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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 Feb 05. 2018

Bonjour, Paris!

서른에 혼자 떠난 유럽, 5박 6일 두 번째 파리 여행

나의 처음 해외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였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꼽추'의 배경이 되었던 노트르담과

그 앞에 포앵 제로를 밟고 오고 싶었고

해지는 센강의 퐁네프 다리를 걸으며 사색에 잠겨보고 싶었다.

파리는 나에게 예술에 도시이자, 미식의 도시, 아름다움에 대명사로 깊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첫 여행에서 놓친 부분이 많았고 아쉬움이 남았기에 이번 파리 여행은 미술관 투어가 아닌,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즐겨보자'였다.

지난번 여행에서 숙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현지인처럼 살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필립의 집!'

에어비앤비 사진이 실제와 다르면 어쩌지라는 약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필립은 슈퍼 호스트였기에 믿고 가보기로 했다!

일단 파리 에어비앤비를 같이 셰어 할 친구를 미리 구한 상황이라서 리옹에서 올라오자마자,

파리 코멕스 역에서 (역을 잘못 알았음) 접선을 하였다.

다시 보니, 캥브론역이었기에 우리는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대며 다시 이동을 하였다.

도착해서 집주인 필립과 연락을 하였는데 늦는단다...

파리에 첫 시작이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첫날 파리의 날씨는 그야말로 굿~이었기에 힘들다는 생각보단 앞으로의 5일이 그저 기대되기만 했다.

15구에 위치한 에펠탑과는 걸어서 15분에 아파트!

1시간 남짓 스타벅스에 앉아 한숨 돌리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호스트 필립이 도착했다.

날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던 그는 내 캐리어를 번쩍 들어 자신의 차에 실어 주었고,

아파트를 가는 동안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파리의 날씨가 보통은 흐린데 이렇게 맑은 날에 놀러 왔다고 우리 보고 러키 걸이란다!

맞다! 나 러키 걸맞은 거 같아요!!ㅎㅎㅎ

금세 도착해서 필립 아파트에 입성!

"오 마이 갓! 인터넷 사진이랑 똑같잖아!"

룸 셰어 하는 룸메 동생이랑 둘이 너무 좋아서 싱글벙글, 웃음을 감출 길 없었고,

친절한 파리지앵 필립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해 듣고 열쇠를 넘겨받았다.

식탁 너머 큰 창에 비친 파리에 시가지가 감격스럽고 아름다워서

우린 몇 번이나 트레비앙(tres bein: 매우 좋아)을 외쳤다.

이중 보안으로 안전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던 우리 숙소

그리고 제일 먼저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슈퍼에 갔다.

첫날은 느긋이 15구 산책을 하고 저녁에 조촐히 우리만의 자축파티를 했다.

로제 와인 한 병과 바르셀로나에서 사 온 맥주는 거들뿐...

늦게까지 룸메 동생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데 몽생미셸 투어가 생각이 났다.

그렇지, 나 몽생미셸 투어를 신청했었어!!!

서둘러 잠을 청했다.


새벽 6시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혹시라도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룸메 동생을 깨우지 않을까,

조심스레 일어나서 급히 단장을 하고 집에 나왔다.

전철을 타고 모이기로 약속한 개선문 앞으로 나왔다.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파리.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몽생미셸 가기 전에 옹플뢰르에 도착했다.

노르망디 가기 전에 중간 거점 관광지로 들르는 옹플뢰르

옹플뢰르는 항구도시이다.

요트가 나란히 즐비해있고 명화의 배경으로 나올 것만 같은 풍경.

칼바도스라는 술이 유명하다는 옹플뢰르

개인적으로 애주가는 아니었기에 간단한 요깃저리만 사 왔다.

이곳에서 개인별로 사진 한 장씩 찍었고

(이곳 투어만의 서비스였다.)

자유시간을 갖고 다시 모이기로 했다.

15세기에 지어진 목조 성당

주말이라 성당 안은 미사 준비로 분주했다.

소박한 기도를 드리고 구시가지 한 바퀴 돌다가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꽤 긴 시간 동안 버스 이동을 하다가

브르타뉴와 노르망디 경계에 있는 몽생미셸 도착!

버스는 성 앞까지 오지 못하기에 전용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서 전용 미니 버스를 타고 성 근처로 와야 한다.

전용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요기서 내린다.

드디어 몽생미셸이다!

몽생미셸이 주변이 썰물이라 허허벌판 갯벌만 드러나 있었고,

내가 상상한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쪼금 당황스러웠다.

증샷 한방 딱 남기고 후발대 사람들이 도착과 동시에 투어를 시작했다.

드디어 몽생미셸 안으로 입장

성안에는 자기 자기 한 골목과 상점들이 있었다.

10여분 오르막 계단을 걷다 보면,

이런 황량한 물 빠진 주변을 볼 수가 있다.

내가 생각한 물 위에 아름다운 몽생미셸을 보려면 9-10월에 오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수도원이었던 몽생미셸은

 '오베르 주교의 꿈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나 바위산 위에 성당을 세우라는 명령을 해서 증축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 80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이 무거운 돌을 어찌 쌓았을지

세월에 풍파를 견뎌온 고즈넉한 분위기에서부터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최대 인원이 방문하기로 했다는 그날에 몽생미셸

가이드께서 노르망디는 변덕이 심한 날씨로 유명하다고,

말했지만 우리가 몽생미셸 투어를 하던 그 시간 동안은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신기하게 투어를 마치고 버스에 타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역시 난, 러키 걸!이다 ㅎㅎㅎ

파리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 10시가 다되었다.


전날 혼자 한인마트에서 장을 봐온 룸메 덕분에 라면과 돼지불백을 먹었다.

한식은 정말 최고인 듯하다.

감동받으면서 밥 한 공기는 뚝딱 삼켰다.

든든히 속을 채우고 하릴없이 걷다 보니 봉마르쉐 백화점!

봉마르쉐는 처음이라 잘 알지 못했는데,

함께해준 룸메 동생은 (이미 파리만 3번째인 아이)

술술 꿰뚫고 있었다.

"언니, 저기 계단 디자인이 분기별로 바뀌어요~그래서 인증샷 찍어야 해요!"

덕분에 백화점 인증샷도 남기고 아이쇼핑을 즐기다가 식품관에서 신세계를 맛보았다.

구름도 예술이었던 그날,

근처 란제리 가게까지 접수함으로써 쇼핑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와서 이른 저녁을 해 먹고 화이트 에펠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에펠탑 앞에 위치한 공원

에펠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다니..

그들이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정시에 하는 에펠탑 반짝임을 잘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에펠탑 아래

이 탑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흉물 취급되고 말이 많았다고 했으나,

지금은 파리에서 없어선 안될 확고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런 걸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3년 전 파리 여행에서 에펠탑 앞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일이 없었는데,

최근 무슬림 테러 사건 때문에 탑 주변은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 ㅠㅠ

새벽 한 시 화이트 에펠을 보기 위해 근처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12시가 넘어 에펠탑을 찾으니 인적이 드물었고,

덕분에 광장에서 많은 인증샷을 남겼다.

드디어 봤다!

화이트 에펠~

아름다운 화이트 에펠에 여운을 만끽하며 룸메 동생과 숙소로 돌아온 길

아름다운 추억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다음날 첫 여행지에 놓쳤던 몽마르트르 방문~

골목 곳곳에 특색 있는 상점과 거리에 예술가들이 가득했던 몽마르트르

파리 시내 전경이 보이는 몽마르트르 언덕

푸르고 맑은 하늘 덕분에 파리의 전경은 더없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몽마르트르

드라마 '파리의 연인' 배경으로 나온 몽마르트르 카페

몽마르트르를 배회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근처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노트르담이 있는 시테섬으로 향했다.

벚꽃 피는 4월에 파리에 오고 싶었는데,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3년 전 밟았던 포앵 제로 덕분인지,

나는 다시 파리에 왔고 또다시 포앵 제로를 밟았다.

그리고 "다시 파리에 오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소망을 남겼다.

따뜻한 봄날의 파리

활짝 핀 벚꽃처럼 나도...

함께해준 룸메 동생 덕분에 여러 인생 샷도 남기고,

로망이었던 에펠탑 앞에서 피크닉도 즐겼다.

바게트는 그냥 사랑이었고,

거기에 무화과 잼과 크림치즈 조합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지금도 내 기억 속에 4월의 파리는 너무나 따스했고 아름답다.

새로운 인연 덕분에 두 번째 파리는 안정감 있었고

무엇을 하더라도 두배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첫 여행에서 미쳐 즐기지 못한 여유를 두 번째 방문으로 즐길 수 있었기에..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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