. 내가 생각한 우리 브랜드의 느낌은 그러했으니 그러기로 했다. 왜냐면 무언가 '척'하는 순간 다 들통 날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행사 날이 밝았고, 양일간 진행된 스튜디오 파이의 첫 행사가 시작됐다. 호기롭게 준비한 만큼 목표한 판매 수량과 예상 매출을 훌쩍 뛰어넘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기분 좋은 상상도 했다.
지금부터 그 결과가 왜 처참했는지에 대해서 복기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이런 실수를 안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1. 타깃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 되었어야만 했다.
2.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비주얼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득이다.
결국 본질적으로 그래서 이곳에 '누가'오는 지를 간과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해 보면 '사커마켓'이면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일들이 주로 오겠지? 정도로 러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가장 많은 고객군을 구성한 것은 홈리스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이었다.
선수 대기실이 있긴 했지만, 행사장은 한정적이었기에 선수들이 경기가 없을 때 구경을 하러 온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참여한 국가가 많았고, 팀당 코치진을 포함하면 10~12명 정도 동행했는데 그 사람들이 주 타깃이어야 했다. 이를 간과하다 보니 영어로 된 안내문도 없었고, 가장 중요한 카드 결제기를 준비하지 못했다. 대부분 현금보다는 카드를 선호했고,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사실에 발 길을 돌리기도 했다.
물론 이 사커마켓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일반인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 분들이 그 무더위 속에 사커마켓을 계속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한번 쓱 구경하고, 경기장도 둘러보고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 위치도 한 몫했다. 아무래도 한양대 안에 있는 대운동장에서 진행이 되다 보니 마음먹고 들려야 했던 것. 지나가다가 잠깐 구경하기에는 그 거리가 꽤 되었다. 그렇기에 다른 행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이 많이 없었던 점도 간과했다.
호객 행위를 할 수는 없었기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거나 뻘쭘하게 서있는 경우가 많았다. (호객 행위를 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 브랜드의 색깔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들리는 사람이 있으면 응대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앉아서 대기를 했다.
이것이 패착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비주얼적으로 눈에 띌 수 있으나 그것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여기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얻는다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경품 추첨도 좋고, 이벤트 상품을 주는 것도 좋다. 아니면 조그만 스티커를 주는 것도 좋고.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면, 그 참여가 매우 쉽고 간단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옆의 부스는 사람들이 붐볐다. 한쪽에서는 '공을 패스해서 조그만 골대에 넣는 것' 이벤트를 했고, 한쪽에서는 '리프팅 챌린지'를 했다. 처음에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우리 브랜드랑 맞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하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가장 후회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스에 사람들이 몰리게 하는 것이다.
싸고 매력적인 것들을 파는 것도 그 방법이지만, 그전에 먼저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이는 마케팅의 기본이다. 우선 노출량을 높이고, 그다음에 전환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오프라인에서 노출량은 사람들의 방문이고, 그 방문한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하나라도 더 팔았어야 한다.
부스를 도와주기 위한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었다.
오프라인 부스를 많이 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돌려 돌려 돌림판이다. 그걸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안내해 주면 더 좋고.
돌림판은 누구나 돌릴 수 있다. 그리고 그걸 통해 무언가 얻어갈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돌릴 것이다. 우리는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스튜디오파이' 팔로우를 한 사람에게 줬다면, 수 십 명 아니면 100명이 넘게 팔로우를 시켰을 수도 있다. 왜냐면 꽝이 없는 돌림판이라면 무조건 무엇인가 하나는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소개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알렸어야 한다.
거기를 찾은 모든 사람이 그 부스를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 자신들의 니즈에 맞는 부스를 찾아다닐 것이고, 그게 우리 브랜드가 아니라면 당연하게도 찾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호기심에라도 올 수 있는 트리거가 필요했고, 그 트리거를 만들지 못한 것이 이번 오프라인 부스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준비한 만큼 성과를 얻지도 못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현타도 왔다. 하지만 분명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었다. 배운 게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절대 실패는 아니다. 다음 부스가 언제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만약 그때 또 하게 된다면 지금의 이 글이 나에게 엄청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브랜드를 가꿔나간다는 것은 여간 쉽지 않다. 그리고 처음 말했던 것처럼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 브랜딩이라는 게 정확히 아직도 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을 잃지 않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오프라인 부스를 준비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우리다울까?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좋지만, 결국 오프라인 부스를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서 더욱 고민이 필요했다. (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물론 오프라인 행사의 컨셉이나 규모 혹은 형태에 따라 그 목적성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우리의 부스를 한 번이라도 꼭 들리게 하려는 트리거는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꼭 오프라인 부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바랍니다.. 진심으로)
스튜디오 파이는 그래도 계속 간다. 축구를 통해 외로움을 없애겠다는 그 마음. 불가능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으니까. 계속 우리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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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구경이라도 해주십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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