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시아누크빌의 스쿠버 다이빙
언제부턴가 동남아를 들릴 때 휴양지를 하나씩 넣는다.
스쿠버다이빙 라이선스를 딴 후였나.. 아니면 그전부터 였나..
사실 난 물을 무서워 한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수영을 시작했고, 모든 영법을 마스터했지만 아직도 물은 무섭다.
물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컸던건 필리핀 보홀에서 오픈워터 라이선스를 땄던 때였다.
물에 들어가면 부력을 잘맞추고 잠잠한데 내 문제는 입수였다. 항상 눈코입에 바닷물을 들이키고 시작했다.
오죽하면, 스쿠버를 담당했던 강사가 "넌 입수할 때 우리집에서 키우는...물에 빠진 똥개같아"라고
놀릴 정도였다.
9시에서 6시까지 수영장과 바다에서 실전연습하고 바닷물을 먹고 쪽지시험을 보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행을 가장한 지옥훈련이었다.
그리고 지옥훈련 끝에 오픈워터 라이선스를 땄다.
이 쯤되면 스쿠버를 피할만도 한데 오기인지뭔지 여행 중 하루는 스쿠버를 한다.
(물론 아직도 바닷물에 잘 뛰어들지 못한다)
캄보디아의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시아누크빌>은 가 보고 싶었다.
"여긴 캄보디아에서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야. 스쿠버 한 번 해보자. 너도 좋아할거야"
맥주병에, 스쿠버를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N군을 꼬셨다.
다이브샵에서 7시에 모였는데 10시가 되서야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했다.
다운타운에서 선착장까지 가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포인트까지 이동하는데 거의 3시간이나 걸린거다.
2시간동안 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멀미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다이빙을 하면서 이렇게 배타고 멀리 가본 건 처음인것같다. 기껏해야 30분, 한 시간정도였는데..
첫번째로 다이빙할 곳은 코롱섬(Koh Rong)다.
자격증 유무, 스쿠버와 스노쿨링으로 나눈 후 팀이 정해졌다.
체코소녀 바르케샤와 버디가 되었고, 강사 두명(마리와 애런)이 우릴 인솔한단다.
버디가 된 바르케샤는 내가 한국인이라니까 반색을 한다.
한국에 왔다간 적 있다는 그녀. 어쩐지 화장품 파우치에 서울지도가 그려있더라.
"넌 어디서 스쿠버했어?"
"난 코타키나발루에서 라이선스를 따고 횟수는 5~6회정도 되.
내가 다닌 곳중에 보르네오섬이 진짜 예쁘더라. "
"나랑 횟수는 비슷하네. 난 필리핀 팔라완이랑 보라카이, 보홀에서 스쿠버를 했었어."
바르케샤가 추천한 보르네오섬은 나도 찜해뒀던 곳이라 어땠냐고 물었더니 너무 예뻤다고 자랑한다.
횟수는 바르케샤보다 내가 좀 더 많았지만, 첫번째 다이빙 후 알게 되었다.
우리팀의 블랙홀은 나 였다는걸.
입수하면서 똥개습관을 버리지 못해 물을 잔뜩 먹었고 호흡을 다듬는데 한참 걸렸다.
강사인 애런에게 발을 많이 움직인다고 지적을 받았고.
긴장한 상태에 공기통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환당했다.
마리가 날 데리고 올라왔는데. 배가 우릴 발견못해서 해초처럼 30분이나 둥둥둥 떠다녔다
망망대해 바다 위에 우리 둘뿐.. 어색한 대화를 나눴다.
독일인인 마리에게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시아누크빌에서 이 곳까지 오는 동안 중간에 들렸던 그 섬에 산다고 한다.
"나 니네나라 맥주(독일맥주) 엄청 좋아해"라고 말을 꺼냈더니 그녀도 한마디 한다.
"나도 김치 좋아해.맛있어"
"김치 엄청 매운데 진짜 먹을 수있어?"
"응 잘 먹어. 넌 다음 여행지가 어디야? "
"캄보디아 다음에 미얀마로 갈거야. "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드디어 배가 우릴 발견했다.
배 위에서 점심으로 크메르 커리를 먹은 후
두번째 다이빙장소인 코롱샌롬섬(Koh Rong Samlon)으로 이동했다.
건기였다면 진짜 예뻤을텐데... 우기라서 시야가 어두웠고, 고기가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첫번째 다이빙에서 지적받았던 걸 상기하면서
바다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움직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내 다리는 지느러미다. 흐느적흐느적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
한편, 라이선스가 없는 N군은 베트남인 강사와 1:1 데이트로 다녔다.
이 녀석도 물 공포증이 있어서 베트남인 강사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했다던데..
남자에게 이렇게 의존한 건 처음이라고 부끄럽게 말했다.
그래도 재밌었는지 다음번에 라이선스를 꼭 따고 싶다더라.
시아누크빌로 돌아가는 길은 물살이 세지면서 배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멀미를 했다.
나 역시도 멀미때문에 배귀퉁이에 누워있다가 잠들었는데.
안면을 강타하는 차가운 물벼락을 맞고 벌떡 일어났다. 그때 보였던 일몰.
우기라 일몰을 못볼거라 생각했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신기하게 일몰을 많이 본다.
사람들은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 때 공감대가 형성되고 쉽게 친해진다.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사람들을 쉽게 만나고 쉽게 친해질 수있게 하는 취미가 뭘까. 생각했고,
내가 찾았던 답은 스쿠버다이빙이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입수할 때빼고 배 위에서 함께 있는다.
대기시간동안 자연스레 얘기하다가 친해지고. 다른 나라로 스쿠버를 하러갈때 함께 가기도 한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을 계속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바다 속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
<시아누크빌 스쿠버다이빙>
시아누크빌 다운타운에는 스쿠버샵이 많아요. 전날 예약하면 다음날 이용할 수있지요.
저희가 이용한 THE DIVE SHOP은
펀다이빙2회 80불, 체험다이빙 2회는 95불이었습니다./P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