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梦到北京] 우리의 베이징
나는 그 소설에 이렇게 적었다. “갈 곳이 없어서 나는 이 공원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출퇴근하는 사람처럼, 남들이 출근하면 나도 휠체어를 끌고 이곳으로 왔다. 공원에는 관리하는 이도 없었고, 출퇴근 시간이면 지름길로 가려는 몇몇 사람들이 공원을 가로질러 가느라 잠시 활기가 도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적막해졌다.”
- 我与地坛 , 史鐵生
베이징에 온 지 5년이 지났고 남편의 임기가 끝나 돌아갈 때가 되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인연들이 떠나갈 때마다 아쉬움이 컸는데 나도 남겨지는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주는 시점이 왔다. 아마도 계절과 계절 사이의 느낌이 이런 건가 싶다. 태어나 처음으로 장기간 해외 살이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좀 더 남다른 애착이 생기는데 아마 서로 다들 비슷하겠지만 말도 못 하고, 뭐가 뭔지 알 수도 없던 그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힘이 돼주는 전우애 같은 그런 것들이 있다. 비영어권에, 한문세대도 아닌 내가 고스란히 겪어내는 문화 차이들 답답함들 그 많은 희로애락을 함께 한 공동체 같은 느낌으로 묶여있달까.. 그 건물 지나면 어디 했을 때 같이 아는 곳, 그때 그 태국 음식점 하면 같이 했던 곳, 그때쯤 거기 갔었잖아 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 그런 사람들과의 헤어짐이 아쉽고 또다시 오지 않은 베이징에 남긴 여분들이 아쉽다.
헤어짐의 순간들은 힘들고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는 과거는 없는 것 같다. 人生总免不了有遗憾和后悔.
(인생에는 항상 아쉬움과 후회가 있다) 그 마지막을 잘 정리해서 오롯이 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된다면 아마 잔뜩 했던 사랑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add.北京市东城区安定门外大街
contact.:010-6421-4657
business hours. 06:00-21:30
charge. RMB 2元
베이징에는 티엔탄 : 천단 [天坛], 티탄 : 지단 [地坛], 르탄 : 일단 [日坛], 셔지탄 : 사직문[社稷 坛] 위에탄 : 월단[月坛] 공원이 있는데 이것을 베이징[北京] '우탄[五坛]'이라고 불린다. 명(明)나라 때인 1530년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궈마오 옆 르탄 공원이 제일 좋았고 사직문과 월단공원은 아직 못 가봤다.
고대 수도인 베이징에서 5단 중 두 번째로 큰 제단인 디탄 공원의 별칭은 “팡쩌탄[方泽坛]”이며, 명대(明代) 1530년에 세워졌다. 명청(明淸) 양 대 제왕의 제를 올리는 “황지기신(皇地 祇神)”의 장소라고 한다. 이곳에는 단묘의 남북 중심축에 위치해 제왕제제제 '황지대신'(속칭 제사지)을 기리는 단대인 2층 정사각형 제단의 팡쩌탄[方泽坛], 황실의 땅인 사원이라고 할 수 있고, 지위는 전설에 의한 하늘의 옥황전과 동일한 황치스[皇祈室], 제조 창고인 선쿠[神库], 제사를 지내는 가축을 도살하던 도살장인 짜이성팅[宰牲亭], 황제가 천제지의식 전 금식을 행하며 묶었던 숙소인 자이궁[斋宫], 현탁식 녹색 유리 지붕으로 지어졌고, 황제에게 말을 기르는 곳인 선마취안[神马圈], 시계탑인 중러우[钟楼] 등 7개의 건축물로 조성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300 년 이상된 고목들이 많은데 측백, 사이프러스, 사이프러스, 구오자오, 대추나무, 느릅나무, 은행나무, 유칼립투스등 다양한 종류가 심어져있다고 한다. 벨린의 티어가르덴이 생각날정도로 울창하고 그룹이 잘 지어져 있어 관리를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쉼을 만들기도 하고 응원을 주기도 하는 소중한 풍경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처음 가본 후통이 五道营胡同(우다오잉후통)이었고, 내가 처음 남편손에 이끌려 들어간 음식점은 띠탄공원 옆 金鼎轩( 진딩쉬엔:금정헌)이었다. 우리 부부는 매년 5월 11일이 되면 용허궁에 가서 나츠를 위해 기도를 한다. 우리는 항상 띠탄공원을 지척에 두고 있었다. 이 모든 곳은 지하철 2호선, 5호선이 교차하는 용허궁(雍和宫)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사람냄새가 그득하고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 동네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띠탄공원은 갈 생각을 못했는데 우연히 남편이랑 띠탄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서 들어가 보게 되었다. 그냥 동네 공원처럼 생겼는데 입장료를 받길래 좀 관리하는 공원인가 보네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황실에서 제를 지내는 곳이었다 이름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이름이 있었는데 한국에 그런 곳이 없다 보니 이런 곳이 잘 보존되어 있구나를 처음 알게 되었다. 띠탄공원 동문 앞 작은 공터에서는 중국사람들이 음악을 틀고 왈츠 같은 것을 추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니 광장무를 추는 분들이 옷을 맞춰 입고 연습을 하고 계셨으며 한쪽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게이트볼 연습장이 크게 차려져 있었다. 가족단위나 친구들이 편하게 얘기하며 산책하고 일상을 나누는 공원이었다. 한국에서의 공원은 시간을 내어 가야 할 만큼 드물고 어렵지만 베이징에서 공원이라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지 쉬어가는, 내 시간을 익히며 내면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띠탄공원이 좀 더 특별해진 이유는 공원관리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궁금해서 바이두를 찾아보다가 史鐵生(스티에셩:사철생)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스티에셩을 기억하는 카페 我与地坛 THE CORNER에서 마신 커피는 맛도 좋았으나 추운 겨울 붉은 담벼락에 앉아 하늘을 만끽했던 그날의 우리가 행복하고 신났기 때문이다.
add.和平里南街地坛东门东侧100米
contact.:010-8421-6662
business hours. 08:30-20:30
charge. coffee 30-40元 , shortcake 40-50元
위워띠탄은 史鐵生(스티에셩:사철생)을 기억하기 위한 카페 같았다. 붉은 담벼락이 이곳의 시그니처 스팟인데 붉은 담벼락은 중국의 정서적 심볼 같은 것이다. 붉은 담벼락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 중국밖에 없다고 한다. 붉은색이 주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데 위워띠탄의 붉은 담벼락은 스티에셩의 마음 같은 느낌이었다. 평범한 삶에서 장애로 살게 된 삶에 대한 변주곡 같은 느낌이랄까, 담담하게 풀어내는 어조와 다르게 심장이 조여 오는 슬픔이랄까.
남편이랑 갔을 때는 춥지 않아서 야외에 앉아 붉은 담벼락에 기대어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셨고 예원 씨랑 갔을 땐 2층에 앉아 우리의 시엔루 베이징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이 카페에서 史鐵生의 我与地坛을 구입할 수 있게 구비해 놓았고 그 옆에는 史鐵生의 산문 전집 10권짜리 책도 구비되어 있었다. 이 작가에 대해 넘나 호기심이 돋을 때라 10권을 다 구매하고 싶었지만... 날로 늘어가는 비닐도 뜯지 않은.... 중국원서들을 쳐낼 재간이 없어 마음을 굳게 접었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산꼭대기의 전설(山頂上的傳說)와 명약금현(命若琴弦)을 읽어 보고 싶다 명약금현(命若琴弦)은 현위의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3층은 되게 조용히 공부하는 느낌의 공간이었는데 작가들을 지원해 주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띠탄공원을 다녀오고 스티에셩의 위워띠탄 책을 구입하게 된 건 중국배우 양양이 추천하는 책이라며 我与地坛(워위띠탄:나의지단)을 소개하는 글을 보게 되면서였다. 한국에는 아직 번역본이 안 나온 것 같은데, 양양이 소개하길 그의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고 해서 구매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당시의 띠탄이 궁금했고, 스타에셩의 장애를 함께 싸워주었던 어머니가 그려졌고, 21살부터 시작된 장애로 많은 시련과 고통을 가지고 항상 죽음의 변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내는 그의 삶이 그려진 책이었다.
결함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무엇도 완전한 것은 없다고 띠탄 어느 한 구석에 그가 휠체어를 타고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을 것 같은 환상이 그려졌다. 그렇게 나에게도 띠탄은 그의 시선을 따라 특별해졌다. 황제의 제를 지내는 곳에서 이제는 베이징 서민들이 울고 웃는 삶을 공유하는 곳이었고, 보듬어주는 품 같은 곳이었으며, 좀 더 그 내음을 깊숙이 받아이들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스티에셩의 글 중에 갈 곳이 없어서 나는 이 공원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는 글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중국어를 할 줄 알았지만 혼자인 외톨이었고, 나는 중국어도 모르는 이방인이라 혼자였기에 같은 외톨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글귀 하나하나가 어찌나 사무치고 애절했는지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오롯이 혼자 이겨낼 수밖에 없었던, 같은 마음의 외톨이의 삶을 나를 대신해 적어낸 듯했다.
바이두에서 찾은 그의 블로그
http://blog.sina.com.cn/shities
그가 2010년 12월 31일에 고인이 되기 전까지 썼던 블로그 같다.
그와 같은 세상에 살았음을 감사하는 순간이다.
史铁生《我与地坛》原文全文阅读--免费语文教学资料 (5156edu.com)
http://www.5156edu.com/page/08-09-19/38401.html
自从那个下午我无意中进了这园子,就再没长久地离开过它。我一下子就理解了它的意图。正如我在一篇小说中所说的:”在人口密聚的城市里,有这样一个宁静的去处,像是上帝的苦心安排。两条腿残废后的最初几年,我找不到工作,找不到去路,忽然间几乎什么都找不到了,我就摇了轮椅总是到它那儿去,仅为着那儿是可以逃避一个世界的另一个世界。
그날 오후 무심코 이 공원으로 들어선 이후부터, 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떠나 있었던 적이 없다. 나는 단번에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내가 어느 소설에서 “인구 밀집 도시에 이렇게 고즈넉한 곳이 있다는 것은 마치 하늘이 고심해 배치시킨 것 같다.”라고 쓴 것처럼 말이다.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후 처음 몇 년간 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진로도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거의 모든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휠체어를 굴리며 늘 이곳으로 왔다. 이곳만은 한 세계에서 도피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满园子都是草木竟相生长弄出的响动,悉悉碎碎片刻不息。”这都是真实的记录,园子荒芜但并不衰败。
除去几座殿堂我无法进去,除去那座祭坛我不能上去而只能从各个角度张望它,地坛的每一棵树下我都去过,差不多它的每一米草地上都有过我的车轮印。无论是什么季节,什么天气,什么时间,我都在这园子里呆过。有时候呆一会儿就回家,有时候就呆到满地上都亮起月光。记不清都是在它的哪些角落里了。我一连几小时专心致志地想关于死的事,也以同样的耐心和方式想过我为什么要出生。这样想了好几年,最后事情终于弄明白了:一个人,出生了,这就不再是一个可以辩论的问题,而只是上帝交给他的一个事实;上帝在交给我们这件事实的时候,已经顺便保证了它的结果,所以死是一件不必急于求成的事,死是一个必然会降临的节日。这样想过之后我安心多了,眼前的一切不再那么可怕。
“공원의 모든 초목은 서로 앞다투어 자라는 기척으로 가득하다. 사각사각 바스락 잠시도 쉬지 않는다." 이는 모두 사실만을 기록한 것으로, 공원은 황량했지만 결코 쇠락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던 몇몇 전당과 올라갈 수가 없어서 여러 각도에서 바라다보기만 해야 했던 제단을 제외하면, 나는 공원의 모든 나무 아래에 다 가봤고 거의 모든 잔디밭 위에 내 휠체어 바퀴자국이 있었다.. 나는 그 어느 계절, 어떤 날씨, 어느 시간에나 이곳에 머물렀다. 어떤 때는 잠시 머물렀다 집으로 돌아갔고, 또 어떤 때는 온 사방에 달빛이 가득할 때까지 머물기도 했다. 기억할 수도 없는 어느 모퉁이에서 몇 시간씩 죽음이라는 사실에 몰두했고 같은 방식과 인내심으로 내가 왜 태어났나에 골몰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마침내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은 더 이상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 그저 하늘이 그에게 부여해 준 하나의 사실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과 역시 정해져 있으므로 죽음 문제도 조급히 서두를 일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닥쳐올 날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지며 눈앞의 모든 일들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地坛离这里很近,띠탄은 여기에서 매우 가까워요
或者说这里离地坛很近。 아니면 여기가 띠탄과 가깝다고 할게요
美好的东西之所以美好,是因为它们自己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不知晓。文字也如是。它们只是些存在。 모르겠어요. 글도 마찬가지죠. 그냥 존재하는 거죠.
安静纯然的存在。 조용하고 순수한 존재.
一束慵懒的光线,一个无心的转角,나른한 빛 한줄기와, 무심한 듯 모퉁이를 돌면
一次微笑的邂逅,一秒向下的张望。 미소를 지으며 우연히 만나죠, 잠시 1초 동안 내려다보아요
愿些动人的碎片在这里发生,愿你能把这些 몇 명 감동적인 조각들이 이곳에서 발생하길 바라요 당신이 이것들을 가지고 있길 바라요
时光融入您的身体与呼吸。 시간은 몸과 호흡에 녹아들어요.
有一些您喜欢的天气,您可以带一杯咖啡,당신이 좋아하는 날씨도 있으니 커피 한잔 가져가셔도 돼요
借一本书,在地坛里静静的读,책을 한 권 빌려서 띠탄에서 조용히 읽을 수 있고
也端详一下周遭的人和树木。 주변에 있는 사람과 나무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요
您会发现,在这熙攘的一个角落里,당신은 여기가 붐비는 한 구석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北京仍是北平。 베이징은 여전히 베이핑(北平 : 옛 베이징이름)이에요
其实,一切如昔。사실, 모든 것이 전과 똑같아요
베이징에서 지냈던 일들을 컨텐츠로 남기는 건 내가 그만큼 안정을 찾았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불안감과 기약 없는 시간에 초초했던 지난 시간 동안 강렬히 원했던 이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하고 고통스럽게 알아냈기 때문에 더 열심히 글로 남기게 되는 것 같다. 아마 나는 이 시간을 계절과 계절 사이로 기억할 것이다. 계절은 물 흐르듯 흐르는 것 같지만 그 계절의 간극 사이에는 수없이 일렁이는 온도차와 바람의 진함이 달라지고 옷의 두께도 달라진다. 서울이라는 계절에서 포근하게 자랐던 내가 다시 베이징이라는 낯선 계절을 포근하게 느끼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삶도 그렇지 않을까 30대와 40대가 다른 것처럼, 어제와 오늘의 간극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미세한 흐름을 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대로이지만 계절과 계절사이를 겪은 나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 깨달았던 것들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 크지 않아도 무엇인가를 남기는 삶, 그게 지금 글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