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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10. 2023

취미로서의 글쓰기, 그 고독함

모임을 만드는 이유

취미로서의 글쓰기, 그 고독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책을 쓸만큼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 반의 반도 되지 않고, 등단을 하거나 정식으로 책을 출판하는 어느정도 인정받는 작가가 되기까지는 그 중에서도 다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취미로서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은 편이지요. 운동이나 공연,영화, 독서 등등 누구나 한번쯤은 할 법한 취미들보다야 훨씬 적겠으나 하루하루 일기를 적거나 시, 에세이정도를 조금씩 써 나가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 한명씩은 존재하곤 합니다.


처음부터 '나는 작가가 될거야'라는 꿈을 안고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성적에 맞춰 대학의 학과를 선택하다보니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을것입니다. 문예창작과를 가거나 연기와 관련된 극작과와 같은 경우가 그렇겠습니다. 이러한 경우에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함께하는 글쓰기'를 할 기회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글쓰기를 취미로 가지는 사람들은 대게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모여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공부를 하듯 집중을 해야만 하기도하고 머리를 두 가지로 나눠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가와 만나서 함께 글쓰기를 하더라도 글쓰기와 대화를 동시에 할 수 없으니 결국은 혼자서 하게 된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 글쓰기를 혼자 하게 되는 이유의 대부분은 '부끄러움'때문이다. 대게 모든 취미를 시작하면 어색함과 낯설음에 부끄러움을 가지게 되는 일은 흔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모임을 통해, 강습을 통해 누군가와 함께하는 취미는 시작부터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어색함과 낯설음을 공유하며 함께 즐거워하고 성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와 같은 경우에는 시작 단계를 혼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낯설음의 끝이 쉽사리 보이지가 않는다.


글쓰기라서 유별난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 시작하는 취미들은 대게 그런 식으로 흘러가기 마련이고 호기심과 기대로 시작했던 취미는 이내 곧 흥미를 잃고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지겠죠. 혼자서 찾아갔다 며칠만에 흥미를 잃었던 헬스장이나 수영장. 언젠간 완성할 줄 알았던 십자수와 뜨개질. 익숙하시지 않나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만화책을 좋아하고 판타지나 무협소설들에 빠져 살다보니 '독서'의 단계를 넘어 내 상상력을 펼칠 '작문' 즉 글쓰기 빠져들었었죠.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일기쓰기를 숙제로 해야만 했던 시절 '시'를 쓰면 일기를 대신해주던 담임선생님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기는 한 줄을 꽉 채워 10줄을 넘게 썼어야 했지만 시는 짧은 문장으로 10줄 내외를 채우면 됐었거든요.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창작하고, 글로 쓰는 훈련을 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었습니다. 논리도 문장도, 맞춤법도 맞지 않는 소설을 쓰곤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읽혀보게 했더니 다들 '이게 뭐야?'라는 눈빛으로 차마 욕을 하지는 못하고 제 눈을 피해버렸던 기억 이후로 한동안 글쓰기를 잊고 살았습니다. 다시 '독서'로만 빠져들었죠. 그리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시절 소위 '아재'들의 추억인 '싸이월드' 즉 SNS활동을 하면서 였습니다. '너희들에게 보여주려고 쓴건 아냐. 너희가 그냥 어쩌다 읽어버린거지.' 네. 누군가가 내 글을 봐주길 바라며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시선들은 감성에 대한 두드러기같은 비평과 이상한 글을 쓰는 아이라는 낙인 뿐이었죠. 이때는 조금 다른게 있다면 그런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썼단 것입니다. 고독함과 외로움을 친구로 삼아, 글쓰기의 원동력으로 삼아서 말이죠.


제가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초반 독립출판이 태동하던 시기에, 어느 출판사의 지원으로 함께 책을 만드는 독립출판을 하자고 모인 다섯명의 모임 '은는이가'에서 였습니다. 제 인생에서 '글쓰기가  취미인 사람들'이 모인 첫 만남이었습니다. 함께 장르와 주제를 정하고, 컨셉과 편집을 토의하고 무엇보다 각자의 글을 비평이나 품평이 아닌 감상과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으로 모임의 방향을 정하면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고, 즐겁게 글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글쓰기의 즐거움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죠.(아쉽게도 출판사가 출판지원을 흐지브지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며 책은 결국 나오진 못했습니다.)


이후로 함께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기획을 계속 만들어 왔습니다.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 신춘문예 낙선작을 모아 책을 만들어보는 '낙선제'를 열어보기도 했고, 합평하지 않는 합평모임, 시 쓰고 낭독하기 모임 같은 것들을 열어왔습니다.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무언가 '함께한다'라는 것만으로 나름의 유종의 미를 남겨왔습니다. 모두들 혼자하는 글쓰기에서 고독과 외로움과 싸워오다 함께 할 수 있는 전우가 생기게 되었던 것이죠. 아직도 어느 한 멤버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글쓰기는 어차피 혼자서 해야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끊임없이 공부해야하고 끊임없이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죠. 등단이나 출판을 하기위해 도전하고 또 계속 실패의 쓴 맛을 밥처럼 먹어야 했죠. 그런데 이런 모임으로 글쓰기가 나의 투쟁. 나의 고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누군가들과 행복해질 수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 '에세이'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 친숙해지고부터는 에세이를 키워드로 한 글쓰기 모임을 꾸준히 운영해 왔습니다. 마침 제가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저만의 공간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되어주었지요. 중간중간 사람이 부족해 모임을 쉬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필요 인원이 충족 될 때마다 모임을 운영해 왔습니다. 모임에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합평이라는 이름의 모임에서 이해못할 상처만 가득 안고 오신 분들고 꽤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가가 아닌 서로가 독자가 되어 '감상'을 하고 글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에 집중한 모임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지금은 '강남글방'이라는 글쓰기 공방도 운영하게 되었구요.


저는 글쓰기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헬스장에 가면 PT선생님이 계시고, 운동을 가면 함께 땀흘리고 웃을 수 있는 동료가 생기고, 내 생각에 미소짓고 맞장구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글쓰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외롭게 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언젠가 글쓰기는 함께하는 취미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자리잡아가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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