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돌이는 현관문을 닫고 신발을 벗고 넥타이를 풀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옆에 있는 고양이 등에 얼굴을 기댔다. 그는 겁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꿈꾸지도, 시도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우유부단함과 두려움이 여기로 자신을 이끌었다. 접은 팔 사이로 고양이가 꼬리를 집어넣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후회 없는 어제로 채워진 삶을 살고 싶었지만 정작 굶지 않는 내일이 필요했다. 그는 삶의 쓰라림을 피하기 위해 삶의 고단함을 택했다. 그렇게 펜을 버리고 넥타이를 목에 매었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은 듯 그르릉 소리를 냈다. 고양이 옆구리에 볼을 비볐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 속으로 눈과 입술을 더 깊이 파묻었다. 고양이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서 꼬리 끝을 요리조리 흔들었다. 로빈아, 우리 겁이 없는 세계로 가자. 겁돌이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우리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곳, 마음껏 너를 껴안을 수 있는 곳, 우리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고양이는 쌔근쌔근 잠들었다. 겁돌이도 고양이의 따뜻한 털에 얼굴을 묻은 채 함께 잠들었다. 그날 밤 겁돌이와 고양이는 같은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