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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 Nov 19. 2017

잊지 못할, 엑상프로방스&마르세유

서른에 혼자 떠난 유럽, 1박 2일 아비뇽 근교 여행

첫 느낌

마르세유에 대한 동경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프랑스 편에 비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지중해 항구, 마르세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배경인 이프섬까지!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인 곳으로 그려졌다.

이미 지중해 휴양지 니스를 가봤지만 니스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는 마르세유에 가보고 싶었다.

숙박을 마르세유로 잡을까 생각도 했지만,

프랑스에서 치안 안 좋기로 1순위라는 말을 듣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안전하게 다니자며 숙박 예약을 안 했건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갑자기 숙박을 할 줄이야!)

원래 계획은 아비뇽에서 당일 치기로 엑상프로방스와 마르세유를 보는 것이었다.

아비뇽에서 엑상프로방스를 가는 방법은 기차와 버스가 있다.

버스는 환승 없이 엑상프로방스 도심까지 들어가기에 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버스 시간은 오전에 1-2대뿐이어서 나는 버스를 놓쳤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TGV를 타러 갔다.

불안하게 아비뇽 TGV에 연착으로 인한 시간 지연~

(이럴 줄 알았다면 버스를 탔다 ㅠㅠ)

TGV 곳곳에 놓여있는 피아노

소심한 나는 감히 건반을 건드려 볼 생각도 못했고,

기다리는 동안 프랑스 할아버지의 멋들어진 연주에 감동을 받았다.

기차 시간이 다되었는지 방송을 듣고 급히 일어난 할아버지에게 박수를 보냈더니,

쑥스러워하면서 눈인사를 내게 건네었다.

덕분에 연착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지 않았다.

어느덧 엑상프로방스 도착

엑상프로방스 TGV에 나와서 이렇게 버스로 환승해야 한다.

나는 엑상프로방스 도심까지 가는 표를 샀기에 기차표를 보여주면 추가 요금 없이 탑승할 수 있다.

드디어 엑상프로방스 입성!!!

'분수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 곳곳에 분수가 즐비했다.

분수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였다.

마을 구경할 겸,

'세잔의 아틀리에'까지 걸어가기로 결정

언덕길을 올라가면 아틀리에 근처에 이런 뷰포인트가 있다.

아틀리에 들어가기 전에 민박집에서 받아온 삼각김밥 한입 베어 무는 여유를 느꼈다.

킄~

드디어 아틀리에 입성!

1층에서 표를 구매해야지 입장이 가능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세잔의 아틀리에'를 볼 수 있다.

들어가면 다국어로 번역된 '세잔 아틀리에'소개 글이 있고,

해설사 분이 직접 설명해 준다.

해설이 끝나고서야 사진을 찍으며 가까이 관람할 수 있었다.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화실에 세잔에 물건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던 '아틀리에'

다만 화실 1개만 보는 줄 몰랐는데 6유로라니...

건물 외관, 정원만 보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아틀리에를 나와서 다시 걷기

프로방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거리

봄날에 프로방스 여행이라니,

날 좋은 날 엑상프로방스에 내가 있었다.

엑상프로방스에 도심을 훑고 버스를 타고 마르세유로 이동하였다.

마르세유 기차역 근처에 버스 하차장이 있었고,

다시 지하철로 환승하여 항구에 도착했다.

TV에서 보던 그곳이다!!!

왔구나, 마르세유~

치안이 불안하다기에 올지, 말지를 고민했었던 '마르세유'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마르세유만의 매력을 모른 체 '리옹'으로 떠났겠지...

항구 구경은 잠시 미뤄두고 성당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렇게 언덕을 굽이굽이 올라서 성당 앞에 도착

노트르담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진짜 절경이었다.

매일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그날의 마르세유는 '진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시아인도 거의 없었고, 이국적인 분위기(아비뇽, 엑상프로방스, 니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

다른 정취를 가진 마르세유

마르세유 시내를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뻥-뚫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노트르담에서 절경을 감상하고 성당 뒤편으로 걸어서 내려왔다.

다시 항구로...

마르세유 포토존

항구를 따라 걸으면서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부탁드렸고,

아주머니 애완견은 내 손에~

견주 코스프레^^

항구에서 마르세유를 구경하다가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준 식당에 저녁을 먹기 위해 갔다.

오픈 시간이 저녁 6시여서 한참 기다리다가 찾아간 레스토랑 Chez Loury

원래 마르세유에 오면 유명한 '부야베스'를 먹어봐야 한다.

그러나 부야베스는 2인분 기준이라서 민박 사장님께서 soup possion을 먹으라고 추천해 주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와 그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는 혹독했다.

분위기 끝내주던 로컬 레스토랑

친절한 여직원과 조용하면서 심플&아늑한 느낌에 조명은 분위기를 한껏 잡아 주었다.

나는 지금 분위기를 함께 먹고 있다

내가 주문한 soup possion (생선 수프)

여기서 엄청난 실수를...

부야베스랑 똑같을 거라고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준 음식인데

나는 생선살 하나 없는 이 수프가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부야베스'스러운 수프를 기다리며 천천히 식사를 하다가 시간은 8시가 다되었다.

 분위기 좋고,

수프 자체 맛도 좋았지만...

10유로가 넘는 수프가 이거라니 ㅠㅠ

해질 무렵,

아름다운 마르세유를 뒤로하고 8시가 넘어 기차역으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러나 아비뇽 가는 기차는 끊긴 후였다.

오 마이 갓!!!

멍청하게 기차 마지막 시간도 확인 안 하고 있었다니...

다급히 민박집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했다.

엑상프로방스 가는 기차를 타고 거기서 묵는 게 나은지,

그냥 마르세유에서 숙박을 하면 좋을지,

결론은 숙박비가 좀 더 저렴한 마르세유에서 묵는 게 낫다는 이야기였다.

민박 사장님께 마르세유 숙소를 물어보다가 기차역 근처 호스텔을 찾아갔다.

그러나..

리셉션에 있는 호스텔 직원은 방에 인원이 다 찼다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했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 나는 멘탈이 붕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나에게 항구 쪽 호스텔이 있으니 거기로 가라고,

걸어서 20분밖에 안 걸린다고...

(넌 현지인이니까 길을 잘 알잖아 이놈아! 거기에 밤인데.. 혼자 걷기 무섭ㅠㅠ)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맥시 부끄, 아비앙또, 봉쥬르, 라디씨옹 씰 버플 레~

밖에 모르던 내 불어로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여행지 와서 처음으로 눈물을 쏟았다.

쉴세 없이..............ㅠㅠ

그랬더니 매정한 프랑스 직원이 "Where are u from?" 하고 물었다.

차마 사우스 코리아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서,

실소를 터뜨렸더니 알아서 오케이 하더라는...

황당한 건 그 호스텔에 전화를 해줬는데 거기도 방이 없다고...

마르세유가 축제기간도 아니고 심지어 월요일인데 왜 베드가 하나도 없을까!?

다른 숙소를 구할 때까지 여기 있어도 된다라고 하기에 열심히 검색을 했고

근처 호텔을 찾아서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구글맵에 호텔 이름을 검색했는데 폐업된 곳으로 나왔다.

3차 멘붕, 나한테 왜 그러냐

마냥 앉아있을 수도 없고 그냥 구글 지도를 따라 걸었다.

다행히 폐업은 안되었고 그곳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잊지 못할 추억들이 이렇게 쌓여간다.

긴장감과 놀란마음으로 쉽게 잠이 오진 않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 8시 체크아웃을 하고 기차역으로 다시 왔다.

내 인생에서 마르세유의 아침 모습을 언제 보겠어?

어제의 상황이 지나고 보니 웃기기도 하고 조금 슬프기도 하고 그저 꿈처럼 느껴졌다.

전날 밤과는 다른 편안한 마음으로 무사히 상황을 넘겼다는 안도감으로 아비뇽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inner peace

+아비뇽 가는 TGV에서 중국인 유학생 무리를 만났다.

그중 한국 예능을 즐겨본다는 남학생이 나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중국에서 롯데마트 완전히 끝났어요, 사드 배치 때문에 한국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 돼요."

중국 학생에게 말했다.

"현재 남북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요~그리고 외교는 별개로 한국과 중국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내도 돼요"

여행지 와서 비정상회담 찍는 줄~하하

아비뇽 역에서 그들과 웃으면서 헤어졌다.

잊지 못할 마르세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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