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두드러기가 났다. 언젠가 같은 증상이었을 때 약국에서 받아온 약을 얼굴에 펴 발랐다. 약통에는 '얼굴 바르는 약, 일 2-3회, 실온 보관'이 쓰여있다.
두 달 전에 한 번, 추석 연휴에 한 번, 그제 한 번, 노트북 화면이 나갔다. 연휴 중에 혼자 고쳐보려 노트북 속을 열어봤지만, 괜히 잘못 건드려 일이 더 커질까 다시 닫았다. 어제 서비스센터에 갔다. 하드가 아니라 화면 쪽 문제일 거라는 말, 그리고 30분 후에 다시 찾으러 오라는 말, 30분 후, 아마- 잘 될 것이니 사용해보시라는 말과 스크린이 너무 더러워 교체했다는 말, 수리비 4만원.
핸드폰을 변기에 빠트렸다. 비몽사몽 화장실을 가다 바지에 핸드폰이 꽂혀있는 줄도 잊은 채, 바지를 내려버렸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쌀독에 넣어두라, 드라이기로 말려라, 가만히 내버려 둬라, 말이 많다. 밤을 지나 다음 날 오전에 수리업체를 찾았더니 침수 세척 3만 원, 무언가를 뜯어내고 뿌리고 말리고를 반복하지만, 작동이 되지 않는다. 부식된 메인보드를 보여주며 드라이기로 말렸어야 한단다. 메인보드를 수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한 시간 후에 오라고 한다. 밥을 먹고 갔더니 아직 확인 중, 현미경으로 보고 있다 한다. 30분쯤 더 기다리니 핸드폰을 가지고 온다. 부식 정도가 심하여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데이터만 살리는 목적으로 하면 30만 원. 바로 (방금 전 다시 되살아난) 노트북을 켜고 백업된 정도를 확인한다. 마지막 백업 9월 20일. 온니 사진만. 30만 원과 나의 데이터 중 무엇이 더 중한지를 따져본다. 노트북을 닫고 시체를 닦는 것과도 같았던 침수 세척비 3만 원을 내고 나온다.
바로 옆 건물 카페에 들어가 다시 노트북을 열고 아이폰 중고 매입과 공기계 판매를 검색한다. 무엇이 비싸고 무엇이 싼가.
어제 '나'가 한 것은 무엇인가-
과연 나는 정보 속에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