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성숙한 인격과 깊은 통찰력을 지닌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거울을 보니 젊었을 때보다 조야한 인격의 아무 생각 없는 얼굴을 한 아저씨가 서 있었다. 사람은 나이 든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던데, 거울 속 얼굴은 밝지도, 사려 깊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무표정하고 어딘가 화가 난 듯한 인상이다.
계속 보고 있자니 이제 거울 속 얼굴은 깊게 한 번 한숨을 내쉬고 무언가 체념한 듯 힘없는 모습으로 그저 있다.
그렇게 거울 속을 바라보다 눈을 뚫어져라 보았는데, 그 안에 담겨있었던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반짝거리던 젊은 날의 눈빛이 기억났다.
성숙함이란 무엇일까,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성장과 늙음, 사랑과 의미란 무엇일까.
더 겸손히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일까,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신의 손길이 움직이는 것일까,
상처 입은 마음으로도 미소로 껴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인 걸까,
스스로 틔워냈던 싹이 마침내 자기 자신이라는 꽃으로 피어나는 것일까,
이루지 못한 것과 이룬 것 사이에서 여전히 너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인 걸까,
이 모든 것을 의미 있게 해주는 존재가 있음을 깨닫는 것일까.
늦은 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저 밤하늘의 이리저리 흐트러진 별빛들처럼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손에 쉽사리 잡히지 않는
인생의 헤아릴 수 없는 비밀들과 신비들,
시간의 성숙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