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향한 초콜릿 끝없이 흐르네
문장의 일 (스탠리 피시) 4장
문장을 쓸 때 해야 할 첫 질문은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이다. 문장의 성공 여부는 의도한 효과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문장을 써내는 첫 단계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문체나 형식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문체나 형식을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메시지는 어느 정도 전달된다.
발렌타인데이가 낼모레인데 카드에 어떤 말을 적어야 할까?
나는 카드의 글로서 어떤 효과가 나타나기를 원하는가? 그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어떤 형식이나 문체를 사용할까?
나는 카드를 읽고 아내님께서 잠시 흐뭇해하시는 효과를 원한다. 그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시의 형식과 문체를 사용해보겠다.
인터넷에서 로맨틱한 시를 검색해보니 황진이의 한시가 나온다.
그대 향한 마음 끝없이 흐르네 (황진이)
달빛 아래 오동잎 모두 지고
서리 맞은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네
누각은 높아 하늘에 닿고
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흐르는 물은 거문고와 같이 차고
매화는 피리에 서려 향기로워라
내일 아침 그대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이 형식을 따라 연필에 침 발라가며 이래저래 써보자.
그대 향한 초콜릿 끝없이 흐르네 (꼬먕)
달빛 아래 발걸음 잠시 멈추고
두근대는 맘 달콤히 피었네
그 향기 날아올라 그대 마음에 닿고
오가는 미소는 손 잡아도 끝이 없네
흐르는 초콜릿은 첼로 선율처럼 진하고
꽃다발은 웃음소리에 서려 향기로워라
맑은 시구 그대에게 보내고 나면
잔잔한 눈빛 가슴 채우네
아, 이것이 형식의 힘인 것인가. 전혀 내가 써내지 못했을 글이 나왔다.
정말로 이 글을 카드에 적을지는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