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SHOP Dec 23. 2016

금요일의 헤어살롱

편안하게 달라지기, 감성살롱.


머리를 자르는 일은 참 평범한 일이에요. 어디서 잘라야 할지,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그럴 수 있어요. 시간은 부족하고 신경 쓸 것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평범한 일을 평범하지 않게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누군가 내 머리를 만지는 순간이 고작 시간 남짓이고, 그것도 한 달 중 한 시간이라면?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사람들. 그 순간을 통해 삶의 행복감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죠.


“어디서 머리 하세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무척 가벼운 질문이지만, 어쩌면 한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는 무거운 물음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대답 속에서 주목할 만한 대답들을 찾았어요.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놓고 찾아온 누군가를 위해 오롯이 그 시간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사람과 그 시간을 통해 얻게 되는 삶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그래서 우리는 그곳으로 갈 거예요. 직접 찾아가고 느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Intro


평일 오전에 헤어샵을 찾아가는 건 익숙한 일은 아니었어요. 헤어샵도 우리도 모두 이른 시간이죠. 하지만 비교적 한산한 거리도 좋았고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도 좋았어요.



입구의 거울 앞에는 소니엔젤 피규어와 식물이 있어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때로는 한 공간을 대표하기도 하죠. 감성살롱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순간. 반가운 첫인상.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About 감성살롱


‘감성을 자극하는 머리를 하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대요. 그래서 ‘감성살롱’. 각자의 감성은 다 다르죠. 그리고 감성을 끌어 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헤어스타일로 그 감성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어쩌면 행운이에요. 저도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공간의 아기자기함을 더욱 살려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에요.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는 감성보다는 정성이에요. 멜론의 hot 100 리스트를 플레이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공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디테일에서 결정 나는 법이에요. 감성살롱에서 이름난 인디밴드의 곡을 계속 들어볼 수 있었어요. 밴드 이름과 노래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같이 흥얼거릴 수 있었어요. 이날의 분위기는 그랬어요.



책과 사진 그리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자칫 진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굳이 꾸미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그곳에 둔다는 느낌이 감성살롱의 이름과 닮아 있었어요. 물건과 시간이 만나면 자연스러운 익숙함이 피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선이 자꾸 작은 핑크색의 전화기로 향해요. 장난감 같은 인테리어 소품인 줄 알았는데, 실제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식 전화기라고 해서 더욱 좋았어요. 쓸 수 있는 귀여움이라니.




Photographer


감성살롱의 실장님은 전문적인 실력을 갖추신 사진작가 ‘우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다재다능한 사람의 손에서는 여러 결과물이 태어나요. 순간을 기억하는 사진과 일상의 흐름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헤어스타일은 어쩌면 닮았거나 전혀 다르거나.




Taste


실장님이 어릴 때부터 매니악하게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했어요. 리락쿠마. 뭔가를 깊이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못 봤어요. 기분 좋은 편견이라 저는 당분간 그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아요.




Procedure


셀카를 마음껏 찍고 싶은 조명 거울 앞이에요. 그곳에서 다른 ‘나’를 떠올려봐요. 구체적인 나를 새롭게 그리는 경험은 흔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태도가 감성을 깨우는 첫번째 태도라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냐면 저는 숏컷으로 자를 예정이거든요.



나만의 공간을 찾는 이유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감성살롱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기에 좋은 공간이라고 느꼈어요. 긴 머리의 나는 불안하지만 짧은 머리의 나는 확실한 사람으로 보이겠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이 공간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조금은 달라질 스스로를 기대하는 것도 1인샵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에요. 잠시 편안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그렇게 편안한 사람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결론은 새로운 제 모습에 만족해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겠죠.





한 줄 평

동네 뒷골목에 이런 미용실이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심플한 게 핫한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